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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휴머니스트를 꿈꾸는 뱀파이어… 여덟살 소년의 거리위 삶 10년… 세상의 통념을 넘은 232편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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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회 전주국제영화제 5월 1일 개막

열흘간 43개국 장편·단편 영화 선보여

日 미야케 쇼 신작 ‘새벽의 모든’ 개막작

세계 최초 공개 ‘월드 프리미어’ 82편

‘오!수정’ 등 韓영화 10편 디지털 복원

세월호 10주기展… 관련 영화 6편 상영

전북 전주에서는 봄이 절정에 달하면 영화도 만개한다. 독립·예술영화 축제인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내달 1∼10일 열린다. 올해도 개봉관에서 보기 힘든 세계 각국 영화들이 풍성하게 마련됐다. 43개국에서 온 232편이 열흘에 걸쳐 관객과 만난다. 이 중 국내 영화는 102편(장편 52편, 단편 50편), 외국 영화는 130편(장편 110편, 단편 20편)이다.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는 82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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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43개국에서 온 232편을 열흘에 걸쳐 관객에게 선보인다. 사진은 ‘새벽의 모든’.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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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의 얼굴인 개막작으로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일본의 미야케 쇼 감독이 연출한 ‘새벽의 모든’이 선정됐다. 국내 첫 공개다. PMS(월경 전 증후군)를 앓는 여성과 공황장애를 가진 남성의 우정과 연대를 그렸다. 문석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그리 넓지 않은 세계를 배경으로 삼고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담고 있음에도 그 세계가 결코 소소하게 느껴지지 않는 미야케 쇼 영화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고 소개했다.

폐막작은 캐나다 영화 ‘맷과 마라’다. 카직 라드완스키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대학교수인 기혼 여성이 과거 사귈 뻔했던 남성과 재회하면서 겪는 미묘한 감정을 담았다. 주역을 맡은 맷 존슨은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 ‘블랙베리’의 감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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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과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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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소년 사니'


국제경쟁 부문에서는 747편의 출품작 중 10편을 선정했다. 헝가리 젊은 감독 두 명이 만든 다큐멘터리 ‘거리의 소년 사니’는 거리 캐스팅으로 섭외한 8살 소년을 10년 동안 기록했다. 노르웨이 영화 ‘연습’은 기후활동가인 18살 소녀가 비행기가 아닌 히치하이킹으로 오슬로에서 열리는 트럼펫 오디션에 가는 과정에서 환경 이상주의를 시험받는 내용을 담았다. 우크라이나 영화 ‘팔리시아다’와 ‘양심수 무스타파’도 상영된다. ‘양심수 무스타파’는 1980년대 구소련 체제에서 탄압받은 크름반도 출신 타타르인들의 실화를 다뤘다.

‘불면의 밤’ 세션에서는 캐나다 아리안 루이 세즈 감독의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가 눈에 띈다. 이 작품은 지난해 베네치아국제영화제 베니스데이즈 부문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다. 살인을 싫어하는 뱀파이어 소녀가 주인공이다.

한국경쟁 부문에 출품된 작품들은 여성·가족 서사가 강세다. 정해일 감독의 ‘언니 유정’은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영아 유기 사건을 통해 자매 관계를 들여다본다. 장만민 감독의 ‘은빛살구’는 뱀파이어 웹툰 작가인 주인공이 아파트 계약금을 받으러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으로 가면서 가족의 욕망에 휘둘리는 이야기다. 김솔 감독의 ‘어텀 노트’는 피아노 연주회를 앞둔 여성의 삶을 날카롭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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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수 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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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 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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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25주년과 한국영상자료원 창립 50주년을 기념한 ‘25+50’ 세션에서는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영화 10편을 복원해 디지털로 상영한다. 이 영화제 1회 개막작이었던 홍상수 감독의 ‘오!수정’과 봉준호 감독 ‘플란다스의 개’, 정지우 감독 ‘사랑니’를 4K 디지털화 버전으로 첫 상영한다. 류승완 감독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4K 리마스터링’ 버전도 볼 수 있다. 1955년 박남옥 감독의 데뷔작 ‘미망인’, 이강천 감독의 ‘피아골(1955)’, 김수용 감독의 ‘안개’(1967), 이두용 감독의 오컬트 영화 ‘피막’(1980) 등도 관객과 만난다.

허진호 감독은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 이야기’ 등 직접 고른 영화 5편으로 기획전을 꾸린다. ‘코리안시네마’ 부문에서는 2003년부터 올해까지 배우 유지태가 연출한 단편을 볼 수 있다.

대만의 거장 감독 차이밍량의 ‘행자 연작’ 10편은 보기 쉽지 않지만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될 듯하다. 이 작품은 붉은 승복을 입은 행자가 맨발로 느리게 걷는 장면들을 모았다. 영화가 스토리텔링에 한정되지 않는 이미지의 예술임을 보여준다.

‘시네필전주’에서는 빔 벤더스의 다큐멘터리 ‘룸 666’을 선보인다. 1982년 칸 영화제 기간 진행된 감독들의 셀프 인터뷰로,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장뤼크 고다르, 스티븐 스필버그 등이 등장한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특별전도 열린다. 신경수 감독의 ‘목화솜 피는 날’을 포함한 6편의 세월호 관련 영화가 걸린다. 이 외에 전주 방문객을 위해 디즈니·픽사 테마존을 운영한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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