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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무인기, 비행거리 짧아 北이외 지역선 발진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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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중간조사결과 발표

비행거리 짧아 北이외 지역선 발진 불가… 이륙지점 추적

최근 발견된 3대의 소형 무인항공기를 분석한 합동조사단은 추락한 무인기가 북한에서 정찰 목적으로 제작돼 운용된 것이 확실시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방부는 11일 “3월24일 파주에서 처음 소형무인기가 발견된 이후, 3월31일 백령도, 4월6일 삼척에서 추가 발견된 소형무인기에 대해 그동안 비행체 특성과 탑재 장비에 대한 합동조사를 했다”며 “그 결과 북한의 소행으로 확실시되는 정황 근거가 다수 식별됐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북한 무인기로 본 근거는

우선 소형 무인기의 이동 및 촬영 경로가 군사시설이 밀집된 상공 위주였다는 점이다. 촬영된 사진을 판독한 결과,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1번 국도상 북→남→북 방향으로 비행하며 서부전선 주요 축선의 군부대와 청와대를 집중적으로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령도에 추락한 무인기도 소청도에서 대청도 방향으로 이동하며 서북도서의 해병부대와 군사시설을 촬영했다.

북한이 여러 차례 공개했던 무인기와 이번에 추락한 무인기들의 색깔과 형태가 유사하다는 점도 정황 증거로 제시됐다. 북한은 2012년 4월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 사열식과 지난해 3월25일 김정은의 1501부대 방문에서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와 매우 유사한 무인기를 선보인 바 있다. 특히 하늘색 바탕에 흰색으로 부분 덧칠한 것은 육안 관측을 회피하기 위한 위장색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또 국내 민간 동호회나 우리 군이 도입·운영하는 무인기와 달리 추락 무인기들은 금형 생산 방식을 적용했고, 전자회로 기판을 나무 패널에 부착했다. 무인기의 컴퓨터 칩에 표시된 일련번호 등을 고의로 훼손한 흔적도 발견됐다. 파주와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에서는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지문이 6개 확인되기도 했다. 그리고 추락 무인기의 항속거리가 180∼300㎞ 정도로 추정되는데 중국이나 일본에서 발진하기에는 항속거리가 너무 짧다는 점도 제시됐다. 군이 북한제 무인기로 결론 내린 정황 증거들이다.

◆결정적 증거는 GPS 좌표 분석

합동조사단이 북한제 무인기로 결론내리는 데 동원된 증거들은 기체 검사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다만 국방부 발표는 북한 무인기로 추정된다는 것이지, 북한제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한·미 과학조사팀을 구성, 추락 무인기에 설치된 인공위성위치정보(GPS) 좌표 분석 등을 통해 비행 경로를 확인해 무인기 침투가 북한의 소행임을 증명할 스모킹 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을 찾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추락 무인기들은 사전에 입력된 GPS 좌표를 따라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중앙처리장치(CPU) 등에 내장된 자료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 데이터를 통해 비행경로를 검증해야 어디서 발진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합동조사단은 이번에 GPS 복귀좌표가 입력됐을 것으로 보이는 CPU를 분해하지 못했다. 비전문가들이 CPU를 잘못 열었다가 이륙 지점인 북한지역의 좌표가 훼손될 것을 우려해 좌표 해독작업을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중앙합동조사팀에 국방과학연구소(ADD) 무인기(UAV) 사업단장을 팀장으로 국내외 민간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과학수사 전담팀을 추가 구성해 조사를 지원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파주 무인기가 처음 발견된 이후 3주 가까운 기간이 지나는 동안 군 당국이 GPS 좌표 등 북한의 소행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초기 대응이 부실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기 최종 결론나면 국제공조 대응

정부는 이번 무인기들이 북한 소행으로 최종 판명되면 우리 영공을 침범한 중대 도발로 보고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 소행으로 최종 결론이 나면 강력한 경고와 함께 실질적인 대응 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국제공조를 통해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북한 정찰용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범은 남북 간 군사적 적대행위를 금지한 정전협정 위반 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국방부는 군사적 대응 방안으로 북한의 소형 무인기 위협에 대응해 탐지·식별·타격체계를 조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북 억제력 강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이번 무인기처럼 북한은 다양한 방식의 도발을 해오고 있지만 우리는 방어에만 급급하고 있다”며 “북한의 오판을 막고 전쟁을 막기 위해서 우리도 단순히 방어 전략만 세울 것이 아니라 북한의 심장부를 흔들 수 있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고 대북 억제력 제고를 주문했다.

지나친 과민 반응은 오히려 우리 안보에 독이 될 수 있어 차분하고 체계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희우 충남대 군수체계종합연구소장은 “무인기 발사는 북한에서 한 것으로 보이지만 무인기에 대한 공포는 우리가 만들었다”며 “정부도 무인기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황계식·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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