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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지형 특성 고려 ‘맞춤형 정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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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일대는 지그재그, 도심선 일직선 비행

“백령도무인기 스페인제 복제” 분석도

지난달 파주, 백령도에 추락한 소형 무인기는 서울과 서북도서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찰’ 패턴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가 지난 3일 공개한 무인기의 비행경로를 살펴보면 백령도에 추락한 무인기는 지그재그 형태였지만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일직선에 가까웠다.

이희우 충남대 종합군수체계연구소장은 “카메라 앵글의 한계로 인해 일반적인 정찰비행에서는 지그재그로 나는 게 정석”이라며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거리가 짧아 정석대로 비행했지만,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는 이륙한 곳으로부터 거리가 멀어 직선비행으로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며 정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소장은 “지그재그 비행은 넓은 지역의 영상을 자세히 확보할 수 있고, 직선비행 방식은 특정 지점에 집중하는 방식”이라며 “직선비행도 경로상의 다른 지점은 촬영이 가능하나 전략적 가치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북부의 인구밀도와 대공방어망을 고려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항공전문가는 “크기가 작다 해도 파주, 고양 등 인구밀집지역을 비행하면 시민들 눈에 띄게 된다”며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가 빠른 속도에 적합한 갈매기 모양의 날개를 사용한 것은 직선 고속비행을 통해 사람들의 눈과 서울 도심의 촘촘한 대공방어망을 피해 청와대를 촬영하려는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반면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일자 모양의 날개를 가진 것으로 미뤄 활공 능력을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같은 양의 연료를 써도 더 높이 올라가서 더 먼거리를 비행할 수 있고, 인구밀도가 낮다 보니 눈에 띌 가능성도 작아 서북도서 일대를 지그재그 형태로 샅샅이 정찰했을 것”이라고 두 기종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4기통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2기통 엔진의 파주 무인기보다 출력이 강하고 더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보다 2배 이상 화소 수가 많은 3630만 화소급 카메라도 장착해 보다 최신형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예비역 장성은 “공중 정찰의 핵심은 카메라”라면서 “좋은 카메라는 무거워서 이를 탑재하면 기체 크기, 엔진 출력도 함께 커진다”고 말했다.

한편 백령도에 추락한 무인기는 스페인의 무인표적기 ‘ALBA’, 무인정찰기 ‘ALO’와 구조가 비슷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스페인제 무인기를 복제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박수찬 세계닷컴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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