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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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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 핵심 기술 이전 놓고 ‘동상이몽’… 공동개발 실효성 훼손 [印尼 ‘KF-21 분담금’ 삭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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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시제기 1대·기술자료 이전 받기로

핵심 기술은 제외… 기술진 열람도 제한

印尼측 “기술 이전 완전히 못받아” 주장

분담금 조정 통해 재정 부담 낮추려 한 듯

韓 정부 리스크 관리·대응책 미비 지적

정부가 KF-21 공동개발에 참여한 인도네시아의 분담금(1조6000억원)과 관련, “분담금의 3분의 1가량인 6000억원만 2026년까지 내고 기술이전도 덜 받겠다”는 인도네시아 측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입장이지만, 체계개발비(8조1000억 원)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만 부담하게 되면 공동개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세계일보

방위사업청은 한국형 초음속전투기(KF-21) 개발 분담금을 약속한 규모보다 1조원가량 덜 내겠다고 한 인도네시아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사진은 2023년 6월 28일 KF-21의 마지막 시제기인 6호기가 경남 사천 제3훈련비행단에서 시험 비행을 하는 모습. 방위사업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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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기술, 韓 “우리도 못 줘”

이 같은 결과는 KF-21 기술 관련 문제를 둘러싼 ‘동상이몽’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타라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방부 측은 “분담금 조정은 기술이전을 완전히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인도네시아 기술자가 참여하지 않는 프로그램에 비용을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원하는 수준의 기술이전은 처음부터 실현이 어려웠다는 점에서 인도네시아의 주장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KF-21 체계개발을 시작할 때 개발비의 20%인 약 1조6000억원을 부담하고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이전받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핵심기술은 이전 대상에서 제외됐다. KF-21 체계개발을 맡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인도네시아 측에 이전할 수 있는 기술과 그렇지 않은 기술을 구분했다. 이전 대상에서 빠진 기술은 해외에서 들여왔거나 해외 원저작권 국가 수출승인(E/L) 등과 관련된 기술 등으로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기술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 다수는 KAI에 있던 인도네시아 측 기술진의 열람도 제한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항공전자장비와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 엔진은 국내 업체나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만든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한다면 인도네시아 측이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기술이나 부품·장비 등의 생산 물량은 매우 제한적이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분담금 조정 등을 통해 재정적 부담을 낮추려 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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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KAI에 있던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이동식저장장치(USB)에 KF-21 관련 자료를 저장해 반출하려다 적발된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기술이전 및 열람 범위 제한을 우회하려는 인도네시아 기술진의 시도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 같은 분담금 조정에 대응해 기술이전 규모 등을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소식통은 “인도네시아에 넘기기로 했던 시제기 1대와 기술 개발 관련 핵심 자료 40여건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도 “6000억원만 내고 1조6000억원의 기술을 (인도네시아가) 가져갈 일은 절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체계개발 단계에서부터 기술이전 및 개발 참여 수준과 분담금 납부 규모를 연계하려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움직임에 대응할 옵션을 미리 준비했다면 KF-21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충분히 예견됐던 재정문제

인도네시아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와 재정 문제 등을 이유로 분담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다. 분담금 연체 규모가 늘어날수록 국내에선 인도네시아 정부의 재정 여력 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재정 문제를 들어 군 전력 증강 사업을 중단한 적도 있었다. 지난 1월 인도네시아 국방부는 카타르가 사용하던 프랑스산 중고 미라주 2000-5 전투기 12대를 7억9200만달러(약 1조385억원)에 사기로 한 계약에 대해 재정 문제를 들어 연기를 결정했다. KF-21 분담금 조정에 대해서도 ‘투자 효율화’를 강조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부는 KF-21 시제기가 시험비행을 하는 동안에도 분담금 문제를 풀지 못했다. KF-21 초도양산 계약 시점이 다가오면서 인도네시아를 대체할 파트너를 찾기도, 개발 일정 연기도 어려운 시점에 이르자 인도네시아의 발언권은 한층 커졌다. 결국 세금으로 부족분을 메우는 것 외에는 대안이 남지 않게 됐다는 평가다. 인도네시아 측의 재정 여력과 사업 참여 의지 등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일찍부터 마련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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