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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진보교육 ‘시즌2’ 시작되다]교육청 개혁·인사 투명화로 ‘묵은 비리’ 뿌리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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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교육비리

“감옥에 가지 않을 자신 있느냐.”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당선자가 6·4 지방선거 선거운동 기간에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전임 교육감 세 사람이 빠짐없이 비리로 구속기소돼 유죄를 받았기 때문이다. 강복환 전 교육감은 2011년 사무관 승진 후보자에게 인사 청탁과 함께 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김종성 전 교육감은 2012년 장학사 시험 문제를 유출해 각각 유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오제직 전 교육감은 2008년 선거법 위반으로 물러났다.

충남지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근형 전 인천시교육감은 2011년 시교육청 직원들에게 승진 청탁과 함께 17차례에 걸쳐 1926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임혜경 전 부산시교육감은 2012년 사립 유치원장들에게서 180만원 상당의 옷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기소유예됐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2010년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은 교육청 간부들에게서 인사 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아 대법원에서 징역 4년과 벌금 1억원, 추징금 1억4600만원을 선고받았다. 공 전 교육감에게 뇌물을 건넸다가 유죄를 받은 현직 지역교육장들도 파면됐다.

경향신문

▲ 금품 수수·시험문제 유출에 교육감 줄줄이 연루

교육장·장학사 등 ‘공모제’ 도입 비리 원천 차단


▲ 사학비리 적발돼도 징계 대부분 감경 ‘솜방망이’

사학 교사 임용 위탁·감사관실 독립 운영 등 공약


교육계가 비리의 온상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비리가 개입되기 쉬운 선발 방식을 꼽는다. 장학사 등은 지필고사·면접고사를 통해 선발하는데, 두 가지 모두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김종성 전 충남교육감은 전화로 면접 문제를 유출하면서 차명폰을 사용하기까지 했다.

13개 시·도에서 대거 당선된 진보교육감들이 일제히 내건 것은 ‘비리와의 단절’이다. 교육청 개혁, 지역마다 특정 대학 출신들이 득세·전횡하는 ‘교피아’(교육계+마피아) 척결, 사학재단 비리 엄단을 포괄하는 단어이다. 민선 1기 진보교육감들이 시작한 개혁의 물꼬는 교육전문직을 역량 평가 중심으로 선발하고, 교육행정의 권한도 교육청 외부로 나누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 당선자는 흔히 ‘선거 공신들’에게 주어지는 교육장을 공모제로 전환하고, 교육전문직 공모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김 당선자 측 김종후 인수위원은 “충남에서는 비리 없는 교육감이 나와서 중도사퇴하지 않아야 한다는 염원이 높다”며 “교육현장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을 이루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첫 진보교육감이 되는 김석준 당선자도 “옷로비 사건 후 부산교육청의 청렴도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국민권익위원회 평가 결과 전국 17개 교육청 중 14위를 한 부산의 종합청렴도를 1등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교육 비리 관련자 영구퇴출, 수의계약 축소와 계약심사제도 운영 등을 공약했다.

경향신문

출입문 잠긴 피난계단 재난위험시설 ‘D등급’ 판정을 받은 서울 충암고 별관 건물의 옥외피난계단이 여기저기 금간 채 노후화됐고 계단 출입문도 잠겨 있다. 충암학원재단은 2011년 서울시교육청 특별감사 때 시설공사 대금을 횡령한 비리가 적발돼 이사장 임원승인 취소 처분을 받았다. | 김지원 기자


교육청·교피아 문제와 함께 교육계에 또 하나의 똬리를 틀고 있는 게 사학 비리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에서는 교육청과 사학의 관계를 짐작하게 하는 선고가 있었다. 2010년 진명학원 인수를 준비하던 류모씨로부터 “교육청에 로비해주겠다”며 8억원을 받은 아리학원 이사장 박모씨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진명학원 이사장 류씨는 검찰에서 “서울시 교육위원 등에게 로비가 필요한데, 보통 매매가격의 5%가 소요되나 이번에는 선거철이라 두 배는 줘야 한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류씨는 실제 진명학원 인수를 위해 75억원을 주고 진명학원 전 이사장과 계약했다. 류씨 자신도 진명학원 인수대금을 장안대 총장으로 있으면서 횡령한 31억4200여만원 중에서 마련한 것이다.

되풀이되는 사학 비리 처벌은 겉돌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이 공개한 2011년부터 2013년 8월까지 17개 시·도교육청의 사립학교 감사 결과를 보면, 교육청이 중징계(파면·해임·정직)를 요구한 29건 중 실제 사립학교 재단이 중징계를 한 것은 3건에 불과하다. 비리 유형별로 사립학교가 징계를 낮춘 비율은 성적기록 비리 76.5%, 체벌 68.8%, 금품수수 23.1%에 달했다. 교육청의 징계가 사립학교에선 솜방망이로 바뀌고, 교육당국의 엄단 의지에 물음표가 쳐진 것이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당선자는 사학 비리 근절을 위해 사립학교 교사 임용을 교육청에 위탁하도록 유도하고, 감사관실과 징계위원회를 독립·개방적으로 운영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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