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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삼성전자, 업계 최고층 '290단 낸드' 양산…AI 시대 기술 주도권 고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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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9세대 V낸드로 AI 수요 대응

데이터 입출력 속도 전작 대비 33% 향상

TLC 이어 하반기엔 QLC 제품 양산 예고

살아나는 낸드 시장…연평균 24% 증가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290단대 낸드플래시 제품인 '9세대 V(Vertical)낸드' 양산을 시작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늘어나는 고용량·고성능 낸드 수요에 대응할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낸드 시장은 그동안의 침체에서 벗어나 올해를 기점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들이 내년 300단 이상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낸드 경쟁에 불을 댕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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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양산을 시작한 '1테라비트(Tb) 트리플레벨셀(TLC) 9세대 V낸드' 제품 / [사진제공=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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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1Tb(테라비트) 트리플레벨셀(TLC) 9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했다고 23일 밝혔다. 낸드는 메모리 반도체 종류로, 저장 공간인 셀(Cell)을 여러 층으로 쌓아 올려 용량을 늘리는 식으로 만들어진다. 한 개 셀에 몇 개 정보(비트)를 담는지에 따라 싱글레벨셀(SLC), 멀티레벨셀(MLC), TLC, 쿼드레벨셀(QLC) 등으로 종류가 나뉜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소 크기의 셀과 최소 몰드(Mold) 두께를 구현해 9세대 V낸드 비트 밀도(단위 면적당 저장되는 비트의 수)를 이전 제품인 8세대 V낸드 대비 약 1.5배 늘렸다. 셀의 평면적을 줄이면서 셀 크기를 줄일 때 생길 수 있는 간섭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셀 간섭 회피 및 셀 수명 연장 기술 등을 적용해 품질과 신뢰성을 높였다.

수직으로 적층하는 낸드 특성상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공정으로 단수를 쌓아 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더블 스택 구조를 적용, 290단대 최고 단수 제품을 구현했다. 더블 스택은 셀을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채널 홀을 두 번 뚫는 기술이다. 채널 홀 에칭(Channel Hole Etching) 기술로 한 번에 업계 최대 단수를 뚫는 공정 혁신을 이뤘다. 채널 홀 에칭은 몰드 층을 순차적으로 적층한 다음 한 번에 전자가 이동하는 홀(채널 홀)을 만드는 기술로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9세대 V낸드는 차세대 낸드 인터페이스인 '토글(Toggle) 5.1'이 적용돼 전작 대비 33% 향상된 최대 3.2Gbps(기가비피에스) 데이터 입출력 속도를 자랑한다. 저전력 설계 기술을 통해 이전 세대 제품 대비 소비 전력은 약 10% 개선됐다. 환경 경영을 강화하면서 에너지 비용 절감에 집중하는 고객에 최적의 솔루션이 될 것이란 게 회사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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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TLC 기반의 9세대 V낸드에 이어 하반기엔 'QLC 9세대 V낸드'도 양산할 예정이다. 앞으로 AI 시대에 요구되는 고용량·고성능 낸드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세계 낸드 시장 매출은 2023년 287억달러에서 2028년 1148억달러로 연평균 24%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또 다른 메모리 반도체인 D램 대비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업계 우려가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AI 효과 등으로 시장 매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옴디아 측은 "AI 훈련 및 추론에서 (낸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며 "거대언어모델(LLM) 및 추론 모델을 위한 데이터 저장에 더 큰 용량이 필요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시장에선 AI 서버 구매가 늘면서 낸드 기반의 대용량 정보를 저장하는 보조 저장 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역시 동반 상승하고 있다. AI 서버를 신규 증설할 때 데이터 전송 속도 등 고성능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려면 SSD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훈련용 AI 서버보다 추론용 AI 서버가 더 큰 저장 용량을 요구하기에 앞으로 SSD 수요가 더 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허성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Flash개발실장(부사장)은 "극한의 기술 혁신을 통해 신제품 생산성과 제품 경쟁력을 높였다"며 "9세대 V낸드를 통해 AI 시대에 대응하는 초고속, 초고용량 SSD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290단 양산에 돌입하면서 업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낸드 업계 2위 SK하이닉스는 지난해 6월 238단 4D 낸드 양산 시작을 알린 바 있다. 미국 마이크론은 232단 낸드를 선보인 상태다. 이달엔 232단 QLC 낸드 기반의 SSD 양산을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시장 점유율은 36.6%로 전분기보다 5.2%포인트 올랐다. 회사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2030년까지 1000단 V낸드를 개발하는 등 혁신적인 낸드 기술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내년엔 삼성전자가 400단대 10세대 V낸드를 선보일 수 있다는 업계 전망도 나온다. 범용 낸드 제품(128Gb 16Gx8) 가격은 지난달 4.90달러로 전달과 같았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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