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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in-터뷰] "지역의료 살리기, 의대정원 늘리고 인술 외쳐서 될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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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식 기자] [라포르시안] 이주병 제31대 충청남도의사회장은 의료계에서 대표적인 '실속파'로 꼽힌다. 이주병 회장은 대한의사협회 대외협력이사, 대선기획단 간사, 총선기획단 충남대표를 역임했으며, 충남 아산시의사회장을 거쳐 충남의사회에서는 수석부회장을 맡으면서 화려한 정책보다는 회원을 위한 실속있는 회무를 펼쳐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이주병 회장은 31대 충남의사회장 선거에서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과에 대한 지원방안과 의료기관의 과도한 경쟁 없애기 의사회협동조합을 통한 수익사업 확대 구인·구직시스템 구축 대출 및 금융지원 앞장 등 회원들에게 직접적으로 혜택을 줄 수 있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새롭게 충남의사회를 이끌게 된 이주병 회장은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로 의료계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비전 제시보다는 당장의 현안을 극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의협 출입기자단은 최근 이주병 충남의사회장을 만나 회무 방향과 현 의료상황에 대한 해법을 들어봤다.

라포르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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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도의사회 회장으로서 당장 주력할 회무는.

= 당장 주력할 회무는 회원들의 무관심을 극복하는 것이다. 회원들 전반에 깔려 있는 의협 무용론과 수많은 의료악법통과에서 기인하는 패배주의적 사고를 타파하는 것이 제일 시급한 일이다. 이를 위해 일단 회원 곁으로 달려가는 회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려 한다. 서울보다 전체면적이 무려 13배나 더 큰 충남의 회원들을 만나러 다니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회원들의 이야기를 하나라도 더 들을 수 있고, 그것이 회원들의 무관심을 극복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로 인한 의-정 간 대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이 있다면.

= 나는 충남의사회장이지만 대한의사협회 충남지부장이기도 하다. 지금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중앙인 의협이 나아가고자 하는 길이 있고, 그것이 전체 회원들의 뜻이라면 그 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서로 해법이라고 떠드는 순간 배는 산으로 가게 되고, 그 조직은 와해되기 시작한다.

- 충남은 다수 지자체가 인구 감소와 소멸 위험에 처해 있는 만큼,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해법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충남의 경우 1만명 당 의대정원은 0.63명으로 전국평균 0.59명 보다 높다. 그러나 1,000명 당 의사 수는 1.54명으로 전국 평균인 2.13명보다 현저히 낮다. 이는 현재의 지역의료 문제가 의대정원 수에 있는 게 아니라 의료기관을 설립하고 유지, 운영할 만한 유인책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 자료이다. 천안 삼성SDI, 아산 삼성디스플레이와 현대자동차, 당진 현대제철, 서산 대산한화화학단지 등 대기업이 있는 도시는 인구 유입도 잘 되고 의료기관도 증가하고 있다. 그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도 많은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의료도 그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의료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지방세 감면 등의 세제 혜택도 주고, 직원 고용도 쉽게 할 수 있게 공공기숙사도 건립해주는 등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 막연하게 의대생 수를 늘리고 슈바이처 같은 인술만 외칠 일은 아니다.

- 올해 의사회 회무 중 지역 맞춤형 사업이 있나.

= 충남의사회 내에 각과 개원의협의회를 만드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지역의사회는 시군구라는 지역 단위로 분할돼 있고, 그에 따라 회무가 진행되다보니 각 과의 특색이나 문제점들은 무시된 채 그저 지역 내 의료기관에 지역보건소, 지역 건강보험공단 등의 업무협조 및 공문이나 전달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충남 개원의협의회를 만들고 이를 통해서 각 의료기관들의 특색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고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한다.

충남의사회 홈페이지 내에 지역 맞춤형 구인구직 사이트를 개설할 계획이다. 의협에서는 시니어클럽이라고 해서 퇴직하는 원로의사들이 지방에 내려와 여생을 보내며 주민을 치료하는 것을 지역의료의 대안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그게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그들이 내려와 생활하며 적응하는 것만도 무척 힘들 것이다. 이미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적응이 잘 된 의사들을 지역 내 의료기관과 연계해주고, 지속적으로 양질의 의료기관을 개발하고 관리 및 연계함으로써 회원들에게 장기적인 삶의 계획을 세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 회장선거에서 '의료기관의 과도한 경쟁 없애기'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현재 의료기관 간 경쟁에 어떤 문제점이 있으며, 어떻게 경쟁을 없애겠다는 것인가.

