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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日의 네이버 ‘라인 강탈’ 사태, 한·일 외교문제로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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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정보유출 빌미 행정지도 후 네이버 지분 축소 논의 진행

野, ‘사이버영토 침탈’ 비난

전문가, “ISDS 등 대응 필요”

세계비즈

라인 로고. 라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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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메신저 앱 라인의 ‘지분 매각’ 이슈가 한일간 외교문제로 번질 위기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두고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에 행정지도를 내리면서다. 당시 라인은 네이버 클라우드 서버가 공격받으면서 이용자 정보 등 약 51만9000건이 유출되는 피해를 입었다. 이를 빌미로 일본 총무성은 3월과 4월 두 차례나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고 요구했고, 일본 소프트뱅크와 함께 라인야후의 지주회사인 A홀딩스의 지분을 50%씩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는 3월부터 반강제적으로 지분 축소를 논의하고 있다.

현재까지 네이버는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소프트뱅크와 협의하겠다는 내부 지침을 세웠고, 우리 정부는 네이버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해 필요하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를 그저 지켜보면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와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 소속 의원들은 12일 ‘네이버 라인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을 비판했다. 휴식과 치료를 위해 입원 중인 이재명 당대표가 앞선 11일 SNS에 “이토 히로부미는 조선 영토를 침탈했고 이토 히로부미 손자는 대한민국 사이버영토 라인을 침탈하고 있다. 조선, 대한민국 정부는 멍(하게 있다)”이라고 비판하자 소관 상임위 민주당 의원들도 공식 석상에 나선 것이다.

과방위 간사인 조승래 의원과 외통위 간사인 이용선 의원은 “라인 강탈 시도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행태는 명백한 국익 침해이자 반시장적 폭거지만 정부는 바다 건너 불구경이다. 즉각적인 국회 상임위원회 개최와 국회 차원의 대응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라인은 일본·태국·대만·인도네시아 등을 비롯해 전 세계 월 이용자 수 1억9600만명(지난해 12월말 기준)에 달하는 아시아 대표 메신저 앱이다. 소프트뱅크와 손잡기 전인 2011년부터 네이버가 출시하고 키워낸 서비스다. 때문에 국가에서 지켜내야 할 자산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라인 경영권과 위탁 관계 등 기술 협력을 넘겨주게 되면 국익에서 막대한 손해다.

국제 통상 전문가들은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제도(ISDS) 등 강력한 대응까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ISDS란 투자유치국의 투자자 보호 의무에 위반이 발생한 경우, 발생한 손해에 대해 투자자가 직접 국가를 상대로 국제 중재를 통해 배상받는 제도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을 지냈던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일본이 경제안보를 빌미로 라인이 10년 넘게 공들여왔던 플랫폼 사업을 날로 먹겠다는 속내가 있는 것 같다”며 “일본 정부가 안보라는 핑계로 예외라고 말하겠지만, 우리는 ISDS 카드를 가지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가 국제통상법 ‘비례성 원칙’을 위반한다고 꼬집었다. 송 변호사는 “경영권을 넘기라는 압박 행위 자체는 중대한 국제통상법 위반이고, 판례도 있다”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국제 중재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증권업계는 지배구조상 언젠가는 발발할 문제였다고 보고 있다. 통상적으로 국적이 다른 두 회사가 합작사를 설립할 때 주도권이 누구한테 있는지 명확히 하고, 추후 경영 마찰을 줄이기 위해 51대49의 지분 비율을 갖는데,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동등한 지분 비율을 구성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사회는 3대4로 오히려 소프트뱅크가 우세한 구조다. 이에 증권업계는 네이버가 소프트뱅크를 너무 신뢰했고,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탓에 결과적으로 100% 자회사였던 라인 지분의 반을 일본에 넘긴 셈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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