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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북한 무인기 파장] 북한 예고 후 포격은 성동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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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정찰기 통해 한국군 대응능력 파악하려 했을 가능성

'예고된 도발과 무인정찰기의 숨겨진 관계를 찾아라.'

지난달 31일 북한군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도발이 실제 목적을 은폐하기 위해 우리 주위를 포 사격에 집중시킨 '성동격서(聲東擊西)' 전술일 수 있다는 분석이 군 당국과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연평도 포격 이후 최대 규모의 포탄을 쏘기 직전 북한이 전례 없이 우리 측에 사전 통보한 게 우리가 파악하지 못했던 무인기 정찰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2일 "이전에는 없던 여러 행태가 겹쳐서 나타났다는 건, 이들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걸 뜻한다"고 말했다.

우리 군이 신경 쓰는 부분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서해지역에 보강된 병력 배치와 전시 대응 태세가 노출됐을 가능성이다. 당초 북한이 훈련 사실을 사전 통보했을 때 우리는 '확전 의사가 없다'는 신호로 여겼으나, 거꾸로 이는 우리 군에 만반의 준비태세와 대응을 유도한 행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우리 군은 북한의 예고된 도발에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며 NLL을 넘어 온 포격의 3배를 북쪽으로 퍼부었다. 연평도 도발 이후 이 지역에는 서북도서방위사령부가 창설돼 해병대 병력이 1,200여명 증강됐고 K-9 자주포 문수도 2∼3배 늘었다. 또 다연장 로켓, 신형 대포병레이더(ARTHUR), 코브라 공격헬기, K-10 탄약운반차량 등도 신규 혹은 추가 배치됐다.

이에 따라 백령도에 추락한 것을 포함, 이날 동원된 다수의 무인기가 성능을 제대로 발휘했다면, 북한은 서해5도 주변에 보강된 우리 전력의 유사시 대응 행태에 대한 정보를 다수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북한으로서는 500여발의 재고탄을 소모한 대가로 남측의 대응태세라는 귀중한 정보를 획득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는 또한 북한이 새로 배치된 무인기 성능 실험을 위해 포격 도발을 벌였다는 의미로도 통한다. 실제로 정부 관계자는 이날 "지난달 31일 무인항공기가 북쪽에서 우리 상공으로 접근하자 해병부대에서 벌컨포 300여발을 발사했지만 무인기 고도가 너무 높아 격추하지 못했다"고 말해 우리 군의 서북도서 대공무기 체계에 문제가 있음이 확인됐다.

한 민간 전문가는 "천안함 폭침 등에서도 보듯이 북한 군은 우리 의표를 찌르는 변칙에 능하다"며 "우리 군은 다양한 시나리오에 모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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