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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2백만 원 패딩 vs 5천 원 패딩 "중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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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vs '가성비', 평균 실종 시대

'가성비' 대표 다이소, 5천 원 패딩 내놔

프리미엄 패딩 가격대는 200-300만 원

스타벅스·메가커피 뜨고 이디야는 주춤

소득 양극화에 '스몰 럭셔리' 겹친 현상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신혜림 PD, 조석영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신혜림 PD, 조석영 PD 나와 계세요.

◆ 신혜림, 조석영> 안녕하세요.

◇ 채선아> 오늘은 신혜림 PD가 준비해 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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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혜림> 오늘의 주제, '프리미엄 아니면 가성비, 평균 실종 시대'입니다. '평균 실종'이라는 표현 자체는 <2023 트렌드 코리아>라는 책에서 나왔던 말인데요.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더 나아가 취향이 다변화되는 N극화가 도래하면서 시장의 전형성이 사라지는 현상을 일컫는다고 소개하고 있어요. 점점 평균의 의미가 없다, 이런 얘기인데 오늘은 소비의 양극화에 집중해서 얘기해보려고 해요. 요즘 시장을 보면 프리미엄과 가성비만 남고 중간 가격대 제품은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 채선아> 얘기를 듣다 보니까 싼 곳은 여기지, 비싼 곳은 여기지, 이렇게는 특정 브랜드가 딱 떠오르거든요. 근데 제 머릿속에서 중간급은 잘 떠오르지 않네요.

◆ 신혜림> 해당 제품군에서 아주 고가의 포지션 혹은 아주 저렴한 포지션을 차지하는 것. 그게 코로나가 들이닥쳐도, 이후 엔데믹이 되어도 끄떡없이 쭉 성장을 해온 기업의 특징인 것 같아요. 먼저 저렴한 포지션의 대표 주자는 다이소입니다. 2019년부터 정체 없이 성장했어요. 2015년에 연 매출 1조를 달성했고, 4년 만에 2조 돌파, 그다음에 또 4년 만에 3조 4천억이 된 겁니다. 최근 성장세가 가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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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영> 그래프를 보면 매출이 최근 1년 만에 5천억 원 정도 올랐네요.

◆ 신혜림> 매출만이 아니라 실제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9.4% 늘었다고 합니다. 요즘 특히 강한 분야는 뷰티와 패션입니다. '리들샷'이라고 최근 인기가 많은 화장품이 있는데 다이소에서 이걸 3천 원에 팝니다. 특히 10대들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뷰티 매출이 전년 대비 85%나 성장을 했다고 해요. 다른 로드샵들이 많이 없어지면서 이 분야는 올리브영의 독주 체제처럼 가고 있는데 다이소는 그 와중에 살아남았다는 겁니다. 패션 분야에서도 지난 겨울에 5천 원짜리 다이소 패딩 조끼나 양털 플리스가 인기였어요.

◆ 조석영> 패션업계의 프리미엄을 보면, 몽클레르, 캐나다구스 같은 명품 패딩은 100만 원 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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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혜림> 네. 이 브랜드들도 계속 성장한다고 하거든요. 이 바람에 중간급 패딩이 조금 곤란해진 거예요. 중간 가격의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패딩이 비싸면 50만 원인데 이제는 100만 원급 패딩이 출시된다고 합니다. 이쪽 업계 관계자가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더라고요. "프리미엄 패딩의 평균 가격대가 200~300만 원대까지 치솟으면서 고가에 대한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100만 원은 이제 고가로 인식되지 않는다."

◇ 채선아> 100만 원이 고가가 아니라는 동시에 다이소의 5천 원짜리 플리스 입는 사람들도 있다는 거잖아요. 정말 양극화를 잘 보여주는 현상인데, 다른 분야도 있나요?

◆ 신혜림> 프랜차이즈 커피입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2022년 대비 각 12% 정도 늘어난 2조 9천억 원, 그러니까 3조 원에 육박했어요.

◆ 조석영> 스타벅스가 2022년에 일종의 사은품으로 주는 캐리백에서 발암물질이 나와가지고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많이 다뤘거든요.

◆ 신혜림> 맞아요. 그때 불매운동도 일어났잖아요. 그런데 당시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고 합니다. 영업이익만 리콜 때문에 잠깐 줄었고요. 스타벅스는 많이 보편화 됐다고는 하지만 커피 전문점 중 상대적으로는 아직도 고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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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영>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경동시장에서 말했죠. "스타벅스는 서민이 오는 곳은 아니잖아요." 전통시장과 기업의 상생에 대한 얘기를 하는 맥락이긴 했는데, 이 멘트가 부각되면서 '스타벅스 커피 먹으면 서민 아니냐' 이런 얘기들이 돌곤 했어요.

