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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디펜스칼럼]무섭게 성장하는 일본 방산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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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했었다. 방산전시회인 ‘DSA(Defence Services Asia)’를 보기 위해서였다. 눈에 띄는 국가가 있었다. 일본이었다. 방산 수출에 소극적인 국가였기에 낯설었다. 부스에는 국기만 달렸을 뿐 무기의 실물이나 모형인 목업(Mock up)은 없었다. 홍보용 전단지가 고작이었다.

아시아경제

10여년이 지난 일본은 변했다. 평화헌법 아래 사실상 무기를 수입하거나 수출을 금지하는 ‘금수 정책’을 펴왔는데, 군사력 강화를 주장한 아베 정권은 2014년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제정했다. 해외 기업에 특허료를 지불하고 일본에서 제조하는 라이선스 생산품의 경우 부품만 라이선스 제공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됐다. 기시다 정권은 이 규정을 또 한 번 개정했다. 무기 완제품 수출도 가능하고 무기를 라이선스 보유국에서 제3국으로 이전하는 것도 허용했다. 성과는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미국 기업의 허가를 받아 일본에서 생산해온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을 미국에 수출했다. 무기 완제품을 수출한 첫 사례다.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은 우크라이나에 우회로 지원됐다.

국제시장에도 발을 넓혔다. 지난해 9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 최대 방산 전시회(DSEI)에는 일본 방산기업 8개 사가 참가했다. 이어 11월 호주 시드니에서 개최된 해양 분야 방산 전시회(인도 퍼시픽)에도 10개 사가 참가해 세일즈에 속도를 냈다. 올해 2월 ‘싱가포르 에어쇼’에는 일본 방위성이 직접 나섰다. 방산기업 13개 사를 이끌고 진두지휘했다. 일본 방산업계의 간판인 가와사키중공업은 P-1 초계기와 C-2 수송기 등 자국산 군용기 모델을 전시했다.

미국과도 손을 잡았다. 지난 10일 열린 미일 정상회담은 방산 정책에 획을 그었다. 미·일은 국방·안보 분야에서 협력하기 위해 첨단무기를 공동생산하기로 했다. 방산정책조정위(Military Industrial Council)를 발족해 체계적인 개발을 논의한다. 이어 안보 강화를 지원할 필요가 있는 국가를 대상으로 일본이 장비와 인프라 정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안보 능력 강화지원(OSA) 제도다.

일본 방산기업들의 잠재력은 크다. 국방기술품질원이 발간한 ‘2020 세계 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일본 6개 방산기업은 세계 100위권이다. 우리의 2배다. 이들 기업은 2018년에 99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판매했다. 전 세계 무기 판매액의 2.4%에 해당한다. 세계 100위 중 72위인 후지쓰의 기세는 무섭다. 영국 육군에 IT(정보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며 틈새 수출실적도 올렸다.

기술력도 충분하다. 세계 최초의 항공모함은 일본이 1918년 설계한 호쇼(鳳翔)함이다. 이젠 헬리콥터 탑재 함정인 이즈모급 1번 함 이즈모함과 2번 함 가가함을 항공모함으로 바꾸고 있다. 전투기 개발도 한창이다. 2030년대 실전 배치를 목표로 영국과 이탈리아와 공동 개발 중이다. 여기에 요코스카에 미 제7함대 모항이 있다는 점을 앞세워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MRO) 사업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일본의 전투기는 한국 최초 국산 전투기인 KF-21의 수출대상국과 겹치고 미 해군 함정 MRO 사업도 우리 함정 건조 방산기업들엔 위협적이다. 현 정부는 ‘K-방산’ 성과만 내세울 때가 아니다. 일본의 방산 수출을 앞서나가려면 중장기적인 대책이 먼저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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