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8 (금)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2부·8)선거에 쓴 돈 고작 수십만원? 정치자금 공개 ‘하나마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부. 정치개혁 8제 <8>돈의 정치학
선거에 돈 얼마썼는지 공개 안해도 되는 ‘이상한’ 대한민국
6·4지방선거때 재산 절반 쓴 이낙연 전남도지사 당선인 세부내역공개는 오히려 신선
돈 적게 썼다는 후보들 알고보면 일부만 공개해.. 왜? 정치자금 공개는 ‘자율’


파이낸셜뉴스

#. 19대 국회의원 출신끼리 맞붙었던 경기도지사 선거. 새누리당 남경필 당선인은 지난 5월 초부터 3주간 4억9690만원을 지출했다고 공개했고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5억7500만원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양측이 공개한 내역 중 상당부분은 수십 곳의 선거연락사무소 지원경비였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한곳에 최대 250만원이 지출됐다. 남 당선인 측의 해당기간 연락사무소 지원비는 총 1억4690만원, 김 후보 측은 1억1400만원이었다.

#. 국회의원 출신 출마자 중 가장 많은 정치자금 액수를 공개한 이낙연 전남도지사 당선인. 그가 공개한 5월 중순 이후 선거 당일까지 집행한 정치자금 규모는 7억6366만원이다. 벽보 등 인쇄물 제작에 1억원이 소요됐고 문자메시지 발송 비용만 수천만원이 집행됐다. 5월 말과 6월 초 2주간 지역별 선거사무소 관계자들에게 지급된 수당만 3억3000만원이 넘었다. 선거구 내 지역별 현수막 제작에만 총 5574만원이 지급됐고 지역 방송사에 방송연설을 할 때마다 최대 1876만원이 소요되는 등 상당한 비용이 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낙연 당선인의 재산은 14억원대다.

'돈 없으면 정치하기 힘들다'는 말은 한국 정치판에서 정설로 통한다. 연 2억원대 세비를 받고, 수십억원대 재산을 보유한 국회의원들조차 선거에 출마하면서 적지 않은 자금 압박을 받는다고 토로한다.

펀드 모금과 후원금 모집으로 자금을 충당해도 선거비용을 비롯한 일상적인 정치활동을 하자면 빠듯한 살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

■정치자금 공개 '하나마나'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6·4 지방선거에 출마한 19명의 국회의원 출신 후보자들이 예비후보 등록 이후 지출한 비용은 1인당 평균 1억7752만원이었다. 생각보다 적은 액수다. 그러나 정치자금 공개가 의무사항이 아니고 일부만 공개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제 사용한 금액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이 가운데 26% 정도인 5명의 후보는 정치자금 집행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선거 관련 정치자금을 공개하지 않은 의원 출신 5명의 후보는 서울특별시장에 출마한 정몽준 후보와 인천광역시장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유정복 당선인, 대구시장에 나선 김부겸 후보, 광주광역시장 후보로 출마한 강운태 후보다. 강원도지사에 당선된 최문순 당선인은 선거비용 외 정치자금 수입 4400만원만 공개했다.

이들 후보는 의정 경력을 갖춘 후보들이지만 이번 선거에선 선거비용을 공개하지 않아 투명한 선거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구에 출사표를 던졌던 김부겸 후보마저 선거비용을 공개하지 않아 지역주의 타파에 도전한 그의 의지에 비해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비용을 공개한 국회의원 출신 후보들도 내용면에서 부실하기 짝이 없다.

전남도지사에 당선된 이낙연 당선인을 제외하곤 선거 운동 기간 전체 자금 내역을 공개한 후보는 전무했다.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인이 4억6927만원, 권선택 대전시장 당선인은 3억5245만원을 공개해 비교적 액수가 컸다. 그러나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인(1억5779만원), 대전시장에 출마했던 박성효 후보(1억9027만원), 충남도지사에 나섰던 정진석 후보(1억5599만원)와 재선에 성공한 홍준표 경남도지사(1억1780만원)는 2억원 미만의 일부 지출 내용만 공개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인은 1049만원의 지출 내용을 공개했고 김기현 울산광역시장 당선인은 사무용품 구입비와 문자발송비 등 총 66만원 규모의 지출을 공개하는 데 그쳤다.

새정치연합의 송영길 후보와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공개한 자금 지출 규모는 각각 3958만원, 1000만원에 불과했다.

출마자들의 자금 지출 내역 공개는 자율적인 터라 공개된 내용은 전체 지출 내역이 아니다. 자금 지출 규모가 적다고 실제 돈이 안 드는 선거를 했다기보다 선거비용 대부분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대다수의 출마자들이 예비등록 이후 선거일까지 모든 지출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특정 시점의 지출내용만 공개했다.

이에 따라 투명하고 돈 안 드는 선거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정치자금 공개를 자진신고가 아닌 의무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의원 vs. 시·도지사 연봉은

국회의원의 연봉은 수당 1억4736만원 외에도 각종 지원 비용 9010만원을 합치면 연 2억3747만원을 수령하게 된다. 시·도지사 중 서울시장의 연봉이 1억1196만원, 경기도지사 연봉 1억660만원이라는 점에서 국회의원 연봉이 지방자치단체장에 비해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국회의원 세비를 보면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로 나눠 지급한다. 매월 지급되는 수당은 일반수당 646만4000원, 관리업무수당 58만1760원, 정액급식비 13만원이다. 이를 통해 연 8610만원을 수령한다. 아울러 명절휴가비 등 상여비 명목으로 연 1422만원을 받는다. 그 외 입법활동비 연 3763만2000원까지 포함하면 연간 지급 총액은 1억3796만원이다. 특별활동비까지 가산하면 연 1억4700만원을 넘어서게 된다.

의원 개인이 수령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원지원경비 차원에서 지급되는 연 9010만3920원이 추가되면 연 2억4000만원에 육박하는, 월 2000만원에 가까운 자금을 받게되는 셈이다. 의원지원경비에는 사무실 운영비와 공공요금, 차량유지비, 차량유류비, 정책자료 발간 관련 비용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확보할 수 있는 보다 많은 권한과 향후 또 다른 도약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도지사 당선 이후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중앙정치에서 더욱 높은 지위를 점유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직을 상실하며 중앙 정계에서 잊혀지는 듯했으나 서울시장 당선을 통해 대권가도에 오른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번 지방선거도 잠룡들의 새로운 도약대로 여겨진다.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도지사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와야 한다"며 직접적으로 대권 도전 의사를 드러낸 바 있다.

한 정당 관계자는 "차기 대선은 2017년에 실시되기 때문에 일부 시·도지사가 유력 대권주자로 부각된다고 해도 중도 퇴임의 명분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자칫 지역감정의 또 다른 버전이 될 수 있어 일부 잠룡들의 보폭에도 제한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금조달 과정 투명해야

민주주의 선거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돈 선거' 풍토가 예전보다 희석되고 정치자금 관련 제재도 강화됐지만 여전히 '돈'은 정치무대에서 무시할 수 없는 이슈로 꼽힌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잇따라 불거졌다.

경기 이천시장 선거 출마예정자가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인 여당 의원 측에 2억원을 줬다가 돌려받아 경찰이 수사에 나서고 지방의 한 사업가는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에게 정치자금을 건넸다가 다시 되돌려 받은 사례도 선거 시기 불거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자금 관련 의혹이 매번 생기는 것보다도 국민들이 정치권에 대해 부패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부터 개선해야 한다"며 "가장 시급한 것은 선거 때마다 공개하는 정치자금 공개시스템을 선택이 아닌 의무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