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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국군 특수부대 전투력의 비밀···선택된 특전사만 쓰는 ‘K7’[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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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적지에서 특수작전에 특화된 화기

조용한 총성과 높은 신뢰성 정비도 간편

특수작전팀 선두에 서는 요원에게 지급

원거리 보다는 근거리 사격에서 더 강력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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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군 특수부대 관련 영화에서 첫 장면은 적진에 침투하는 특수요원이 소음총기로 적 초병을 조용히 제거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연출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군 특수부대에서 이런 특별한 소총을 사용하고 있다. 바로 국내 자체 기술로 개발한 ‘K‘7 소음기관단총’이다.

육군특수전사령부가 1990년대 중후반 대테러 작전과 은밀 적진 침투용으로 소음기관단총을 요청해 개발된 화기다. 특수작전은 조용히 시작해 가능하면 부대원 전원이 조용히 빠져나와야 임무 성공하는 것이다. 표창이나 대검, 석궁 등 기존의 소리가 안 나는 무기체계도 있지만, 사거리와 신뢰도, 연사능력 면에서 명백한 한계가 있기 은밀히 적진에 침투하기 위한 소음기관단총이 반드시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우리 군의 몇몇 대테러부대가 독일 헤클러운트코흐(HK)사의 걸작 기관단총 MP5의 소음형인 MP5SD6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착수 2년 8개월에 소음기관단총 개발
그러나 특전사는 외화 유출과 부품 수급 등의 애로 사항을 고려해 소음기관단총의 국산화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에 K7 소음기관단총의 제작사인 SNT모티브(개발 당시 대우통신)는 특전사의 장비 담당자의 강력한 요청과 부탁에 국산화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SNT모티브 입장에서는 K7은 기존의 K 계열 총기류와 달리 사용 범위가 특수작전에 국한되는 탓에 개발을 하더라도 주문 수량이 적어 수익측면에서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SNT모티브는 우리 군의 대부분에 총기 제작을 담당하는 업체라는 책임감에 망설임 없이 개발을 시작했다. 1998년 국내 업체 주도의 독자적인 연구개발로 K7의 개발이 시작된 것이다.

SNT모티브는 기존에 K5 권총을 개발하는 동안 9㎜ 파라벨럼탄 사용 총기에 대한 노하우를 상당 부분 축적하고 있는 덕분에 개발 착수 2년 8개월 만에 소음기관단총을 만들어 냈다. 이어 2001년 초도양산과 전력화가 이뤄지면서 K7이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9㎜ 기관단총이자 소음총기 탄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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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A기관단총, K2소총과 같은 K계열의 한국 고유 독자모델로 개발된 K7 소음기관단총은 전체무게 3.382㎏, 전장 78.8㎝로 발사소음을 최소화(120db 이하)한 것이 특징이다. 전량 수입되던 독일 HK사 MP5 기관단총에 비해 제작비용이 저렴하고 정비 또한 간편하다. 고·저온 및 진흙탕 등 각종 악조건에서도 기존 수입품에 비해 우수한 신뢰도를 보여 우리 군의 운용환경에 최적화된 화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K7 소음기관단총의 특징은 ‘조용한 총성’이다. 국내 총기 중에 유일하게 작전요구성능(ROC)에 소음 수준이 포함돼 있다. 규정은 120dB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K7의 소음기는 총기와 일체형으로 총구 장착형 보다 소음 효과가 더 높을 것은 물론 총의 길이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강점이 있다. K7의 총열에는 30여 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 이 구멍으로 빠져나온 가스가 소음기 내부의 알루미늄 박판으로 이뤄진 벌집 구조의 미로를 통과하도록 함으로써 소음 효과를 발휘한다. 엔진 소음을 줄여주는 자동차의 머플러와 비슷한 원리다.



