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4 (화)

[르포] 시들해진 공무원 인기…노량진 상권도 죽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뉴스핌] 노연경 방보경 기자 = "전에는 시험 날마다 컵밥거리 뒤로 버스 7대 정도가 와서 각 지역 시험장소로 수험생들을 실어 가고 장관이었는데, 요즘은 그런 풍경도 사라졌다."

22일 서울 노량진 컵밥거리에서 만난 21년 차 상인 김영숙(70) 씨는 최근 변한 노량진 상권 분위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노량진 고시촌 상인들은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낮아지면서 상권이 예전 같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2021년부터 노량진 고시촌에서 경찰공무원 준비생을 대상으로 체력단련 학원을 운영하는 김정진(50) 씨는 "근처 체력단련장이 최근 1~2년 사이에 많이 없어졌다. 못해도 7~8개는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핌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 고시촌 앞에 위치한 컵밥거리에서 상인들이 점심 장사를 준비하고 있다.[사진=노연경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 채용 시험 평균 경쟁률은 21.8 대 1로 1992년(19.3 대 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평생 직장'으로 인기를 끌던 공무원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 어렵게 시험에 합격한 뒤에 일찍 퇴직하는 '젊공(젊은 공무원)'도 늘어났다.

지난 2019년 기준 5년 미만 조기 퇴직 공무원은 6600명가량이었는데, 2022년에는 1만3000여 명으로 3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사라진 노량진 고시촌 곳곳에는 장기간 공실 상태인 빈 상가도 많았다.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A씨는 "인수 받은 상가 6개가 모두 여전히 공실이다. 공시생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원인"이라며 "전에는 반지하도 없어서 계약 못해줬다고 하던데, 요샌 반지하 방도 상가도 전부 비어있다"고 말했다.

A씨는 코로나 이후 인터넷강의를 듣는 게 보편화되면서 상권이 더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에 원룸을 구해준 학생이 계약기간이 한참 남았는데 다음 달 나간다고 했다"며 "인터넷 강의로 들어도 충분할 것 같다며 원래 살던 부산에서 준비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 고시촌 상가 곳곳에 '상가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노연경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시촌 곳곳에 있는 스터디룸 카페도 영업이 어려워져 문을 닫았다. 간판만 남아있을 뿐 실제론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 눈에 띄었다.

인근 고시텔 가격도 수요가 사라지며 낮아졌다. 고시텔을 운영하는 B씨는 "지금은 방 하나에 40원선인데 코로나 이후로 떨어진 가격대가 올라오지 않고 있다"라며 "평균적으로 5~10만원가량 방 가격이 떨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노량진 학원가를 떠나지 않는 공시생들은 그래도 안정적인 직장은 공무원이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학원가에서 만난 세무직 7급 공무원 준비생 장모(28) 씨는 "10개월 동안 하루에 10시간씩 공부하며 준비하고 있다"며 "공무원이 노동력이 들어가는 거에 비해 주는 돈이 적어 '열정페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보장되는 게 있고 일 못해도 안 잘리니까 안정적인 건 최고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만큼 몰리진 않겠지만 경제도 안 좋고 물가는 계속 오르는 중이니 이대로 유지되면 돈 많이 주는 사기업보다 안정적인 공무원이 인기를 끌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 고시촌 비어있는 상가 안에 영수증이 쌓여있다.[사진=방보경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시촌을 둘러싼 인근 지역은 대단지 아파트로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한강이 지척에 있어 개발 기대감이 높은 동작구 곳곳에선 이미 재개발이 시작됐다.

낡은 고시원 스티커가 붙은 건물 바로 옆에선 포크레인을 동원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 현장에서 만난 한 공사 관리자는 "현재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작구는 서울시의 한강철교 남단 지구단위계획에 맞춰 고시촌이 포함된 노량진역 일대의 8개 구역에 대한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yknoh@newspim.com

저작권자(c)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