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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美-EU 이간질"… 中스파이 경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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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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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디리스킹(위험 제거)을 명목으로 중국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자 중국이 유럽 전역에서 스파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영국, 독일 등에서 군사적으로 민감한 정보를 빼돌려 우위를 점하기 위해 대학과 연구소에 스파이를 심고 정보를 탈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5월 프랑스, 헝가리, 세르비아 등 유럽 순방을 통해 우방 확보에 나선다. 중국이 미국과 유럽 사이의 균열을 유도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스파이 활동을 강화하면서 유럽 안보당국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영국·독일 정보당국이 발표한 중국 스파이 사건이 대표적이다.

영국 검찰은 지난 22일 중국에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전직 의회 연구관 크리스토퍼 캐시(29), 크리스토퍼 베리(32) 등 2명을 기소하기로 했다. 같은 날 독일 검찰은 방위 산업 기술을 중국 정보기관에 빼돌린 혐의로 독일 국적자 3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장시간 중국 당국과 친밀한 교분을 유지하며 관련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영국 정부는 대학과 연구기관의 보안 서비스를 일제히 점검했다. 그 결과 중국 등 일부 국가가 군사적·상업적 우선순위에 있는 기술을 탈취하기 위해 대학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판단하고 대학과 연구기관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앞으로 대학과 연구기관이 외국 기관의 투자를 받거나 파트너십을 체결할 때 정부와 보안 협의를 하도록 시스템 개편을 추진할 방침이다.

FT는 중국이 오랜 시간에 걸쳐 정치적 영향력을 만들고 유럽인의 태도에 영향을 주기 위해 첩보 활동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올해 1월 벨기에에서 적발된 극우당 전 의원 프랭크 크레이엘만은 수년간 중국과 접촉해왔고, 벨기에 당국은 2018년부터 사건을 인지해오며 그를 추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FT는 과거에 여자 첩보원이 주요 인물을 포섭하는 '허니팟' 형태의 공작이 성행했다면 최근에는 장기간 영향력을 줄 수 있는 형태의 공작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유럽연합(EU) 외교 당국은 2019년 본부가 있는 브뤼셀에서 중국 스파이만 약 250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이 과거 첩보·간첩 색출 등을 담당하는 중국 국가안전부(MSS)를 활용해 유럽 활동을 주도하고 있으며, 유럽 극단주의 세력과 접촉하고 있는 러시아 정보 당국과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근 독일에서 방산 기술을 유출한 독일 국적자들은 중국 국가안전부에서 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국가들은 이를 계기로 러시아와 전략적 관계를 구축한 중국을 더 이상 경제적 기회의 원천이기보다는 안보 위협의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시 주석은 유럽 내에서 반발이 커지자 우군 만들기에 나섰다. 당장 오는 5~10일 5년 만에 유럽 순방에 나서면서 프랑스, 헝가리, 세르비아 등과 경제적·정치적 교류를 향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미국과의 단결보다는 친중국 성향 국가를 만들어 서방 세계에 균열을 내겠다는 심산이다.

전기차 관세 상향, 태양광 반덤핑 조사, 의료기기 불법 입찰 의혹 등 EU의 대중국 제재를 완화하고,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등 경제적 유인을 미끼로 미국과 EU의 연대를 약화시키겠다는 복안이다.

30일 블룸버그는 미국과 달리 EU 회원국들이 중국 투자를 원하고 있고, 중국도 EU와의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시 주석의 유럽 순방 배경을 전했다.

충자이안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중국 입장에 더 공감할 수 있다고 여기는 EU 회원국들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이라며 방문지 3국이 상대적으로 친중국 성향이라고 전했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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