6000발까지 소음 성능 저하 없어

K7 소음기의 내구 수명은 규격상 2000발로 돼 있다. 물론 SNT모티브의 자체 실험으로는 6000발까지도 소음 성능의 저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야전에서 운용 중인 K7들이 전력화 이후 1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같은 수준의 소음 성능을 보이고 있다고 알려졌다. 정상적인 운용을 한다면 사실상 반영구적인 내구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강점은 단순한 구조와 내구성이다. 단순 블로우백이라는 간단한 구조는 모래 먼지가 날리는 사막이나 진흙이 가득한 해안 등 이물질이 많은 환경에서도 정상적인 사격이 가능하다. 덕분에 독일제 MP5SD5가 외과 수술 같은 정확도로 인질을 보호해야 하는 대테러전에 강점이 있다면, K7은 거친 적지에서의 특수작전에 더 특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K7은 K1A 기관단총의 아래 총몸과 K2 소총의 위 총몸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많은 부품이 호환될 수 있다. 내부 공간에 여유가 있고 부품도 적어 정비하기가 용이하다. 반면 독일제 MP5SD6의 경우 사격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클로즈 볼트 방식을 채용한 대신 정밀한 부품 수가 많아 거친 환경에 취약하다. 실제로 진흙에 담갔다 꺼낸 직후 MP5SD6가 연사 성능에 이상을 보인 반면에 K7은 완벽하게 작동해 특전사 요원들로부터 ‘멋지다’는 찬사를 받는 화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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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7는 특전사의 특수작전을 위해 개발된 만큼 타군·타 특수부대에서도 소량만 사용하고 있다. 사실상 특전사 전용 총기라고 보면 된다. 특전사의 한 관계자는 “특수작전은 적에게 발각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K7은 소음이 작기 때문에 단거리에 있는 적을 제압하거나 차단할 때 반드시 필요한 화기로 특수작전팀에서도 가장 선두에 서는 요원에게 K7이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소총탄보다 작은 권총탄을 쓰는 데다 총열도 짧은 기관단총의 특성상 원거리보다 근거리 교전에 훨씬 유리하다. K7 소음기관단총의 실사격 테스트에서 20~50m 내에서는 100%, 유효사거리인 100m에서는 20발 중 평균 18발 정도를 명중될 정도 근접전에 더 유용한 무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특징으로 K7은 대테러 특임대가 실내에서 근거리의 적을 제압하는 데도 잘 활용하고 있다.

다만 K7은 소음기로 탄매가 많이 발생하는 편이라 지속사격 시에는 눈이 매워 사격에 지장을 초래할 경우가 있어 보안경을 착용하기도 한다. 참고로 특전사에서 K7을 담당하는 선두요원들이 1년에 실사격 훈련을 하는 횟수는 30여 회로 알려졌다. 소모하는 탄약은 인당 3000발 이상이라고 한다. 이는 K5 권총이 야전에 보급된 이후 9㎜탄 보급이 늘어나 K7 소음기관단총의 사격 기회가 확대되면서 운용 요원들의 사격 역량도 크게 신장됐다는 후문이다.



내수 보다 10배가 넘는 물량 수출

이 같은 성능 덕분에 K7 내수 물량은 미미했지만, 10배가 넘는 수량이 수출되고 있다. SNT모티브의 저력을 해외에 알린 효자 상품이다. 2005년도 동남아의 한 국가에 소량 수출이 이뤄진 이후 K7의 성능에 만족한 해당 국가눈 K7을 자국의 공식 무기체계 중 하나로 지정할 정도다.

이처럼 동남아에서 K7이 인기를 모은 이유는 총기 자체가 지역 환경에 잘 맞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미국 총기업체보다 SNT모티브가 애프터서비스(AS)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점도 한했다.

SNT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은 밀림과 섬 지형이 많아 K7의 휴대하기 편한 작은 크기와 어떤 환경에서도 신뢰성 있게 작동하는 것에 만족도가 높다”며 “특히 구매 국가의 부품 수급과 AS 요구에 발 빠르게 대처해온 것도 수출 성공의 요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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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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