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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국내 10대 제약·바이오社의 현실…R&D 비용, MSD 5%도 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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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그래픽=박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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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지난해 국내 매출 상위 10개 제약·바이오기업의 R&D(연구개발) 지출 비용을 모두 더해도 글로벌 1위 기업 R&D 비용의 5% 미만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R&D 비용을 쓴 미국 머크앤드컴퍼니(MSD)는 신약 개발을 위해 약 41조원을 지출했다. 국내 신약 개발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에 맞서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기업 10곳 R&D에 1조9836억원 지출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셀트리온은 R&D 비용으로 지난해 매출의 15.75%인 3427억원을 지출했다. 국내 기업 중엔 가장 큰 비용을 투입했지만, 전년 대비 17%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용 비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SK바이오팜으로 매출의 40% 가까운 1376억원을 신약 개발 등에 썼다.

삼성바이오로직스(3253억원), GC녹십자(2066억원), 한미약품(2050억원)은 지난해 매출의 8~16%를 투자해 R&D에 2000억원 넘게 투입한 기업으로 꼽혔다.

녹십자(1953억원), 유한양행(1944억원), 종근당(1512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1172억원), 동아에스티(1083억원) 등 나머지 기업도 지난해 1000억원 넘는 R&D 비용을 지출했다.

종근당을 제외하면 모두 10% 넘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을 보였고,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는 SK바이오팜에 이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이 30%를 넘어 미래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MSD 한 곳 투자비만 41조원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사 10곳 모두 1000억원 넘는 R&D 비용을 지출했지만 글로벌 빅파마에 비하면 여전히 적은 수치에 불과하다.

드러그 디스커버리앤 디벨롭먼트(Drug discovery & development)와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MSD는 매출의 50.79%인 305억3000만달러(약 41조6000억원)를 R&D 비용으로 썼다. 국내 기업 10곳의 연간 R&D 비용을 모두 합쳐도 MSD 한 곳 지출의 4.8%에 불과하다. MSD가 17일에 한번씩 투자하는 비용이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사 10곳이 1년에 걸쳐 투자하는 비용과 맞먹는 셈이다.

로슈와 노바티스가 각각 147억3397만달러, 136억7200만달러를 지출했다. 존슨앤드존슨과 아스트라제네카도 각각 119억6300만달러와 100억2000만달러를 R&D에 투입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2년 바이오헬스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의 총 매출액은 134조2929억원이고, R&D 비용은 6조3068억원이었다.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의 연간 R&D 비용을 모두 합쳐도 MSD 한 기업이 1년 간 사용하는 R&D 비용의 15%에 불과하다. 국내 1만7200여개에 달하는 모든 제약‧의료기기‧화장품 기업의 연간 R&D 비용은커녕 총 매출액을 더해야 간신히 빅3 글로벌 빅파마 R&D 투자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글로벌 10개사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평균은 26%로, 국내 기업 평균 17%와 9%펴인트(p) 차이 났다. 매출 자체도 빅파마에 비해 적지만, R&D 투자 비율도 더 낮았다.

신약 개발에 턱없이 부족한 투자비

국내 제약바이오사 역량은 이제 좋은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발견단계에서는 상당한 진전을 이룬 걸로 평가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본의 한계와 리스크로 인해 후기 임상개발까지는 어렵더라도 라이센스 아웃(기술수출)까지는 잘 진행되는 경우가 늘었다"면서 "초기 후보물질을 찾고 효능을 입증하는 부분에서는 갖춘 인프라에 비해 훌륭한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신약 개발의 전 단계를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 자체가 글로벌 빅파마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신약 1개 개발에는 인건비 등을 포함해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1~2조원 정도가 든다고 알려져있다. 실제로 2019년 기준 신약 개발 비용 추정치는 1억6100만 달러에서 45억4000만 달러(2019년 기준)까지 다양하다. 한화로 따지면 약 2200억~6조원 수준이다. 국내 기업이 임상 3상 단계부터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거나 기술수출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기업은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3년 4분기 및 연간 상장 바이오헬스케어기업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은 매출이 줄었지만 오히려 연구개발 투자를 늘렸다. 의료기기 분야 중견기업을 제외한 모든 기업에서 연구개발비는 3조4424억원으로 전년 대비 전체 4.5% 증가했다. 이 중 보조금은 총 771억원 수준으로, 전체 연구개발비의 2.2% 수준이다.

의약품분야만 따로 분석해보면, 전체 의약품 기업 연구개발비와 보조금은 각각 3조382억5200만원, 659억6900만원으로 연구개발비는 전년(2조9129억5700만원, 904억9800만원) 대비 4.3%(1252억9500만원) 증가한 반면, 보조금은 27.1%(245억2900만 원) 감소했다. 기업이 매출이 줄어드는 악조건 속에서도 고용과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려 위기를 극복하려 시도하는 중에도 정부 보조금 규모는 감소하며 엇박자를 냈다.

업계에서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모두 R&D 비용을 과감히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용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단장은 지난달 4일 '노보 노디스크 파트너링데이' 심포지엄에서 "제약바이오산업 성장의 핵심은 신약개발"이라며 "한국 기업의 글로벌 제약시장 점유율은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 대기업도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으나, R&D 투자는 글로벌 투자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제4차 포럼에서 김봉석 보령 전무는 "앞으로 10년간 2조 원을 투자해서 1개의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창출하겠다고 하는데,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메가펀드"라면서 "1조가 아니라 5조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 정도는 돼야 신약이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블록버스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현 기자 bott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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