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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당국·독일서도 “김정은 2국가론, 통일 직전 동독 노선과 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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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서 1971년 동독의 기미 보여’

獨 일간지, 해당 제목 기사 보도

통일부도 北 대남노선 전환 관련

동독 통일지우기 관련 사례 검토

“서독, 일관된 동방정책 교훈 삼아야”

‘북한에서 1971년 동독의 기미가 보인다.’

2월 독일 유력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자이퉁(FAZ)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동족·통일을 거부하는 북한의 새로운 대남노선을 놓고 통일부와 전문가들은 물론 독일에서도 북한의 새로운 대남노선이 통일 직전 동독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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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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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FAZ의 해당 기사를 소개한 이동기 강원대학교 평화학과 교수는 “1971년에서 1974년 사이 동독의 국가기구와 사회단체, 정치활동과 문화 영역에서 ‘독일’이나 ‘독일 전역’이란 용어가 사라졌다”고 했다. 또 동독 집권당인 사회주의통일당이 “철학자들을 동원해 민족 개념을 재정립하고 역사가들을 동원해 새로운 민족사를 서술케 하면서 동독 주민에게 새로운 정체성 형성을 강제했다”고 말했다.

동독은 1949년 10월7일 독일 동부지역에 ‘독일 땅의 두 번째 국가’라는 의미의 독일민주공화국(DDR)이란 이름으로 건국됐다. 건국헌법부터 1960년대 후반까지도 독일 통일을 목표로 삼는 조항을 유지하며 독일은 하나의 단일민족이고 통일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동독은 1957년부터 1966년까지 서독 정부에 ‘국가연합’을 통일방안으로 계속 제안했다. 1960년대 후반 변화 조짐이 보였고, 1970년대 이르러 ‘전체독일 민족’ 지우기가 가시화했다. 서독과의 모든 대화와 협상을 외국과 외교관계를 맞는 외무부에서 담당하게 하고, 정부 기관명에서 ‘독일’이란 말까지 지우고 ‘동독’으로 바꾸느라 ‘독일방송’은 ‘동독의 소리’로, ‘독일학술원’을 ‘동독학술원’으로 개명했다.

서독은 DDR 건국을 인정하지 않고 독일연방공화국만이 전 독일과 독일 민중을 유일하게 대표한다는 ‘단독 대표 원칙’을 표방했다. 동독의 국가연합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독은 동독이 ‘독일민족’을 지우고 외무부를 내보낼 때, 동독의 입장을 고려해 통일을 연상시키는 ‘전체독일’(전독일문제부)이란 용어를 빼긴 했지만 ‘독일 내부의 관계’라는 의미로 ‘내독관계부’로 개명해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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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력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자이퉁(FAZ)이 지난 2월 ‘북한에서 1971년 동독의 기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FAZ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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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내에서도 이와 관련해 독일 사례가 중요하게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독의 통일지우기에 대해 서독의 흔들림없는 동방정책과 통일 의지로 결국 서독 중심 통일이 성공했다는 것에 주목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1980년대 후반이 되면 동독 지도부의 뜻과 달리 독자정치정체성이나 동독만의 민족의식이 형성되지 못했고 오히려 서독으로의 탈출 열망이 커졌다”고 했다.

통일부는 2011년부터 열려온 연례 회의였던 한·독 통일자문회의를 올해 북한의 2국가론을 주제로 집중 토의할 예정이다. 동독특임관 출신 카르스텐 슈나이더 독일 연방총리실 정무차관 등이 발제자로 참석한다.

정부는 공세적 통일 담론의 적기라고 보고 이를 구체화하려는 기류이나 이에 우려도 있다. 북한 2국가론이 동독의 1960∼1970년대 전략과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 대북정책이 진영외교에 포획돼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서독 동방정책은 서방정책뿐만이 아닌 동방정책을 강조하며 대외 균형 전략을 편 것이었지만 현 정부에서는 신북방·신남방으로 대표되던 균형외교 전략을 폐기하고 이념 중심 진영외교를 표방하면서 통일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강원도 철원군 화살머리고지 인근 비무장지대(DMZ) 내 전술도로에 북한이 지뢰를 매설한 것이 확인됐다. 2018년 4·27 판문점선언 부속 합의였던 9·19군사합의에 따라 남북공동유해발굴을 위해 지뢰가 철거된 곳이다. 통일부는 “북한이 통일을 지우고 남북관계를 중단한 상황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러한 정책의 연장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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