◆ 신혜림> 스타벅스는 아메리카노가 4,500원이고 달콤한 음료는 한 잔에 6~7천 원대까지 가는 거잖아요. 이 가격에도 여전히 잘 되는 한편, 또 잘 되는 커피 전문점이 반대편에 있습니다. 바로 다이소와 비슷한 위치의 저가형 커피, 메가커피입니다.

◇ 채선아> 메가커피, 컴포즈 커피, 빽다방 등등 많죠. 스타벅스는 아메리카노 가격이 4,500원인데 이런 곳은 아메리카노가 1500원부터 시작해요.

◆ 신혜림> 그 와중에 없어진 매장이 있었어요. 바로 이디야입니다. 이디야가 2001년 1호점 오픈 이후 계속 성장해 왔거든요. 가맹점 수 기준으로 지금도 우리나라 1위예요. 커피 전문점에서 프랜차이즈 중에서 이디야의 전국 매장 수가 3천 개 정도 돼요. 그런데 이디야 아메리카노 가격이 3,200원입니다.

◇ 채선아> 가격대가 딱 중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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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혜림> 원래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품질도 좋다, 이런 평가를 받아와서 호평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신규 매장 개점이 주춤한 상태입니다.

◆ 조석영> 지난해 실적이 악화됐다는 기사도 나오더라고요.

◆ 신혜림> 반면 메가커피 매장은 2021년에 1500개 정도로 스타벅스를 이미 넘겼고 최근 기사 보니까 올해 2월 기준에 2780개 정도 됐다고 하니까 거의 이디야를 추격한 거죠. 이렇게 패션, 뷰티, 커피 얘기했는데 또 뭐가 생각나는 사례 있으실까요?

◇ 채선아> 버거 있죠. 쉐이크쉑, 파이브가이즈 같은 프리미엄 버거. 비싼 건 단품에 1만 4천 원짜리도 있거든요.

◆ 신혜림> 쉐이크쉑, 지금 28호점 오픈했거든요. 지난해 6월 강남에 오픈한 파이브가이즈는 계속 오픈런이 유행이었고요. 버거도 비싸서 찾는다 그런 얘기가 나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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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선아> 반면에 이마트 노브랜드 버거도 인기거든요. 단품이 진짜 싼 건 2천 원대고 조금 올라가면 크기에 따라 6~7천 원 정도 하더라고요.

◆ 신혜림> 재밌는 점은 비싼 상품 안에서도 또 양극화가 벌어진다는 거. 예를 들어서 화장품이면 백화점 화장품, 다들 비싼 거잖아요. 근데 샤넬, 디올 같은 고가 브랜드는 매출이 증가하는데 명품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록시땅, 키엘 같은 브랜드는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또 경기 불황에도 계속 열풍이었던 것 중에 일식에서 '주방장 마음대로 주는 코스'를 뜻하는 오마카세가 있어요. 스시 오마카세에도 등급이 있단 말이에요. 엔트리급이 저녁에 10만 원, 점심에 5만 원 정도 하는 곳이고 미들급은 점심 8만 원, 저녁 15만 원 정도예요. 또 하이엔드가 저녁 기준 20만 원까지 가는데 엔트리나 하이엔드는 잘 되는데 미들급은 많이들 폐업하고 있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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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선아> 그야말로 평균 실종의 시대라는 게 체감이 되는데 이유가 뭘까요.

◆ 신혜림> 일단 우리 소득이 양극화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불황에도 끄떡없는 상류층은 지갑을 열 수 있고, 곳간이 말라가는 사람들은 점점 지갑을 닫고, 가성비 따지고, 점심식사 줄이고, 이렇게 되는 거 아닌가.

◇ 채선아> '평균 소득' 자체가 지금 실종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보통 사람'은 이 정도 법니다, 얘기하면 보통이 그 정도라고? 이런 반응들이에요.

◆ 신혜림> 맞아요. 대체 평균이란 게 뭐냐. 대푯값을 도출하는 방법에 사실 평균값과 중위값이 있잖아요. 최근 신한은행이 낸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도 가구 월 평균 소득이 544만 원이라고 나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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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영> 평균이 544만 원이 말이 되냐는 의견이 많았어요.

◆ 신혜림> 직장인 평균 연봉으로 보면 2022년 기준으로 평균 연봉이 4,200만 원 정도입니다. 월 실수령액이 300만 원 좀 넘죠. 평균 연봉이라고 생각하기엔 조금 높게 느껴지는 액수예요.

◆ 조석영> 4,200만 원이라고 하면은 보통 대기업 초봉 정도라고 생각하거든요. 평균이 이 정도라는 건 실제보다 꽤 높은 금액인 것 같은데, 많이 버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이 버니까 합쳐서 평균 내면 숫자가 높아지는 평균의 함정 같네요.

