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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선거 끝나니 '살생부'…잠 못 이루는 지방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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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교체 지자체 인적 쇄신설에 '술렁'

(청주=연합뉴스) 박병기·변우열·노승혁 기자 = 6·4 지방선거가 끝난 뒤 충북 공직사회가 뒤숭숭하다.

당선인들은 한결같이 공정한 인사를 약속하고 있지만 어떤 간부가 한직으로 밀려날 것이라거나 승진 1순위가 누구라는 식의 '살생부'가 나돌면서 공무원들이 술렁이는 게 사실이다.

충북도청에서도 선거전까지만 해도 지사 선거에 출마한 유력 후보에게 밉보인 간부급 공무원 5명이 한직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이들을 일컬어 '오적(五賊)'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다행히 이시종 현 지사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오적으로 꼽힌 간부 공무원들이 가슴을 쓸어내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충북에서는 11개 시·군 중 청주·충주·제천·단양·영동의 시장·군수가 오는 7월 교체된다.

정구복 군수가 8년 동안 군정을 이끌어 온 영동군 공직 내부에는 상당수의 '가신' 그룹이 있는 게 사실이다. 고교 동창을 비롯해 정 군수의 1957∼1958년생 사회 동기 7∼8명도 아직 공직에 있다.

이번 군수 선거가 343표 차로 승부가 갈릴 정도로 치열했던 만큼 후유증도 적잖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박세복 영동군수 당선인은 "선거 기간의 앙금을 털어내고 화합하는 군정을 펴겠다"고 밝혔지만, 그 주변에서는 "선거에 깊숙이 개입한 정 군수의 가신그룹이 적지 않아 어떤 식으로든지 인적 쇄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제천시에서도 이근규 시장 당선인이 오는 10일 인수위원회를 발족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사 불이익을 걱정하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

이 당선인은 초정파적 인사들로 인수위를 꾸려 동요를 막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낙선한 최명현 현 시장과 호흡을 맞췄던 간부들이 한직으로 떨려날지, 그 폭은 얼마나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의 한 관계자는 "아직 조직 인사의 윤곽이 드러난 것은 아니다"고 조심스러워하며 "인수위의 행보를 지켜보자"고 말했다.

통합 청주시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제기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통합시 출범에 앞서 이뤄질 내정 인사에는 청원·청주 통합 추진 공동위원회라는 의결기구가 끼어 있어 다른 시·군보다 걱정이 덜 한 게 사실이다.

이 공동위원회는 이승훈 통합시장 당선인과 협의한 뒤 오는 17일 내정 인사할 계획이지만, 자칫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불거질 경우 이 당선인은 임기 초반부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무리한 인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다만 통합시장의 입김이 작용해 온 10여 개의 산하 기관장은 예외다. 이들은 고배를 든 현 한범덕 청주시장이 임명한 만큼 운신의 폭이 줄어든 이들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이 당선인이 용퇴를 종용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중부4군(진천·괴산·증평·음성)은 현직 단체장이 모두 당선돼 공직사회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직 단체장과 부딪힌 후보들이 살생부를 갖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현직 군수들이 재선되자 일부 공무원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실제 모 군청 간부 공무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현직 군수의 업적을 홍보한 혐의로 청주지검에 고발되기도 했다.

중부4군의 한 공무원은 "현직 군수의 당선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물 밑에서 현직 군수를 도와준 인사가 있던 것도 사실"이라며 "현직 군수가 살아서 돌아왔기 때문에 대폭의 물갈이 인사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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