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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바이든 만난 기시다, 尹에 전화 걸었다…이례적 공유 '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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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7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최근 방미 결과를 설명했다. 일본이 미국과 정상회담 후 별도로 한국 정상에 통화를 요청해 내용을 공유한 건 사실상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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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 사진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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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동맹, 북한 정세 공유"



기시다 총리는 통화 뒤 총리관저 기자단에게 "방미 결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려는 생각에서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며 "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한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최근 방미를 통한 미·일 관계의 진전 사항을 설명하는 것은 물론 북·일 정상회담 추진 등에 대한 세부 내용도 공유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북·일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 처음으로 "환영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이와 관련한 논의를 직접 윤 대통령에게 전한 건 북핵 문제의 핵심 당사국인 한국이 관련 정보 공유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이 일본과 대화 모색을 고리로 한·미·일 갈라치기를 시도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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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국빈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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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보호'(protection)의 동맹에서 '투사'(projection)의 동맹으로 전환하겠다"며 동맹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특히 군사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한·일 정상 통화는 미·일 동맹 급진전 분위기 속에 한국이 자칫 소외되거나 '다시 전쟁할 수 있는 국가'를 향해 가는 일본이 한국에 안보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측면도 있다.

한·미는 이에 앞서 이미 지난해 4월 동맹 70주년 정상회담에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의 진전 속도를 단순 비교하던 과거의 프레임이 옅어지는 한편 한·미·일 협력이 다방면으로 공고해지며 상호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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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왼쪽부터 윤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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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케미 외 동력 찾아야



일본이 지난 16일 공개된 외교청서를 통해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억지 주장을 이어간 지 하루 만에 정상 차원에서 다시 관계 다지기에 들어갔다는 점도 주목된다.

일본은 매년 2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 → 3월 교과서 검정 → 4월 야스쿠니 춘계 예대제 → 5월 외교청서 → 7월 방위백서 → 8월 야스쿠니 참배 등 '캘린더성 과거사 도발'을 반복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의 역사 왜곡에는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직후 정상 간 통화를 진행한 데선 이런 캘린더성 도발이 당장 양국 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악재로 번지지는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양측의 의지 또한 함께 읽힌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여전히 정상 간 개인적인 케미(chemistry)에 의존하고 그 밖의 지속가능한 동력은 부족하다는 우려가 꾸준히 나온다. 특히 양 정상의 관계 개선 의지를 뒷받침해줘야 할 국내정치적 상황도 녹록지 않다. 윤 대통령은 최근 여당의 총선 참패로 국정 동력이 바닥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도 여전히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년 한·일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등 획기적인 전환점이 있어야 관계 개선의 동력이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지난해 3월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제3자 변제 해법을 발표한 이후 1년여가 지나도록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일본 기업의 기여는 전무한 상황이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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