◆ 신혜림> 맞아요. 전 직장인을 소득 순으로 줄 세웠을 때 딱 중앙에 위치한 사람의 소득, 즉 중위소득을 따져보면 세후 실수령액 기준 연봉 3천만 원이 안 됩니다. 실수령액 기준으로 하면 한 230만 원대 정도가 되고요.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중위값이랑 평균값에 큰 괴리가 있어요. 이젠 '평균의 함정'이란 지적을 뉴스에 달린 글에서도 자주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평균을 얘기하죠. 그 평균을 보면서 평균의 함정인 걸 알지만 보고 박탈감이 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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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선아> 한편으로는 매번 내가 편의점 밥만 먹기에는 좀 그렇다, 돈을 아껴서 한 달에 한 번 통 크게 고급진데 가서 쓴다, 한 사람이 이런 소비를 동시에 할 수도 있어요.

◆ 신혜림> 무조건 고소득층이 비싼 거 사고 저소득층이 싼 거 사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이 프리미엄과 가성비를 다 소비할 수 있다는 말이죠. 스몰 럭셔리 열풍도 이런 비슷한 게 아닌가 싶어요. 예를 들어 내가 가방 중에 에르메스 백은 아무리 일해도 못 살 것 같지만 핸드크림 중에 최고인 샤넬은 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식인 거죠. 그런 심리도 요즘 많이 작용하는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이 심리도 어떻게 보면 평균 중심주의에 사로잡힌 심리일 수 있다고 보거든요. 이거저거 다 합치면 그래도 남보다 못한 생활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약간 이런 식으로 남의 어떤 생활 소비 패턴이랑 자꾸 비교하게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좀 드네요.

◇ 채선아> 들으면서 제가 생각나는 소설의 문장이 있는데 김영하 작가의 작품 중에 '코 앞의 계단을 보지 말고 멀리 보고 다녀. 그럼 덜 어지러워'라는 말이 나오거든요. 우리가 너무 근거리에 있는 옆 사람과 비교를 하면서 마치 그걸 따라 하지 않으면 내가 넘어지고 어지러울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에 놓이는 것 같아요. 멀리 보고 나만의 소비 패턴을 찾는 게 정말 중요하겠다 싶네요.

◆ 신혜림> 동의합니다. 사실 평균 실종이라는 건, 중간이 사라졌기 때문에 더이상 평균의 의미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잖아요. 평균이라는 개념 자체가 그렇게 원래부터 그렇게 의미 있는 개념은 아니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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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혜림> 하버드대 토드 로즈 교수가 평균 중심주의를 비판하는 <평균의 종말>이라는 책을 썼어요. 평균이라는 건 원래는 천문학 개념이었는데 19세기부터 사회에 적용됐대요. 과학자 아돌프 케틀레가 천문학의 평균법을 사람들한테 처음 사회과학적으로 응용을 했고, '평균적 인간이 참 인간이다' 이러면서 모든 것에 평균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합니다.

이후 프랜시스 골턴이라는 학자가 '평균이 높은 인간이 우월한 인간이다' 하면서 굉장히 능력을 강조하기 시작하고요. 이런 식으로 케틀러의 평균적 인간 개념(평균이라도 가자, 중간은 하자)과 골턴의 계층 개념(평균보다 무조건 잘해야 돼)이 우리의 사고방식에 지금까지 계속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 같아요.

◆ 조석영> 이렇게 평균에 집착하면 안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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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혜림> 책에 재밌는 사례가 있더라고요. 1940년대 말에 미국 공군에서 전투기 사고가 너무 많았던 거예요. 그래서 원인 규명에 나섰는데요. 혹시 조종사들의 평균적인 신체 치수에 맞게 설계된 조종석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현역 조종사들 4천여 명의의 키, 가슴둘레, 팔다리 길이 이런 데이터를 다시 수집했는데 그 평균 수치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조종사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거죠. 그러니까 모두가 조종석의 수치와 뒤틀려 있는 신체를 가지고 있었던 겁니다.

원래 우리는 들쭉날쭉하게 생겼고 재능도 들쭉날쭉하게 가졌잖아요. 그러니까 평균에 너무 우리 의미를 너무 가지기보다는, 남의 소비 패턴에 시선을 빼앗기기보다는 내 마음속에 자리한 평균의 의미를 없애고 나만의 '잇템', 나만의 명품, 나만의 주관, 이런 것을 찾아보는데 더 신경을 써보는 게 우리 심리 건강에 좋지 않을까 싶네요.

◇ 채선아> 줄 세워서 내가 몇 등인가, 하위인지 상위인가 그거 따져볼 게 아니라는 거죠. 평균이란 없으니까. 그 말을 기억해 보면서 오늘 여기까지 나눠보겠습니다. 신혜림 PD, 조석영 PD 수고하셨습니다.

◆ 신혜림, 조석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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