=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비급여다. 특히, 독감 백신, 레이저 시술 등의 가격 덤핑이 심각하다. 이런 무분별한 가격 덤핑을 통해 과도한 출혈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지역의사회 힘만으론 이를 통제하기에 한계가 있다. 앞서 말한 충남의사회 내 각과 개원의협의회에서 유관 진료과들의 논의를 통한 합리적인 권장 소비자 가격을 매년 만들고, 이를 각 의료기관에 통보·유도함으로써 과도한 경쟁을 없애려고 한다. 필요하다면 가격조절을 위해 충남의사회의 기획TF를 통해서 공동구매사업도 진행하려고 한다.

- 정부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확대에 대한 입장과 지역 개원가 회원들의 실제 반응은.

= 비대면 진료시범사업은 내가 의협에서 이사로 회무를 할 당시에도 적극적으로 반대하던 정책이다. 이 정책을 반대하는 핵심은 오진 시에 비대면 의사가 대면 의사와 동일한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킹으로 인한 의료정보의 유출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시범사업이란 그 문제점이 해결돼야만 확대할 수 있는 것인데, 이런 것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확대한다면 의사와 국민의 피해도 확대되는 것이 자명하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를 적극 추진하고, 진료건수가 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걱정스럽다. 정확하게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지역 내에 비대면진료에 관심은 있지만 실제로 하고 있는 회원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그런데 기껏 비대면 진료를 받은 후에 약은 배송되지 않기 때문에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갔더니 2층에 의원이 있는 난센스가 발생하고 있다는 말은 들린다. 누구를 위한 비대면 진료인지 모르겠다.

-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집행부가 출범했다. 새 의협 집행부에게 바라는 점은.

= 업적을 남기기 위해 조급하지 않았으면 한다. 세상에 메시아는 없으며 그 누구도 타인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은 없다. 그저 차근차근 회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한걸음씩 나아가길 바란다. 회무보다 잿밥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국회의원을 만나 악수하고 사진 찍고 그들에게 주요 법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법안을 만들고 십수년간 의료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각 당과 의원실의 보좌관들과 정책토론을 많이 하길 추천한다. 그렇게 물밑에서 각 당과 정책적으로 교류하면 정책적 연대감도 많이 갖게 될 것이다. 그런 연대감과 신뢰 등이 쌓여야만 첨예하게 정책적인 충돌이 발생했을 때도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다. 그저 사진찍고 자신의 정치적인 경력만을 쌓기 위해 국회에 드나들지 않길 진정으로 바란다.

- 의협은 지속적으로 의사들의 정치세력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의사의 정치력은 타 보건의료직역에 비해 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의사의 정치력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의사회의 역할은 무엇일까.

- 의협은 10년 넘게 정치세력화를 외쳐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가시적인 성과를 낸 적은 거의 없다. 정치세력화를 선거철에 의사회원과 회원 가족의 숫자만을 강조하는 식의 티켓파워만을 생각한다면 그건 매우 추상적이고 허구적 정치세력화이다. 진정한 정치세력화가 되려면 실제로 의사회에서 당선자를 만들어야만 한다. 직접적인 의사회원이 아니더라도 의사회원의 뜻을 함께하는 정치인을 군·구의회의원으로, 도의회의원으로 만들고, 국회의원도 만들어서 실제로 의료정책을 감시하고 추진할 수 있는 세력이 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안타깝게도 10만원의 세액공제가 되는 정치후원금마저도 외면하고 있다. 시도의사회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정치세력화의 기초가 되는 정치후원금부터 강조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치권 안에 우리 편을 많이 만들어 내야 한다. 그게 진정한 정치세력화이다.

- 의대 정원 증원 사태로 인해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한 상태이다. 충남도의사회에선 사직한 전공의를 위해 어떤 지원책을 고민 중인가.

= 경제적으로 힘들어 하는 전공의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학창시절 학자금을 대출받거나 국가장학금을 받은 사람들이고, 지금 그들은 지금 이자내기도 버거워하고 있다. 또, 육아 비용으로도 많이 힘들어 하는 상황이다. 이런 후배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듣고 도와주려 해도 정부에서는 각종 트집을 잡고 불법을 주장하며 방해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의사회에서 어떻게 지원하겠다고 속 시원하게 말하지는 못한다. 다만 사직 전공의들이 너무 힘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 합법적 수준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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