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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국가주석에 국회의장까지 사임…요동치는 베트남 권력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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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말 이후 17개월 동안 고위관료 6명 퇴진

부패스캔들 연루 의혹…'공안국가화' 우려 확대

아시아투데이

지난 2021년 1월 촬영된 사진. 왼쪽부터 보 반 트엉 전 국가주석·팜 민 찐 총리·응우옌 푸 쫑 당서기장·응우옌 쑤언 푹 전 국가주석·브엉 딘 후에 전 국회의장. 권력의 정점에 있던 이들 5명 중 현재는 쫑 서기장과 찐 총리만 남아 있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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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지난달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이 돌연 사임한 데 이어 지난 26일 서열 4위의 브엉 딘 후에 국회의장도 사임하며 베트남 권력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 국가주석 이어 국회의장까지 '부패스캔들'에 중도퇴진

베트남 공산당의 영도 아래 1인 독재가 아닌 집단지배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베트남은 외국인 투자자 등에게 '정치적 안정성'을 담보해왔다.

하지만 베트남은 최근 전례 없는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다. 2022년 말 부 득 담 부총리, 팜 빈 민 부총리가 경질된 후 지난해 1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이 돌연 사임하며 균열이 시작됐다.

휘하의 두 부총리 등을 비롯해 불거진 부패 문제에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임한 것이지만 항간에는 푹 주석의 가족들이 코로나19 진단키트 납품비리인 '비엣아 게이트'와 관련이 됐단 주장도 나왔다. 푹 주석이 이례적으로 이임식에서 "가족들은 비엣아 게이트와 관련이 없다"고 결백을 주장했지만 베트남 언론에선 해당 내용이 모두 삭제됐다.

푹 주석의 뒤를 이어 52세의 나이로 '최연소' 국가주석에 오른 보 반 트엉 국가주석도 취임 1년 만에 사임해 '최단명' 국가주석이 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트엉 주석이 "당원으로서 해선 안되는 일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고 모범을 보이지 못했다"며 "부정적 여론을 야기하고 당과 국가와 개인의 명예 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트엉 주석이 사임한 지 한달 남짓, 서열 4위인 후에 국회의장도 지난 26일 돌연 트엉 주석과 같은 이유로 사임했다. 당은 구체적인 당규 위반 사항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지만 트엉 주석은 푹썬그룹 비리 스캔들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후에 의장은 투언안 그룹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그의 보좌관이 기소, 구금된 지 며칠 만에 퇴진했다.

◇ 부패청산 '불타는 용광로'…"집 전체 태울라" 우려도

2022년 12월 이후 베트남에선 국가주석 2명·부총리 2명·중앙경제위원회 위원장1명·국회의장 1명이 사임했다. 불과 17개월 만에 정치국 위원 5명을 포함, 6명의 고위 지도자들이 사임하는 '전례 없는 정치적 혼란'이 빚어진 것이다.

이 같은 배경엔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이 "부정부패가 당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며 시작한 '불타는 용광로'라는 반(反)부패 캠페인이 있다. 2016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반부패 캠페인으로 수천 명의 당원이 제명되거나 처벌을 받았지만 거세지는 사정 바람에 극도로 불안정해지는 정치 상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줄줄이 이어지는 '청산'으로 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정치국원은 18명에서 13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후에 의장의 사임이 충격적인 것은 그가 현재 공석인 국가주석직은 물론 쫑 서기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도 유력하게 거론됐기 때문이다.

재무부 장관·중앙경제위원장 등을 거친 잔뼈 굵은 '경제전문가' 후에 의장의 사임으로 현재는 정치국에 '경제통'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정치적 불안정성과 함께 외국인 투자자들에겐 큰 우려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남은 정치국원의 절반 가량은 공안·군부 출신 인사들인 만큼 '경찰·공안국가화'에 대한 우려 섞인 걱정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투데이 취재 결과 현재 공석인 서열 2위 국가주석, 서열 4위 국회의장에는 각각 쩐 타인 먼 국회부의장과 쯔엉 티 마이 공산당 상임서기가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비(非) 공안·군부 출신 인사들이지만 80세의 고령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는 쫑 서기장 이후, 2026년 열릴 전당대회에서 차기 권력 구도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 과정엔 막후에서 반부패 청산 작업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또 럼 공안부 장관이 새로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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