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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국가개조 적임자 구인난…개혁 → 화합 총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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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문창극 깜짝발탁 배경

검증 통과·지역안배 인물로 선회

‘개혁 총리→화합 총리.’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충청 및 보수 언론인 출신의 ‘문창극 총리 카드’를 선택한 것은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와 충청권 민심 달래기 등 국정안정에 초점을 맞춘 포석으로 풀이된다. PK(부산·경남) 출신인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 낙마와 6·4 지방선거 충청권 참패를 거치며 여당 안팎에서 거세게 일었던 영남·법조인 배제와 충청 배려에 대한 여론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총리 후보 기준으로 제시한 국가개혁 적임자를 찾지 못하자 ‘책임총리’ 대신 ‘실무총리’를 차선책으로 삼은 것으로도 풀이된다.

세계일보

국무회의 주재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국민의 뜻에 따라 국민이 안전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대통령은 결국 돌고 돌아 기존 인사스타일을 고수한 셈이다. 또 국정운영의 마이웨이를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방선거 민심이 박 대통령의 일방통행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박 대통령은 소통과 타협의 정치보다는 충청권과 보수층 결집을 통해 정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개혁 대신 국정안정 선택

박 대통령은 당초 국가개혁 적임자를 적극 물색했다. 하지만 조무제·김영란 전 대법관 등 개혁성과 소신이 강한 인사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총리 제의를 고사했다. 여당 내 적임자로 꼽힌 김문수 경기지사는 집권 2년차 차기 대권주자의 부상이 국정운영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에서 배제됐다.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비리 혐의 전력이 있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청와내 내부의 지지를 받으며 막판 유력 후보로 부상했던 충청 출신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은 재산 문제와 여당 내 견제로 밀려났고 개혁 총리감으로 떠올랐던 김희옥 동국대 총장도 재산이 적지 않은 데다 TK(대구·경북) 검찰 출신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유력한 후보가 부각되지 않으면서 인선 발표 하루 전에는 전례없는 ‘찌라시 인사’가 나타나는가 하면 여당 내에서 알력다툼이 벌어지는 등 총리 인사가 희화화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검증 후보군에 포함되지도 않은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후보로 급부상했다는 하마평이 나돌기도 했다.

총리 인사를 둘러싸고 각종 루머가 난무하자 박 대통령은 개혁적 인사 중용을 포기하고 국정안정의 화합형 총리쪽으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자가 일반적인 보수인사와 달리 재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충청권의 반여정서를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세계일보

문창극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초빙교수가 10일 오후 새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뒤 서울대학교 IBK커뮤니케이션센터에서 소감과 입장 등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걸어오고 있다.남정탁 기자


◆국가개혁 추진력 약화될 듯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가개혁 드라이브는 약화될 전망이다. 문 후보자는 보수 언론인 출신인 데다 행정과 정치적 경륜이 전무해 관료사회 적폐를 개혁할 만한 추진력과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책임총리제를 포기함에 따라 모든 현안에 관여하는 ‘만기친람’형 리더십도 바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문 후보자가 내각을 총괄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주도하지 못할 경우 박 대통령이 국가개혁을 도맡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문 후보자가 경제부총리와 함께 신설 예정인 사회부총리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다면 역할과 입지도 불확실해질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7·30 재보선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도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국민 눈높이를 전혀 맞추지 못한 인사”라며 “민심은 박 대통령이 말한 새로운 대한민국이 아닌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당의 고위 관계자도 “인사를 서두르다 보니 홍보수석에 이어 총리인사까지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토로했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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