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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원‧달러 환율 1400원 찍으면 한국 경제서 벌어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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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덕 기자]

지난 4월 16일 장중 원ㆍ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가자 한국은행이 환율방어에 나섰다. 그로 인해 4월 외환보유 잔액은 전월보다 50억 달러가량 줄었다. 한은이 1400원대 환율을 '위험한 신호'로 판단했다는 건데, 이유가 뭘까. 환율이 1400원대를 넘길 때마다 우리나라 경제엔 큰 시련이 닥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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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1.00원. 9일 기준 1달러당 원화 가격이다. 4월 16일 원ㆍ달러 환율이 1393.50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제법 안정화했다. 물론 자연스러운 변화는 아니다. 한국은행의 조치가 있었다.

한은에 따르면 4월 말 외환보유 잔액은 4132억6000만 달러(3일 환율 기준 약 560조4000억원)였다. 전월(4183억5000만 달러)보다 50억9000만 달러가 줄었다. 감소폭은 원ㆍ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향해 고공행진하던 2022년 9월(196억7000만 달러 감소) 이후 가장 컸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감소 이유를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로 인한 시장안정화 노력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종종 환율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공단과 외환스와프를 체결한다. 국민연금공단이 해외투자 시 시중에서 달러를 사지 않고 한은이 보유한 달러를 구입하도록 계약을 맺는 거다.

그러면 달러 수요를 줄여 환율시장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 지난 4월 16일 장중 원ㆍ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기면서 다양한 우려가 나오자 한은이 환율방어에 나선 셈이다.

당시 기획재정부와 한은은 공동으로 "외환당국은 환율 움직임, 외환 수급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외환당국이 원ㆍ달러 환율 1400원대 접근을 '위험한 신호'로 받아들였다는 건데, 그 이유가 뭘까. 역사적 통계로 그 이유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그동안 원ㆍ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긴 건 1997년(IMF 외환위기), 2008년(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레고랜드 사태+미국 금리인상)뿐이었다.

공교롭게도 그때마다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좋지 않았다. 외환위기의 출발점인 1997년과 그 이전을 제외하면 1998년 이후 무역적자를 기록한 건 2008년, 2022년, 2023년 세차례뿐이다. '원ㆍ달러 환율 1400원대 접근'과 '무역수지 적자' 사이에 상관관계가 깊다는 얘기다.

물론 일반적으로 원화가치가 낮으면 무역수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업이 같은 1달러로 물건을 판매해도 원화로는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고, 반대로 해외에서 같은 1달러로 물건을 수입한다면 가격이 올라 수요가 줄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고환율기인 1997년, 2008년, 2022년, 2023년에 무역적자를 기록했다는 건 뭔가 다른 영향이 있었다는 건데, 공통점은 국내 경기나 글로벌 경기가 매우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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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은 국내 경제가 완전히 무너진 시기였고, 2008년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가 휘청였다. 2022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2021년 하반기에 시작된 중국의 경기침체가 겹쳤다. 2023년은 전년도 악재의 연장선에 있었다. 지금은 미ㆍ중 갈등은 깊어지고 있고,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경제를 어둡게 전망하는 지표인 초고환율은 '위험한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했을 것으로 보인다. 수출은 어려워지고, 수입물가까지 뛰어오르는 상황이라면 무역적자는 물론 국내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해서다.

더구나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 가운데 자동차를 제외하면 대부분(반도체ㆍ철강ㆍ석유화학ㆍ석유제품 등)이 중간재다. 이에 따라 수출제품 가격에 고환율이 즉각적으로 반영되기도 어려운 구조다. 환율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는데도 외환당국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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