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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수조원 들여 KAMD 만든다면서 … 2000만원에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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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무인기 재료비 분석해보니

낙하산 8번 폈다 접은 흔적

서울 하늘 수시로 들락날락한 듯

천안함 주범 정찰총국이 운용

2000만원대의 무인 항공기에 청와대 하늘까지 뚫렸다. 중앙일보가 3일 항공기 전문가들에게 무인기의 구성 재료인 기체·엔진·비행제어컴퓨터(FCC)·GPS 장치 등의 국내 가격대를 추산한 결과 2000만원대에서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은 무인기가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북한의 정찰총국이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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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에 2200억원이나 하는 대북 정찰 장비인 글로벌 호크를 도입하기로 하고 백령도·연평도엔 대당 3억원짜리 스파이크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며 최첨단 전력으로 억제 전략을 짰지만 막상 북한 정찰총국의 ‘저가 전략’에 당했다.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기의 기체는 주재료가 레이더 전자파를 반사하지 않는 폴리카보네이트다. 무인기(길이 1.43m, 날개 폭 1.92m)보다 훨씬 더 크게 가로·세로를 각각 10m로 잡았을 때 폴리카보네이트는 160만~200만원이다. 동체의 핵심 부품은 일본제 2기통 글로 엔진이다. 전문가들은 180만원에서 200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청와대 상공을 촬영한 캐논 DSLR 550D 카메라는 120만원가량이다. 사진작가 김용호씨는 “전문가보다는 사진을 좋아하는 아마추어들이 많이 쓰는 카메라”라 고 말했다. 캐논 DSLR 550D에는 50㎜의 짧은 렌즈가 장착돼 있었다. 청와대 같은 주요 시설을 촬영하려면 망원렌즈나 광각렌즈를 부착하는 게 상식이다. 군 관계자는 “무인기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일반 카메라를 장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군에서 조사 중인 GPS 등과 통신 장비는 성능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무인항공기 재료 등을 판매하는 RC하비의 정운조 대표는 “아주 간단한 제품은 수십만원에 불과하지만 수십㎞까지 조작이 가능한 고급 센서들은 가격이 수백만원까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GPS를 포함해 수십㎞ 이상 통제가 가능한 통신장비 패키지 상품이 대략 500만원에서 600만원 정도”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군 당국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설명한 내용에 따르면 GPS 장비는 수십만원대의 구식이었다고 한다. ‘기용 날자’라는 글씨가 적혀 있어 북한제를 확증시켜준 리튬전지는 국내에선 수만원대다. 무인기에 쓰이는 자이로 센서는 국내에선 10만원대 중반이다.

무인기에서 가장 비싼 부품은 비행제어컴퓨터다. 국내에선 1000만원대다. 무인기가 강풍 등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장치다.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는 이보다 ‘고급형’이다. 엔진 등 주요 부품에서 더 비싼 제품이 사용됐다. 엔진은 유럽제의 4기통으로 300만원대다. 니콘 D800 카메라 역시 400만원대로 더 비싸다. 동체 재료는 ‘폼 코어’다. 무인항공기 제작업체 관계자는 “폼코어는 주로 화장실의 욕조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재료로 폴리카보네이트보다 저렴하면서도 비슷한 성능을 갖고 있어 최근 많이 사용되는 재료”라고 설명했다. 이 재료를 무인기 길이(1.83m)와 날개 폭(2.46m)보다 넉넉하게 잡아도 100만원대다.

그럼에도 무인기 전문가들은 둘 다 2000만원대면 바로 제작할 수 있다고 했다. 군 당국의 조사 결과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착륙할 때 사용하는 낙하산이 8번 폈다 접었다 한 흔적이 발견됐다. 남한 침투와 촬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무인기는 틀에서 기체를 찍어내는 ‘금형 방식’으로 제작됐다. 주민들은 백령도 무인기의 꼬리 부분에 아라비아 숫자 6이 적혀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게 ‘6호기’를 의미한 것일 경우 대량 생산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인기 운용의 주체로 지목되고 있는 북한의 정찰총국은 대남침투·테러기관이다. 대표적인 대남 강경파인 김영철이 맡고 있다.

군은 지난해부터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비해 수조원을 들여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와 킬체인(공격형 미사일 방위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집중적 전력 배치 지역을 ‘저가 무인기’가 뚫고 들어온 셈이다.

정용수·유성운 기자

정용수.유성운 기자 nkys@joongang.co.kr

▶정용수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nk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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