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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어벤져스2', 마포대교에서 촬영하던 날..11시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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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전례에 없던 블록버스터의 국내 촬영에 연일 떠들썩했던 지난 며칠. 막상 해가 떴을 땐 크게 달라보일 것 없는 주말 풍경이 펼쳐졌다.

영화 ‘어벤져스2’가 30일 오전 6시부터 서울 마포대교에서 국내 첫 촬영을 시작했다. 전편인 ‘어벤져스’가 국내 700만 관객을 동원한 수작이었고, 이후에도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 등 ‘어벤져스’의 캐릭터들이 주연하는 영화들이 국내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어벤져스2’에 대한 관심은 높은 상황이었다. 여기에 ‘IT 강국’ 한국이 전체 영화 중 20여 분을 차지하는 비중으로 등장하는 데다 한국 여배우인 수현이 한국 과학 기술자 역할로 캐스팅돼 ‘어벤져스2’의 국내 호응도는 최고조로 오른 분위기였다. 누가 올지, 어떤 장면이 촬영될지, 떠들썩했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하루였다.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이어진 ‘어벤져스2’ 국내 첫 촬영을 실시간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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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

평일이었다면 ‘출근 러시’에 교통대란을 겪었을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주말 중에서도 일요일이었던 터라 아침엔 길이 한산했다. ‘어벤져스2’로 인해 마포대교 양구간이 모두 통제될 거란 사실이 언론 보도와 서울시 공문 등으로 일찍이 알려진 덕이기도 했다. 공덕동에서 마포대교로 향하는 구간에서도, 여의도에서 마포대교를 넘어오는 구간에서도 도로를 이용하는 차들은 큰 무리 없이 행선지를 옮겨가는 모습이었다. 마포대교 방면으로 시선을 돌렸을 땐 몇몇 스태프가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었고, 촬영 관련 차량들과 교통 통제 차량 등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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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8시

여의도의 한 고층 건물에서 바라본 전경은 큰 변화가 없었다. 이른 아침 시간이라 ‘어벤져스2’ 촬영을 구경하러 나온 시민들도 많지 않았다. 다만 29일 비가 내린 날씨로 흐렸던 하늘이 개고, 햇살도 따사로웠던 터라 벚꽃길로 유명한 여의도에 ‘어벤져스2’와는 상관없는 나들이객이 붐빌 것으로 예상이 됐다. 이날 현장에 파견된 영등포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이데일리 스타in에 “정말 영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오히려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찾아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오히려 여의도에 나들이를 나온 분들이 ‘이게 뭔 일인가’ 싶어서 들르지 않을까 싶어 제대로 된 정보를 드리고,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명 지침서를 마련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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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시민들의 ‘인증샷’을 걱정하고, 실시간 SNS를 통한 ‘제2 유포’를 우려하고, 취재진의 보도 경쟁으로 ‘줄줄이 소송’ 등에 노심초사했던 ‘어벤져스2’. 하지만 진짜 범인(?)은 내부에 있었다. 박원순 시장까지 나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했고, 언론이 나서 교통 통제 구간과 촬영 일정 등을 연일 상세히 보도했건만, 서울시에서 폐쇄회로(CCTV)를 관리하는 데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 마포대교 북단 상황을 보여주는 CCTV가 차단되지 않아 실시간으로 ‘어벤져스2’가 촬영되는 모습이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었던 것. 수 시간이 지난 오후가 돼서야 서울시는 카메라의 방향을 틀었다. 수입사인 디즈니는 “특별한 피해나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굉장히 당황스러웠다”며 “시민들의 도움으로 이 같은 정황이 파악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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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2시

예상대로 여의도는 나들이객으로 붐볐다. 일찍 핀 벚꽃으로 윤중로는 물론 여의도 공원 인근 사람들이 몰렸다. 여의도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3명은 “‘어벤져스2’ 촬영이 있다는 건 알고 있는데 어짜피 볼 수 없기 때문에 ‘꽃놀이’를 나왔다”며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몰릴 줄 알고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아 친구들끼리 놀기로 했다”며 웃었다.

일산에서 서울로 향하는 강변북로 방향에서도 교통 정체가 시작됐지만 이 역시 ‘꽃박람회’로 인한 교통량 증가의 영향이 있어보였다. 고양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일요일 오후 보통 성산부터 한남까지가 정체 구간으로 꼽히는데 지금은 이산포부터 행주까지 자유로 정체가 심해지고 있다”며 “‘어벤져스2’ 촬영 소식까지 접해 혼잡도가 가중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보통 꽃박람회를 개최했을 때의 교통량보단 크게 많지 않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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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4시

“촬영하는 것 맞아?” 이리 뛰고, 저리 구르고. 여기서 터지고, 저기서 부서지고. ‘어벤져스’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어벤져스2’ 촬영이 예정됐을 때 이러한 스케일 큰 장면들을 기대했을 터다. 이날 마포대교 인근에 몰린 시민들 사이에서 유독 저런 말이 많이 들린 이유이기도 하다.

‘어벤져스’는 물론, 이러한 영화들은 대부분이 컴퓨터그래픽(CG)로 연출된다. 아이언맨이 하늘을 날고, 토르가 땅에서 솟고, 헐크가 대교 상판을 부수는 등의 화면은 내년 영화관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 때문에 이런 화면이 나올 것이라는 조금의 예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현장은 조용했다. 촬영하는 감독과 스태프는 심혈을 기울인 촬영을 진행했겠지만 감독의 ‘오케이’, ‘컷’, ‘엔지’ 등의 목소리 조차 들릴 수 없는 먼 현장이었던지라 뭔가를 기대했던 시민들에겐 “별것 없네”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벤져스2’는 향후 새빛둥둥섬과 상암동 DMC 인근, 청담대교 인근 등에서도 촬영을 진행한다. 앞으로 약 10일의 촬영일이 더 남아있다. 30일 마포대교에서 진행된 ‘어벤져스2’의 첫 국내 촬영은 ‘떠들썩했지만, 그럴 필요까진 없었다’는 체험학습이 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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