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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진보 논객 노회찬, 김석준 교육감 당선자와 '뜨거운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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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부산=뉴시스】허상천 기자 = 이번 6·4지방선거에서 당선증을 거머쥔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당선자와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가 9일 밤 9시께 부산 거제동 한결아트홀에서 뜨거운 포옹을 해 청중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와 프레시안이 주최한 ‘노회찬-정희준 정치 토크콘서트’ 중간에 김석준 당선자가 무대 위에 올라 극적인 상봉을 한 것이다. 이 콘서트는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과 정희준 동아대 교수가 공동 진행했다.

이날 토크콘서트 '어퍼컷' 6월 편은 노회찬 전 대표와 김 당선자의 등단으로 진보성향의 중후한 논객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 모처럼 특유의 입담과 해학으로 정치를 논하는 즐거움을 연출했다.

둘이 모두 부산 태생인 김 당선자와 노 전 대표는 출신 학교가 달라도 같은 또래 동기생으로 이날 남다른 우정을 과시했다.

소년시절에 둘 다 부산중학교에 진학했으나 김 당선자가 3문제를 틀리는 바람에 낙방한 후 동아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엇갈렸다. 이후 김 당선자가 부산고에 진학했을 때 노 전대표는 경기고등학교에 진학해 학창시절에는 만나지 못했지만 뛰어난 성적과 눈에 띄는 학창 생활로 서로 소문을 들어서 근황을 알고 지냈다고 회상했다.

김 당선자는 당시 대학시절 학생 운동을 하면서도 대학원에 진학해 교수가 됐고 노 전 대표는 고려대학에 다니던 중 본격적인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용접공으로 위장취업한 후 당 대표까지 오르는 등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노 전대표는 “둘이 출신 학교는 달라도 통합진보당을 창당하면서 만난 후 우정을 이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7시30분부터 시작된 콘서트에서 노 전대표는 특유의 해학과 핵심을 정확히 찌르는 입담으로 많은 시민께 정치를 듣는 즐거움과 맛을 더했다.

특히 국가적으로 큰 상처를 남긴 '세월호 사태'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치와 시민 사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변화의 메시지를 던졌다.

노 전 대표는 지방선거 후 열린 이날 행사에서 “이번 6·4지방선거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야당이 진 싸움”이라며 “야당이 ‘세월호’ 사태가 발생한 후 정치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는 바람에 기초단체장이나 광역·기초의원 당선 실적은 사실상 여당에 밀려 패배를 기록했다”고 판정했다.

콘서트가 한시간쯤 진행됐을 무렵 정교수가 청중석에서 지켜보고 있던 김석준 당선자를 소개하면서 이 시대의 진보정객이 마주 앉는 특별한 이벤트로 업그레이드 됐다.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노 전 대표는 김 당선자를 “존경하는 친구”라고 자랑하고 “좋은 친구가 있어서 행복하다”며 추켜세우면서 덕담을 했다. 화제는 새로 등장한 김 당선자에게 쏠렸다.

김 당선자는 “시장 선거 2번 떨어지고 총선 출마 등 우여곡절 끝에 12년만에 교육감 선거에 당선됐다”고 소회하면서 최근 '파스텔화' 화가로 등단한 근황도 소개했다.

김 대표는 당선 이튿날 6일 첫 공식행사로 대청공원 충혼탑 참배를 하던 중 갑자기 나타난 노인으로부터 ‘빨갱이가 무슨 교육감을 해서 아이들을 가르치려 하느냐’며 멱살을 잡히는 바람에 “화려한 신고식을 했다”고 털어놓으면서 "앞으로 닥칠 어려움을 미리 체험했다"고 느스레를 떨었다.

그는 “이번에 당선된 것도 잘나서 당선된 것이 아니라 선거구도가 보수 분열 덕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하고 “그러나 시민들의 교육에 대한 변화의 염원이 지난번 교육감 로또 선거때 보다 2배가량 높은 지지를 해 줌으로써 당선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와 대학 때 부터 학생운동으로 구속된 후 옥바라지까지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고 밝히고 “교육 개혁을 위해 함께 힘을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당선자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는 1975년 서울대 사회계열에 나란히 입학했다. 조 당선자는 대학 4학년이던 1978년 유신헌법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배포하고 시위에 가담해 징역형을 살 때 김 당선자가 옥바라지를 했다고 남다른 인연을 털어놨다.

김 당선자 역시 대학시절 유신반대 운동에 열정을 쏟으면서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부산대 사범대 교수가 된 후에도 노동운동 등에 적극 참여해 왔다.

김 당선자는 그러나 “교육에 있어서 ‘진보’프레임에 갇혀서는 개혁을 이룰 수 없다”고 지적하고 “진보·보수가 아닌 ‘개혁’과 ‘반개혁’성향으로 나누는 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며 최근 서울에서 열린 진보교육감 기자회견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노 전 대표도 “문명사회라 하더라도 선거의 본질은 ‘전쟁’과 다름 없다”고 밝히고 “전투에서 이기는데는 유연한 전술을 쓰는 것도 전략”이라며 김 당선자를 거들었다.

그는 또 “부산은 지방자치단체 구성원이 새누리당 일색인데 비해 서울은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이 절반이상 자리잡아 교육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달라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힘이 될 것”이라며 지원을 당부했다.

콘서트가 끝날 무렵 노 전 대표는 ‘노동당과 통합’ 여부를 묻는 방청객 질문에 대해 “본시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노동당은 모두 하나 였으나 깨져서 조각난 파편이 됐다”고 밝히고 “깨진 파편들이 더 아름다울 수는 없기 때문에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라며 좋은 관계로 발전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herai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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