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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단독] 채권단은 ‘청산’, 태영건설은 ‘포기 못해’···구미 사업장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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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0세대 구미 PF사업장 놓고 다른 판단

태영건설 “청산 확정되도 구미사업장 지키겠다”

다음주 특별약정 체결…구미 사업장 처리 미루는 안 결정될 듯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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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태영건설에 대한 채권단 협의회의 기업개선계획이 30일 의결됐다. 이에 따라 경영 정상화를 위한 태영건설의 계열사 매각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한 정리가 본격화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태영건설이 60곳의 PF 사업장 중 하나인 경북 구미의 주택 사업장에 대해 사업을 이어가고 싶다는 의견을 채권단에 제시했다. 태영건설은 5월 중 특별약정 체결을 목표로 이해관계자들과 협의 중이다. 여기에는 구미 사업장만 철수, 사업유지 여부 결정을 유예하자는 내용이 담긴다. 결국 태영건설이 사업을 이어갈 수 있게끔 시장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PF 사업장에 대한 경·공매를 활성화해 처분을 촉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이처럼 사업성에 대한 시각 차가 존재하면서 PF 사업장 처리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30일 제3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 부의한 기업개선계획 안건들에 대해 75% 이상의 채권단 찬성으로 가결 요건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기업개선계획에는 대주주 구주를 100대 1로 감자하고, 워크아웃 전 대여금 4000억원에 대해 100% 출자전환, 워크아웃 후 대여금 3349억원에 대해 100% 영구채로 전환하는 방안이 담겼다. 산은은 “자본잠식을 해소하고 거래재개가 이뤄질 수 있는 자본확충 방안을 신속하게 실행해 2025년 이후에는 정상적인 수주활동이 가능한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태영건설과 PF 대주단 사업주체(SPC),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다음달 초 구미 그랑포레데시앙 사업장(꽃동산 개발사업)에 대해 별도 특별약정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채권단과 대주단 이견이 있는만큼 추가 논의를 거쳐 이 사업장의 구체적 처리방식이 담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미 사업장은 도량동 꽃동산 공원 내 3개 단지(총 2643세대)를 건설하는 대형 주택 프로젝트로, 대구은행과 광주은행이 지난해 8월 총 1900억원을 빌려주면서 닻을 올렸다. 지난해 1단지 분양률 17%를 기록한 상태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함께 사업이 멈췄다.

특별약정에는 구미 사업 철수 여부 결정을 미루자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 이미 산업은행은 회계법인 실사를 거쳐 구미 사업장을 철수 대상으로 분류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자들은 잔존가치와 청산가치 중 1원이라도 많은 쪽을 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미시 자료를 보면, 지난달 기준 구미 전체 분양 가구 중 32%가 미분양 상태다. 채권단은 위축된 주택시장이 급반전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즉각적인 철수가 사업을 지속하는 것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반면 태영건설은 사업성을 달리 본다. 통상 분양이 이미 진행된 사업장의 철수가 결정되면 시공사는 사업에서 손을 떼야하지만 태영건설은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사업 철수가 확정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들어가 기존 수분양자에게 분양 계약금을 돌려주고 사업장을 제3자에게 통매각한다.

하지만 대주단과 HUG 등은 철수를 결정해도 대체 시공사를 구하기 어렵고, 태영건설이 이 사업장을 지키고 싶다는 점을 들어 최소 6개월 가량 사업장 처리 자체를 미루자는 안을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늘어나는 PF대출 이자 등도 이번 특별 협약에서 조율될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 관계자는 “부동산 가치는 장래 기대감이 반영되기 때문에 태영건설 입장에선 시기만 맞으면 사업성이 좋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회계법인 실사를 통해 20개 브릿지론 사업장에 대한 처리 방안이 나온 것은 맞지만 그 결과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기에 계속해서 대주단, 주요 채권단이 의견을 조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경공매 활성화 압박하지만
사업성 이견 등에 현장 속도는 지지부진


‘철수’와 ‘사업유지’로 극단적으로 입장이 갈린 구미 사례는 PF사업장 처분을 결정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최근 금융당국은 PF대출이 많은 금융기관들에 부실 사업장을 경·공매로 매각할 것을 압박하고 있으나 사업성에 대한 시각차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PF대출 연체율이 6.9%에 달하는 저축은행 업권도 마찬가지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사업장 한 곳에 대주단이 여럿인데 사업성을 모두 제각각 판단하면서 최초입찰가격 및 입찰가격 범위를 정할 때 이견이 생기고 있고 그만큼 경·공매 작업이 지연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PF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는데, 현장에서는 정부 정책과 별개로 부실 사업장이 매각되는 속도는 더딜 수 있다고 본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PF사업장은 시행사, 시공사, 대주단, 지역 유관기관, 보증기관 등 이해당사자가 많은 데다 사업장 위험요인을 판단하는 내부 기준 역시 업권이나 회사별로 다르기 때문에 끊임없이 조율해야만 유동성을 더 넣거나 경·공매로 가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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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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