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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신세철의 쉬운 경제] '대파 소동'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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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사과가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소비가 늘어나고 기후급변으로 수확량은 줄어들어 가격이 크게 오르자, 귤 바나나 같은 대체 과일값까지 올랐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체감 물가가 오르다 보니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까지 높아졌다. 사실 농산물처럼 공급요인에 의한 인플레이션은 재정·금융정책으로 해결 불능이고 수입이나 다음해를 기다릴 밖에 없다. 재정을 풀어 보조금을 지급하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 여기저기 튀어 오르는 생활물가를 '두더지 잡기'식으로 억누르는 대책은 한계가 있고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 급기야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파 한 단에 875원에 사는 방법도 있다"는 대파 소동이 22대 국회의원 선거의 큰 변수로 작용하는 소란이 벌어졌다.

참모들은 대통령에게 대파나 좁쌀 가격보다 전체 물가동향을 사실대로 보고하고 실현 가능성 있는 대책을 세워 민심을 안정시켜야 했다. 사실이지, 21대 대통령 취임 초기인 2022년보다 2년이 지난 2024년 현재, 물가는 그래도 안정되는 모양새다. 특히 향후 물가 추세를 가늠할 수 있는 근원물가(core inflation)는 평탄하지 않더라도 안정 추세다. 물가 불안심리를 잠재우려면 개별 품목이 아닌 분야별 물가 흐름을 바로 알리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중간도매상이 20%가량이나 중간 마진을 챙긴다."는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했다. 자칫하다 잠꼬대로 보일 수 있는 홍보에 힘을 쏟다가 반찬에 들어가는 양념인 '대파 파동'을 일으켜 시민들에게 피로감을 안겼다.

어쩌면 '대파 소동'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는지 모른다. 부산 엑스포 유치를 앞두고, 유치가 확정된 듯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관계자들은 미소를 지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애당초 상대가 되지 않는 게임이었다. 원님이 딴 곳으로 행차했는지 모르고 북치고, 꽹과리 치며 어깨춤만 춘 셈이다. 투표권을 가진 나라에 개최 당위성을 정성들여 설명하기보다 엉뚱한 축제를 벌여 한국인들만 들뜨다 실망했다. 시간과 예산을 허공에 쏟아붓고도 책임지는 인사가 없으니 같은 사태가 어찌 아니 반복되겠는가? 허명만 추구하다가는 문제가 내연하다 어느결에 불거질지 모른다는 교훈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국제정세에서 통수권자가 대파 가격까지 일일이 참견해야 한다면 산적한 나랏일을 어떻게 통할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까? 대파 가면을 쓰고 의기양양하며 "정권이 좌파도 우파도 아닌 대파 때문에 망할 것이다"라며 딴지 거는 모습을 보면서 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꿈꾸려면 앞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큰 농산물 가격 파동 재발 예방책으로 승부를 가려야 했다. "투표장에 대파를 들고 들어갈 수 없다."는 선관위 조치는 하찮은 '대파 소동'을 가열시켜 관권 개입이라는 어리둥절한 논쟁을 자초하고 웃음거리가 되었다. 유권자들은 방향감각을 제대로 잡기가 쉽지 않았다. 오늘은 비싼 대파를 사정없이 듬뿍 넣어주는 육개장집에서 점심 약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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