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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DMZ서 130㎞ 떨어진 곳까지… 동서 군사 요충지 다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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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 삼척서 북한 무인기 또 발견

울진 원전 촬영한 듯… 유사시 큰 피해 우려

주민이 신고할 때까지 軍은 6개월째 깜깜

북한제(製)로 추정되는 소형 무인항공기 2대가 지난달 24일과 31일 경기 파주와 백령도에서 발견된 데 이어, 6일 비무장지대(DMZ)와 100㎞ 넘게 떨어진 강원 삼척시에서도 추락 상태로 발견되면서 군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북한이 정찰기고 추정되는 소형 무인기로 오래 전부터 예상보다 광범위한 지역에 대해 우리 군과 주요 시설의 동태를 살폈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동ㆍ서해 군사 요충지 다 뚫렸다

모두 민간인 신고로 군 당국이 확보한 북한 무인기 3대의 지도상 추락지점을 연결하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지도상의 세 점을 연결한 삼각형에는 유사시 북한 군 핵심 타격목표가 되는 우리 주요 시설물이 밀집해 있다.

당초 무인기 성능을 낮춰 보던 우리 군도 심각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파주 무인기가 훑고 지나간 '서울~파주'구간은 전쟁이 터졌을 때 북한군이 탱크 진격로로 사용할 것으로 보이는 통일로(국도 1호선)와 닿아 있다. 백령도 무인기가 감시한 서해 북방한계선(NLL) 주변도 북한 도발을 1차 저지하는 해병 부대가 주둔한 곳이며, 6일 무인기 추락이 확인된 삼척 인근은 북한군 특수 부대와 남파 간첩의 해안 침투를 막아내는 우리 육상 부대들이 촘촘히 배치된 동부 전선의 요충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가 삼척 인근의 경북 울진군 원전을 겨냥했을 가능성이다. 최초 신고자 진술에 따르면 이 무인기 카메라에 들어있던 촬영사진 메모리칩에 삼척 하장면 숙암리 '광동호' 해안가의 풍경 사진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인근 원전도 촬영대상에 포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한미 공군이 레이더를 피해 활주로를 폭격하고 귀환하는 훈련이 이뤄지는 '필승사격장'이 인근 영월군 상동읍에 위치해 이를 촬영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군 관계자들은 이 무인기가 지난해 10월 추락한 만큼 그 이전과 이후에 동일 기종의 무인기가 인근 지역에 출몰했을 가능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 군은 매년 정기적으로 테러에 대비해 울진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대테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무인기 활동을 북한이 지난해부터 동부전선에 새로 배치한 신형 240㎜ 개량형 방사포와 연계하는 분석도 나온다. 파괴력이 강화된 신형 무기의 타격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무인기로 동부전선에 배치된 우리 군 시설의 최신 좌표를 수집했다는 것이다.

군, 이번에도 뒷북 대응 논란

국방부는 세 번째 무인기가 발견되고 나서야 7일 오전 부랴부랴 전군주요지휘관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회의에서는 수도권 방공망의 허점을 보완하고 현재 운용 중인 전력으로 소형 무인기를 탐지, 방호하는 대책이 집중 점검되고 무인기 위협에 대한 군의 대비 태세 지침이 하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부터 전(全)부대 동시 수색 정찰에 나서는 합동참모본부도 마찬가지다. 이미 정보가 북에 넘어갔다면 노출 전력 재배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군은 소형 무인기를 새로운 군사 위협으로 인식하고 현행 방공작전 체계를 일제히 정밀 진단한 뒤 방호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를 탐지하는 감시 수단과 무력화할 수 있는 장비를 최단시간 내 전력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소형 무인기가 북한제라는 확실한 증거를 포착하면 영공 침범에 대한 법적 조치 등 여러 조치를 강력하게 취할 방침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밝힌 것처럼 관련성을 부정하거나 설령 인정하더라도 군사 목적이 아니라고 반박하면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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