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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삼성전기 실적 대들보 된 ‘전장용 MLCC’... 전기차 시장 둔화에도 매출 1조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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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쌀 한톨의 15분의 1 크기인 MLCC. 초소형 제품이지만, 이 잔을 채우면 3억원가량의 가치가 있다./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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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가 효자 사업으로 자리 잡은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로만 올해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올해 예상 매출의 10%가 넘는 비중으로, 전기차 시장 둔화에도 전장용 MLCC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전자제품에 사용돼 전자산업의 ‘쌀’로 불려 온 MLCC는 전자제품 안에서 신호 간섭을 제거하고,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 부품에 필요한 만큼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쌀 한톨의 15분의 1 크기로 작지만, 와인잔 1잔(500mL) 분량의 제품 가격이 3억원에 달할 정도로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삼성전기는 지난 17일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전장용 MLCC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사업 목표와 현황을 소개했다. 김위헌 삼성전기 MLCC제품개발 상무는 “삼성전기는 웬만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에 MLCC를 공급 중”이라며 “자율주행차에 사용되는 ADAS(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용 고용량 MLCC 분야에선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전장용 MLCC 점유율은 일본 무라타가 41%로 1위, 삼성전기는 13%로 4위다. 무라타와의 점유율 격차는 아직 크지만, 삼성전기는 2022년까지만 해도 4%에 그쳤던 점유율을 경쟁사들보다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전장용 MLCC 수요는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비중 확대에 따라 꾸준히 늘고 있다. 최신 스마트폰 1대에 1100개 정도의 MLCC가 들어간다면, 내연기관 자동차는 3000~5000개, 전기차는 3만개 이상의 MLCC가 들어간다. 김 상무는 “삼성전기가 전장용 MLCC에 집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시장 성장률 때문”이라며 “전기차 시장은 주춤하지만, 전기차 분야가 매우 다양하고 하이브리드 전기차 영역의 성장세는 매우 높다”고 말했다. 현재 MLCC 시장 규모는 131억달러(약 17조7600억원)로, 2028년까지 연평균 8%씩 성장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전장용 MLCC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2%로, IT용(5%), 산업용(7%)보다 높다.

전장용 부품은 사람 생명과 직결된 만큼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IT용 MLCC의 보증 수명이 3년인데 반해 전장용 MLCC는 15년이다. 정격 전압도 전장용 MLCC는 IT용의 40배인 2000볼트(V)를 충족해야 하고, 휘어지는 강도도 2~6배 높아야 한다. 가격도 전장용이 IT용 MLCC보다 3배 정도 비싸다. 김 상무는 “전장용 MLCC의 신뢰성을 높이려면 결국 제품의 평균 수명을 늘리는 것이 관건”이라며 “평균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 내전압을 낮추고, 진동이나 외부 충격을 완화하도록 설계 구조도 변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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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위헌 삼성전기 MLCC제품개발 상무가 지난 17일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MLCC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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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상무는 삼성전기 MLCC 제품의 강점으로 원자재 자체 수급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MLCC를 만들 때 핵심은 원자재”라며 “전장용 MLCC는 부산과 중국 천진에서 생산 중인데, 부산 공장에선 원료를 자체적으로 생산해 고객이 요구하는 사양을 회사 안에서 직접 맞춰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자율주행에서 운전자를 돕는 ADAS, 파워트레인용, ABS(제동장치)용 등 다양한 전장용 MLCC를 개발·생산 중이다. 이 중에서도 삼성전기가 특히 집중하는 건 ADAS와 파워트레인이다. 김 상무는 “자율주행을 위한 ADAS엔 센서가 많아 그만큼 MLCC가 많이 들어가고, 파워트레인은 온도가 높은 엔진에서도 잘 버틸 수 있는 MLCC 수요가 높다”며 “특히 ADAS용 MLCC 시장은 2028년까지 약 69%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 기술력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서버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 상무는 “AI 서버용 MLCC에 요구되는 기준은 전장용과 거의 비슷하다”며 “수량은 많지 않지만 이미 AI 서버 시장에도 MLCC를 공급 중이며, 앞으로도 AI 서버와 5세대 이동통신 등 차세대 응용처 매출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10년 후엔 MLCC 핵심 시장이 휴머노이드 로봇과 우주산업 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전장용 MLCC보다 기술 조건이 까다로운 차세대 MLCC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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