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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인터뷰>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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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보수 구분 않고 교육 본질에 충실하겠다"

"국정교과서 추진·교육감 직선제 폐지 반대"

연합뉴스

밝게 웃는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당선인 (창원=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당선인이 10일 경남 창원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다 밝게 웃고 있다. 2014.6.10 <<지방기사참고>> choi21@yna.co.kr


(창원=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지 않고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겠습니다."

6·4 지방선거에서 경남 첫 진보교육감으로 당선된 박종훈 당선인은 1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 교육에서 진보와 보수가 아닌 어느 것이 더 교육적인지 그런 기준을 갖고 새로운 교육정책을 펴는데 전념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보수 단일후보를 표방한 현직 교육감, 중도진영 단일화에 성공한 전직 교육감과 3파전을 벌인 끝에 제16대 경남도교육감에 당선됐다.

다음은 박 당선인과 일문일답.

-- 이번 선거에서 13개 시·도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됐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보는지.

▲ 경남도민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새로운 교육에 대한 갈망이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물밑에 웅크리고 있던 갈망들이 세월호 사고가 터지면서 응집되고 분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 자립형사립고·자율형공립고 폐지에 대한 입장은.

▲ 경남에는 자사고가 없고 자공고가 있지만, 숫자가 적어서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학교가 가진 교육에서의 계급화가 문제라고 본다. 자사고는 경제적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은 못 가는 학교다. 학교를 계급·계층화하는 데 따른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그 부분은 반대한다. 하지만 그런 학교가 존재해야 한다면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제도를 개선해서 보완해야 한다.

--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한 견해는.

▲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것은 획일적 교육으로 가는 길이고, 아이들의 생각을 국가가 규정하겠다는 점에서 단호히 반대한다. 교과서도 다양하게 존재하고 아이들의 생각을 다양하게 펼쳐나가되 그 부분에 대한 검증은 교사들과 전문가들이 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정교과서에 반대한다.

-- 대학 평준화(서울대 폐지 등)가 갑자기 이슈로 부각했는데.

▲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가 가진 폐단의 심각성을 봤을 때 대학을 평준화하고 차별성을 줄인다는 데 대한 큰 틀에서의 원칙은 동의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학을 평준화하는 데 대한 절차적 어려움이 존재한다. 우리나라가 프랑스 쪽 대학제도와 대학평준화 쪽으로 나아갈 수 있고 아이들이 같은 입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 한국교총이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계속 주장하고 여권이 이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이에 대한 견해는.

▲ 한국교총이 직선제 하자고 주장했다가 인제 와서 직선제 폐지하자고 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선거제도에서 주민의 의사를 가장 잘 반영하는 제도는 직선제다. 역사가 발전하면서 간접선거에서 직접선거로 이렇게 대표성을 확대해왔던 것이 민주화의 과정이다. 이것을 다시 폐지한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퇴보시키겠다는 생각으로서 그런 생각이 공론화되는 것조차 역사의 퇴보다.

-- 전교조 법외노조화 관련 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세월호 참사 시국선언 교사에 대해 교육부가 징계할 방침이다. 이 사안들을 어떻게 보며, 앞으로 전교조와의 관계는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 조합원 자격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노조에 주는 것이 맞고 그것이 국제법의 조류이기도 하다. 노동 3권을 헌법으로 국가가 보장하고 있다는 것은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올 수 있는 사회적 혼란이나 역기능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노조 활동과 단체교섭을 법으로 보장하는 사회법 원칙에서 본다면 노동조합의 자율성이라는 측면에서 국가가 조합원 자격을 가지고 법외노조로 규정한다는 것은 후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지 법원에서 내리는 결정을 존중하겠지만, 교육감으로서 전교조가 조합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고 그런 문제로 교사들의 교육역량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지 않고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

-- 교육 분야에서 진보·보수로 이념이 갈리는 데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어떻게 생각하나.

▲ 최근 홍준표 경남지사와 간담회에서 홍 지사가 먼저 교육문제를 놓고 보수 진보 이런 이야기 하지 말자고 했다. 저도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자고 했다.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색깔론은 이미 학부모와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더이상 그런 이야기하지 말라고 결정해줬다고 생각한다. 전국 13곳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됐고 재선에 도전했던 진보교육감들이 이번에 한 명도 탈락하지 않고 당선됐다. 이제 그런 색깔론 이야기는 하지 말고 누가 더 교육에 충실하냐는 이야기를 하라고 내린 국민의 명령이라고 본다.

-- 13곳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진보교육감 벨트'가 구성됐다. 그 부분에 대한 연대와 정책 공조는.

▲ 전국적으로 4곳 빼고는 모두 진보교육감이 당선됐다. 진보교육감 벨트라기보다는 전국교육감협의회에서 교육감들의 의사를 모으고 그 뜻을 교육부에 요청하고 건의해야 한다. 필요하면 교육부와 교섭해서 중앙정부의 교육 관련 정책들을 바꾸어내는 그런 역할을 하겠다.

-- 친환경 무상급식을 확대하려면 추가 재원이 필요한데.

▲ 무상급식을 보편적 복지의 문제로 해석해서 논란을 벌이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 문제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더 안전하고 질 좋은 급식을 제공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스웨덴 같은 나라도 1945년에 무상급식을 할 때 경제적으로 엄청나게 어려웠다. 그러나 교육적인 건강권 측면에서 정책에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했던 것이 지금의 스웨덴 교육을 만들어내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교육감 임기가 시작되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학교급식법 통과에 주력하겠다. 식재료비의 50%를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급식법이 통과되면 무상급식에 대한 논란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때까지 당장 무상급식을 확대하기에는 재원 문제에 부딪히지만, 도의회와 경남도를 설득해서 재원을 확보하는 노력을 하겠다.

-- 학생 2명이 숨진 진주외고 문제와 관련해 학교폭력을 획기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은.

▲ CCTV 설치하고 학교 문을 걸어 잠가서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더이상 모범답안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학교 문을 열어서 지역주민과 학부모, 교사들이 함께 아이들을 지켜내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제 공약 중 하나인 학교운동장을 주차장으로 주민에게 개방하는 등 지역주민이 학교에서 다양한 동선을 만들어 움직이도록 하면 24시간 학교를 지역주민, 학부모, 교사들이 함께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는 밝은 공간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교육감 취임 후 인사원칙은.

▲ 통합과 화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취임하면 5만의 교육가족이 성찰하는 시간, 제가 가진 개혁적 생각을 공감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하지 않고 저 혼자 앞서 나가면 안되지 않느냐. 하지만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지고 통합하는 두 가지를 조화롭게 하는 민주적 리더십을 발휘해보겠다.

b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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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당선인 (창원=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당선인이 10일 경남 창원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4.6.10 <<지방기사참고>> choi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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