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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뻥 뚫린 방공망] "영공 침범 국제법 위반인데…" 정부는 후속대응 카드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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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론되는 조치와 한계는

北, 무인기 존재 부정하거나 "非군사용" 발뺌 뻔해

실질적 제재카드 없어

北 상공 맞정찰 하려해도 글로벌호크 없인 힘들어

한국일보

4일 오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서해5도 주변의 북한군 4군단 포병전력 배치 상황을 보여주는 현황자료를 배경으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북한 무인정찰기에 청와대 상공까지 뚫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리 정부와 군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우리 군이 무인기를 북한제로 최종 결론 내리기 전인 지난 3일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도 "북한의 정찰기로 확인된다면 영공 침해로 간주해 다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후속 대응책을 크게 두 갈래로 검토 중인데, 신규장비를 도입하거나 적정 감시를 강화하는 방안은 물리적 해법이다.

국방부는 우선 소형 무인기를 확실히 탐지ㆍ타격할 수 있는 장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저고도레이더를 도입하고, 원거리 소형 무인기를 타격할 수 있는 30㎜ 복합대공화기를 확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방어적 조치여서 나쁜 행동을 한 북한을 응징할 후속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보다 직접적이고 대담한 방법으로는 우리도 무인기를 북한 상공에 띄워 정찰 활동을 강화하는 대책이 거론된다. 하지만 송골매, 서처 등 우리 군이 보유한 무인정찰기의 최대 상승고도가 4.5~6.1㎞에 불과하다는 점이 문제다. 이 고도에서는 북한의 촘촘한 방공망을 뚫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군 관계자는 "지상 20㎞ 높이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글로벌호크 정도는 돼야 북한의 정찰 능력을 압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호크의 도입 시점인 2018년 전까지는 미국의 고고도 정찰기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제법 혹은 국제사회의 공조를 얻어 북한을 압박하는 대응도 검토될 수 있다. 특히 국제법상 무인기 침투는 유엔헌장 위반에 해당돼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록 무인기이지만 이번에 발견된 북한 정찰기는 민간 항공기가 아니라 군용기가 확실하다. 서울 도심까지 날아와 청와대 등 주요 시설을 무단 촬영하는 등 군사 목적으로 사용됐고 정찰기 운영주체도 북한 체제의 성격상 군부로 추정되므로, 넓은 의미에서 무력에 준하는 장비를 동원해 우리 영토를 침범한 국제법 위반 행위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유엔 헌장 2조4항은 '모든 회원국은 다른 국가의 영토보전이나 국제연합 목적과 양립하지 않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무력의 위협과 무력행사를 삼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실제 행동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전례로 보아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1960년 미국 U2 정찰기가 소련 영공에서 격추됐는데, 당시 니키타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안보리에 제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미국이 끝까지 기상관측용이라고 우겼던 탓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무인기 존재를 인정하더라도 군사 목적이 아니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와 협력해 대북제재 수단을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 수출입 금지 품목을 추가로 특정하거나 보다 세분화해 군수품 전용 가능성이 높은 물자의 대북 유입을 원천 봉쇄하자는 것이다. 현재 가동중인 대북 제재안은 총 세가지다. 2006년 1차 북핵 실험을 계기로 만들어진 유엔결의 1718호, 2012년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따른 2087호, 지난해 3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2094호 등이다. 한 전문가는 "이들 모두 북한의 핵활동이나 대량살상무기 제작에 전용될 수 있는 품목들의 이전ㆍ판매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를 통해 대상 확대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파주와 백령도 무인기에서 일본산 엔진 및 유럽ㆍ중국산 배터리가 발견되는 등 기존 제재조치가 사실상 무력화한 만큼 제대로 정비를 해야 한다는 논리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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