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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경고차원에서 여당에 표 주지 않을 것" 세월호 심판론 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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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권 민심 르포

충북 윤진식 캠프 추격세 주춤 "2주이상 발 묶여" 비상

충남 정진석 캠프 '안희정 대세론 굳어질라' 노심초사

대전 "이 판국에 무슨 정치 얘기냐… 지역일꾼 뽑아야"

세월호 참사 여파로 6ㆍ4지방선거의 유동성이 커지면서 승부처인 수도권과 중원지역의 표심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주말 여야 대진표가 완성되는 수도권에도 구도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미 대진표가 확정된 충청권에서는 세월호의 바람을 벌써부터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여야 후보가 팽팽히 맞서 있던 충북에서 세월호 여파가 보다 분명하게 감지됐다.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의 바람도 없지 않았지만 정부 여당에 대한 심판론이 워낙 강해 새누리당도 잔뜩 긴장하는 모양새가 역력했다.

지방선거가 34일 앞으로 다가온 1일 충북 청주 시내는 선거 포스터 대신 노란 리본으로 뒤덮여 있었다. 청주시 최대 번화가인 성안길에서 만난 직장인 한모(49)씨는 리본 물결을 가리키며 "자식을 잃은 부모 마음이야 여기라고 다르겠슈"라고 말했다. 충북도청 앞에서 만난 직장인 안장훈(37)씨는 "안전을 강조하던 정부에서 제대로 사고수습도 못하고 있다"며 "경고차원에서라도 여당에는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 직전까지만 해도 새누리당 윤진식 후보의 추격세가 매서웠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시종 후보를 추월했다는 결과까지 나왔다. 하지만 세월호 여파로 윤 후보 캠프에도 비상이 걸린 분위기다. 캠프 관계자는 "애초 낮은 인지도에서 출발했는데 세월호 때문에 2주일 이상 발이 묶이면서 더욱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이 후보 캠프에서는 충북 인구의 절반이 몰린 청주를 중심으로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불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청주를 발판으로북부와 남부로 정권심판론 기세가 확장됐으면 하는 기대감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에서도 세월호 여파를 적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충남 천안시에서 만난 자영업자 고모(67)씨는 "손주 같은 아덜이 죽어가는데 우왕좌왕하고 아무 것도 못하는 나라가 나란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 캠프 상황은 충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새누리당 정진석 후보 캠프에서는 이번 참사 여파로 새정치연합 안희정 후보의 대세론이 굳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선거전이 본격화하면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꼽히는 정 후보에게 여권 프리미엄이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안 후보 캠프에서는 충남 인구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천안ㆍ아산 등 수도권과 접한 북부 지역으로 수도권의 정권 심판론 바람이 넘어오기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대전에서는 세월호 여파가 상대적으로 약했다. 복합터미널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김종국(53)씨도 "(세월호) 사고 판국에 무슨 정치 얘기냐"며 손사레를 치면서도 "정치는 정치고, 지역에서는 지역 일꾼을 뽑는 게 선거 취지에 맞다"고 했다. 중앙시장에서 만난 상인 김모(50)씨도 "지역에서 쭉 일했던 사람이 계속 하는 게 낫지 않겄어유?"라고 새누리당 박성효 후보 편을 들었다.

대전 서구와 유성 등 신도시에서는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는 않았다. 충남대생 신영일(22)씨는 "사고 이후 정부 비판론이 높아지자 갑자기 배후 수사를 확대하면서 쏟아지는 불만을 분산시키려는 꼼수에 실망했다"며 야권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권선택 후보 캠프에서조차 "세월호 참사 이전 두 배까지 벌어졌던 지지율 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전ㆍ천안=강주형기자 cubie@hk.co.kr
청주=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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