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친기업 환경을 좇아 미국 동남부에 몰려든 한국 기업들이 현지 한인사회에 대한 기부 문제로 냉가슴을 앓고 있습니다.
부지와 건물 매입비만 약 250만달러(26억원)에 이르는 새 한인회관 건립에 도움을 달라는 애틀랜타 한인사회의 기부금 요청에 가타부타 말없이 눈치만 살피고 있습니다.
애틀랜타 한인회(회장 오영록)는 지난해 5월 애틀랜타 북부 도라빌에 있던 한인회관이 화재로 전소되자 인근 노크로스에 새 회관을 세우기로 하고 건립기금 모금에 나서 오는 23일(현지시간) 중도금 완납을 앞둔 상태입니다.
한인회관에는 이민 2세에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학교 등 한인 교육과 복지 시설이 들어섭니다.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도 애틀랜타가 미국에서 로스앤젤레스, 뉴욕 다음으로 한인사회가 가장 큰 점 등을 감안해 건립기금으로 20만달러를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한인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한국 기업들이 기부에 난색을 나타내면서 난기류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건립위 관계자는 9일(현지시간) "현지 한국기업 100여곳 몫으로 총 25만달러를 책정하고 일일이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들어온 기부금은 3만3천달러 정도"라며 "우리가 그동안 짝사랑한 모양이다.
참으로 섭섭하다"고 말했습니다.
조지아주에 진출한 한국 업체 중 대기업만 해도 기아자동차를 비롯해 LG 하우시스, SKC, 현대중공업, LS전선, 현대모비스, 두산인프라코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약 15개에 이릅니다.
기업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한 대기업 간부는 "애틀랜타가 미국 내 한국 기업의 메카로 알려져 있지만 공장과 사무실만 있을 뿐 광고비와 돈줄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미국 본사가 쥐고 있다"며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한인회 건립에 쓰일 기부금 달라고 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기업들이 기부를 주저하는 사이 한인사회에서는 한국기업과의 관계를 재정립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업체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자는 강경론도 표출되고 있습니다.
한 한인단체 관계자는 "우리는 바라는 것은 돈 몇 푼이 아니라 동포기업으로서의 성의"라며 "한국 대기업이 이곳에 올 때 한인사회가 한마음이 돼 음으로 양으로 뛰었는데 이럴 수 있느냐"고 분노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기아차 조지아공장은 조만간 기부금을 낸다는 방침이어서 뒤늦게나마 다른 기업이 동참하는 계기로 작용할지 주목됩니다.
한 비제조업체 임원은 "맏형 격인 기아차가 얼마나 할까 이 눈치 저 눈치 보다가 시기를 놓쳤다"며 "한편으론 미국에서 기업을 하면서 한인단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이 바람직한지, 이번 사례가 앞으로 회사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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