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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이슈 한반도 덮친 미세먼지

서울 미세먼지 1㎍/㎥ 실화?…먼지·산불 역대급 줄었다, '많은 비'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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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맑고 청명한 날씨를 보인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시민들 뒤로 파란하늘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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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잦은 비로 인해 휴일마다 궂은 날이 많았지만, 예상치 못한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예년보다 많은 양의 비가 봄의 불청객인 초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고, 큰 산불을 방지했으며, 기온 조절에 기여해 쾌적한 봄 날씨를 선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봄철 미세먼지 농도 10년래 최저



석가탄신일에 내린 비가 그치고 16일 전국의 대기질은 이달 들어 가장 청정한 상태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서울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3㎍/㎥로 역대급으로 깨끗한 상태를 보였다. 마포구와 강북구·성동구·광진구 등 여러 자치구에서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1㎍/㎥로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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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3일 강원 강릉시 경포호 일원에 벚꽃과 튤립이 활짝 펴 관광객들이 초여름 같은 봄 날씨를 만끽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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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5월 서울 초미세먼지 농도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크게 개선됐고, 지난해보다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피해가 가장 심한 1~4월 서울 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22.8㎍/㎥로, 2019년 1~4월(34.8㎍/㎥)보다 34%나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27.5㎍/㎥)과 비교해도 17% 적다.

무엇보다 비의 세정 효과가 미세먼지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예년보다 비가 자주 내리면서 대기 중에 축적된 미세먼지를 씻어낸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국 강수량은 280.3㎜로 지난 10년 평균(213.6㎜)보다 31% 정도 많았다.

3월에는 황사가 평년보다 자주 발원해 역대 10위를 기록했지만 동시에 비도 많이 내려 황사 영향이 오래가지 않았다. 3월 하순인 17~19일, 28~31일 두 차례 내몽골 지역에서 발원한 황사가 유입돼 29일 서울은 황사 농도가 568㎍/㎥를 기록했다. 하지만 3월 하순은 평년보다 3배 이상 강수량이 많은 56.5㎜의 비가 내렸다. 3월 하순 기록으로는 역대 2위였다.

5월에도 상반기까지 서울 초미세먼지 수치는 평균 14㎍/㎥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월말까지 이런 수준이 유지된다면 지난 10년래 가장 대기질이 좋은 5월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5~2019년까지 5월 서울 초미세먼지 농도는 22~29㎍/㎥ 수준이었고 코로나 이후인 2020~2023년 5월은 17~20㎍/㎥였다.



산불 피해 면적, 역대 2번째로 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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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산불 피해도 줄었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산불은 전국에서 169건 발생했는데, 이는 10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피해면적(49ha)도 1986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2번째로 낮았다.

산림 당국은 올 초 강수량이 많은 덕분에 산불 예방 효과가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김만주 산림청 산불방지과장은 “올해 초 눈과 비가 자주 오면서 산불이 크게 번지지 않았고 산불 예방 정책이 큰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기온 높아졌지만, 비 올 때마다 평년 수준으로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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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린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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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올봄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크게 높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4월 전국 평균 기온(14.9도)은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하지만, 잦은 비가 열기를 식혀주면서 고온 현상에 대한 체감 강도는 낮았다. 비가 올 때마다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기온이 높을 때와 낮을 때의 진폭이 컸고, 기온이 떨어진 뒤 며칠 간은 평년 수준의 기온을 유지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덕분에 봄철 사과 작황도 우려했던 것보다는 나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북 예천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최효열 과수전문상담사는 “올해는 사과 꽃이 필 즈음에 기온이 높지 않았고 단비도 자주 내린 덕에 사과꽃은 적게 폈지만, 착과율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권순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센터 연구원은 “부사 품종 사과의 착과 상황이 좋은 건 아니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저온 피해가 작았다”고 했다.



여름철 많은 강수량은 우려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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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인 5일 쏟아진 호우로 경남 합천군 대양면의 한 마을이 집중호우로 물에 잠겼다. 사진 경남소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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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봄비는 결과적으로 ‘단비’의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여름철 많은 강수량은 홍수 위험을 키운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환경부는 이날 여름철 홍수대책을 발표하면서 “올해 여름 강수량이 평년(622.7~790.5㎜)과 비슷하거나 많고, 지역차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저기압 발달 강도와 대기 불안정의 영향으로 강수 강도와 양의 편차가 클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를 강화한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집중 호우로 도시침수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도시침수 지도를 제작해 공개했고, 하천 범람 가능성과 도시 침수 경보를 실시간으로 국민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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