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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보일러 틀면 아파트 옆집이 따뜻" 6년간 추위에 떤 노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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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70대 부부가 보일러가 작동되지 않아 난방비를 내면서도 추위에 떨며 지냈는데, 6년 만에야 보일러 관련 장치가 옆집과 잘못 연결되어 있었다는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아시아경제

A씨가 공개한 보일러 배관 [사진출처=유튜브 'JTBC 사건반장' 캡처]


29일 JTBC ‘사건반장'은 보일러 시동장치 하자로 6년 동안 추운 겨울을 보낸 70대 부부의 사연을 전했다. A씨 부부는 2017년 11월 초 신축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이사 후 겨울을 맞은 이들은 난방을 위해 보일러를 틀었지만, 온도를 아무리 높여도 방이 따뜻해지지 않았다.

아내 A씨는 "집이 실내가 아니고 바깥 같았다. 온수 매트, 전기 매트 위가 아니면 추워서 안 되고 뜨거운 물로 욕조에 물을 받아서 몸을 덥히고 나와야 숨 좀 쉴 수 있었다"며 "100년도 못사는 인생을 200년 늙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부부는 입주 후 6년간 단 한 번도 따뜻한 겨울을 보낸 적이 없어 매년 겨울마다 관리사무소에 문의했으나 ‘아무 이상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2022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는 보일러를 아예 틀지 않았는데 난방비는 매달 10만원 이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의문을 품고 관리사무소에 문의했지만 "집안의 일부인 창고에 난방이 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추위가 심해지자 A씨는 관리사무소에 연락해 보일러를 한 번 더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고, 그제야 집이 냉골인 이유가 밝혀졌다. 알고 보니 보일러의 원격 시동장치가 옆집과 잘못 연결돼 있어, A씨 집에 보일러를 틀면 옆집이 따뜻해지고 있었다. A씨는 "옆집과 교류가 없어 그간 확인을 못 했고, 옆집도 보일러 문제 때문인지 3번이나 이사했다"고 부연했다.

사실을 알게 된 A씨 부부는 아파트 건설업체에 따졌지만, 업체 측은 되레 A씨를 탓했다.

업체 측은 "(예를 들어) 차에 문제가 있으면 제조사한테 문의해야지, 정비사한테 가서 계속 말한 격이다. 우리한테 접수했으면 좀 더 빨리 발견했을 거다"라며 "지금 거의 6년이 지나지 않았나. 저희에게 접수된 이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옆집과의 온수비 차액인 54만원을 지원하는 것 말고는 (다른 보상은) 못 해준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제가 전문 시공업자도 아닌데 보일러 배관 신호가 바뀐 걸 어떻게 알 수 있냐"며 "건설업체의 대응에 너무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후 건설업체에서 별다른 연락은 오지 않았다"며 "옆집과 바뀐 보일러 배관은 수리한 상태"라고 밝혔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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