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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한 달 만에 돌변한 파월…고금리 강달러에 금융시장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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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캐나다 경제 관련 워싱턴 포럼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진다는 더 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존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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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의 변심’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내놓으면서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점점 더 힘을 얻는 모양새다. 파월 의장은 16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시점은) 기존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longer than expected)”이라며, 현재 정책금리 수준(금리 상단 5.50%)에 대해 “위험에 대처하기에 좋은 지점”이라고 말했다. 불과 한달 전인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에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확신을 가지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not far)”이라고 한 발언을 사실상 뒤집은 셈이다. 연준은 ‘연내 세번 금리 인하’ 의견이 절반을 조금 웃돌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금리 인하 신중론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파월의 발언이 나온 것이다. 시장에서는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 파월마저 돌아섰다’는 평가와 함께, 사실상 연준이 연내 금리 동결을 선언한 것이란 해석까지 나온다.



금리 인하 신중론이 강화되는 배경은 고금리 상황에서도 견실한 미국 경제다.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률, 탄탄한 고용과 소매판매, 예상보다 높은 물가상승률 등 대부분의 실물 경제지표들이 ‘통화 완화(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경기 부진 우려로 금리 인하를 만지작거리는 유럽·중국 등과는 대조적이다.



‘나 홀로 호황’에 바탕을 둔 ‘파월의 변심’은 국내 금융시장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는 달러에 힘을 실어주는 환경이어서다. 이미 원화 가치는 최근 급락한 끝에 전날 달러당 1400원 선까지 내려앉은 터다. 외환당국의 잇단 구두 개입으로 17일엔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일 대비 7.70원 내린 1386.80원(장 마감)으로 다소 진정세를 보였지만 증권가에선 1400원대를 다시 돌파할 공산이 높다고 본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수지가 꾸준히 흑자를 기록 중이어서 모든 악재가 겹쳤던 2022년 10월(1444원) 선까지 상승 폭이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00원대 초반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고금리 국면이 길어지면 부채 비중이 높은 가계와 기업들의 잠재 부실이 불거질 수 있다. 금리 인하가 늦춰지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의 위기설이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의 분석을 보면, 국내 16개 저축은행의 피에프 대출 관련 추가 손실 규모는 2조6천억~4조8천억원에 이른다. 고물가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로 상환 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서민·소상공인의 연체율이 급등할 우려도 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를 바라보고 장부가액으로 잠겨 있는 부동산 관련 손실이 점차 드러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연내 금리 인하 시기가 오지 않는다면 건설업은 절체절명의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회승 남지현 노현웅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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