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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구설 릴레이' 문창극…총리실 해명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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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비하' 발언 등 '산넘어 산'…문 내정자 "문제없다"]

머니투데이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가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정회성 기자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의 '민족 비하'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총리실이 12일 새벽 이에 대한 해명자료를 배포하는 등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여권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내부의견 조율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문 내정자의 발언에 크게 당황해 하는 모습이다. 야권은 당장 "반 민족적 발언으로 국무총리 내정자의 즉각적인 사퇴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공세에 나섰다.

문 내정자는 지난 2011년 서울 용산구의 한 교회에서 '일본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조선 민족의 상징은 게으른 것"이라며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지는 것이 우리 민족의 DNA로 남아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하나님은 왜 이 나라를 일본의 식민지로 만들었습니까'라고 항의할 수 있다"고 반문한 뒤 "하나님의 뜻이 있는 것이다. 너희들은 이조 500년 허송세월 보낸 민족이다. 너희들은 시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2012년 기독교인 최고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 자리에서는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받아와서 경제를 개발할 수 있었다"며 "일본의 지정학은 하느님께서 축복의 지정학으로 만들어 주신 것"이라고 얘기했다.

문 내정자의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사퇴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금태섭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 총리로서 있을 수 없는 반민족적 망언"이라며 "발언 경위를 철저하게 추궁하겠다. 즉각 사퇴하고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광진 의원은 트위터에서 "조선총독부 총독을 하지 왜 대한민국 총리를 하겠다는 거냐"고 분노했다.

당초 극우칼럼 논란이 일때만 해도 무난히 잘 수습될 것으로 낙관했던 총리실도 파장이 커지면서 이날 새벽 1시쯤 긴급 해명자료를 냈다.

총리실은 "관련 강의는 우리 민족사에 점철된 '시련'과 이를 '극복'한 우리 민족의 저력을 주제로 한 것으로, 그 과정을 통해 오늘날 한국이 성공할 수 있었음을 강조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 내정자는 이같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로부터 "어제(11일) 알려진 발언에 대해 사과할 계획이 없는가"라는 질문에 "사과는 무슨 사과할게 있나"라고 말했다.

또 "(어제) 공보관실을 통해 다 설명했다. 그러니까 그걸 그대로, 그것 이상 내가 할 얘기를 아끼겠다"고 답했다.

앞서 문 내정자는 '책임총리'를 둘러싼 논란도 일으켰다. 그는 지난 11일 오전 창성동 사무실 출근길에 '책임총리를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책임총리 그런 것은 저는 지금 처음 들어보는 얘기. 책임총리라는 게 뭐가 있겠나. 나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후 논란이 일자 총리실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문 내정자가 얘기한 것은 '책임총리'는 법에서 정한 용어가 아니라는 의미"라고 서둘러 해명하기도 했다.

'첫 충북출신 총리' 발표에 잠시 들떴던 충청권 민심도 싸늘하다. 문 내정자가 중앙일보 재직 시절 칼럼을 통해 세종시 건설에 대해 '정치인들이 저지른 거대한 장난'이라는 등 각종 망언을 쏟아낸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당시 세종시 수정안 추진을 위해 충남 공주출신인 정운찬 총리를 내세웠던 것을 빗대 지난 6.4 지방선거 충청권 참패를 감안한 '제2의 정운찬'이라는 시선이 많다. 또 출생지만 충북일 뿐 주민들과 정서를 공유하는 게 없다는 이유에서 '무늬만 충북'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문 내정자의 지명이 강행될 경우 당시 세종시 원안 추진을 위한 박 대통령은 물론 충남도지사직을 던진 이완구 새누리 원내대표 등 여권 수뇌부와도 불편한 관계가 예상돼 이에대한 분명한 입장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문 내정자가 총리 지명 단 하루만에 사퇴요구에 직면하는 등 과거 여러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이자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총리실 주변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 '수임료 문제로 사퇴한 안대희 전 후보자가 더 낫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총리실 관계자는 "도덕성에서는 큰 문제가 없는 분으로 알고 있는 데 이런 일들이 자꾸 터져 당황스럽다"며 "인사청문회에 가서 모든 문제가 잘 풀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정혁수기자 hyeoksoo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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