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는 ‘단짠’의 강렬한 맛에 이끌린다. 하지만 점점 함흥냉면보다 심심한 평양냉면이 그리워지는 날이 온다. 요리사 박찬일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평양냉면의 맛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전 국민이 다이어트 중인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는 먹방이다. 자극적인 먹방에 열광했다가 요즘 토끼나 거북이가 야금야금 딸기를 먹는 영상을 보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한 후배가 있다. 고작 밤톨만 한 딸기 하나를 씹고, 씹는 존재를 보면 자신도 고민도 잘게 부서지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술 퍼마시고, 고래고래 노래 부르고, 울면서 친구에게 하소연하지 않아도 가능한 무해한 처방들. 나는 이것을 ‘두부적인 삶’이라 부른다. 두부적이란 건 일종의 태도다. 반찬 국물이 여기저기 튄 밥을 감싸는 잘 구운 김처럼 말이다. 도파민 범벅의 자극적인 것들의 시대에 내가 원하는 건 밥 옆에 가지런히 놓인 소금이나 김 가루 통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싱거우면 치고, 부족하면 넣으라는 태도. 맛이 그저 그런 음식을 내놓아도 심야 식당이 롱런한 이유를 알겠다. 때로 중요한 건 맛 이전의 이런 무심한 상냥함이다.
기고용 / 백영옥 소설가 |
[백영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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