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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생생 정치 인사이드] 美·中만 쳐다보다 日에 허찔린 對北정책.. ‘대화파’ 보강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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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日 관계 진전'… 외교안보정책 수술 불가피
1기 '매파' 일변도에 한계.. 남북 대화창구 관리 못해
김관진-한민구 '강경파' 외교·국정원장 균형 필요


파이낸셜뉴스

한 전직 대미 외교통은 지난 5월 한 강연에서 "북핵 문제에 있어 일본의 역할은 미미하다. 기대할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불과 수일 후 일본이 한반도 문제의 복병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한 듯했다. 지난달 30일 북·일 간 전격적인 스톡홀름 합의 직후 외교부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북·일 간 합의가 성과를 내려면 지켜봐야 한다"면서 부정적 기류를 내비쳤다.

세월호 참사와 6·4 지방선거 이후 6월엔 남북 간 대화모드가 열릴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대북정책가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미국과 중국을 통한 상황 관리에 치중할 뿐 코너에 몰린 북한과 일본이 손잡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하다 허를 찔린 셈이다. 1기 외교안보팀의 실책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얼마나' 북·일 간 밀월 관계를 지켜봐야 하는 걸까. 일본의 구상으론 최대 1년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북·일 합의 직후 "납북자 재조사 기간이 1년을 넘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아베 신조 총리의 재임이 확정되는 내년 9월 일본 총선과도 맞물린 스케줄이다. 아베 총리로선 납치자 문제를 정치적 승부수로 띄운 것이다. 결론적으로 아베 총리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간 빅딜로 임기가 3년 반 남은 박근혜 대통령으로선 그만큼 대북정책을 구사할 시간을 놓치게 된 것이다.

파이낸셜뉴스

■1기 매파 라인…朴心 실현 한계

최근 정부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의 대북구상이 강경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 5·24조치란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건 북한 문제에 대한 개입, 관여 내지는 대화에 의지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북한 봉쇄전략보다는 관여정책에 가깝다는 것이다. 점진적 방식으로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유도하는 쪽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박 대통령의 구상을 실현하기엔 1기 외교안보팀의 전략적 고민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미국·중국에 의존한 나머지 남북 간 대화창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엔 북한 정세에 대한 부정적 판단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정세를 파악해 보니 (정부 외교안보라인 내 고위급 사이에) 북한 김정은 정권이 얼마 못 간다는 데 컨센서스를 형성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지난 4월께 청와대 등 박근혜정부 외교안보라인 고위 인사들이 이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부는 공식적으론 북한 급변사태에 대해선 언급을 회피하고 있지만 지난해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붕괴론 내지는 급변사태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의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는 정도의 답변을 내놓을 뿐이었다. 이 같은 상황판단은 곧 대화 무용론으로 연결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을 때 일본은 북한과 교섭을 진행 중이었다는 점은 뼈아픈 실책이 아닐 수 없다.

■"日에 1년간 선수 빼앗겨"

이는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 김관진 국방장관(현 국가안보실장)으로 이어져 오는 강경파 일색인 외교안보팀의 한계로 지목된다. 북핵불용에 대한 원칙론만 읊었을 뿐 북한 관리 내지는 관여 정책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약 7명의 외교안보팀 가운데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의 인사의 교체, 유임이 점쳐진다. 먼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장관이 내정됐으며 윤병세 외교부 장관 및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의 이동 내지는 유임이 예상된다. 공석인 국정원장은 총리 지명과 함께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관진·한민구 카드와 균형점을 이루는 인사를 등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평양의 출구전략과 일본 아베 총리의 정치적 야망으로 인한 동북아 지각변동에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

남북관계는 북한이 오는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하겠다고 밝힌 만큼 그를 전후해 남북 간 대화의 물꼬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동쪽 출구를 확보한 북한으로선 남쪽 출구에 그만큼 여유를 가질 수 있기에 2기 안보팀으로선 전보다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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