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1 (수)

이슈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 첫 유죄 ‘고발사주’ 항소심…손준성 “고발장 쓴 적, 보낸 적 없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1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1대 총선 직전 ‘민주당 관련인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는 손준성(50) 대구고검 차장검사가 항소심에서도 “고발장을 직접 작성한 적이 없고, 보낸 적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1부(고법판사 정재오‧최은정‧이예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손 검사장 측은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을 보낸 적이 없다”며 무죄 및 양형부당을 주장했다.



손준성 측 “제3자 가능성 있다면서, 피고인이 입증하란 건 부당”



손 검사장 측 임성근 변호사는 “피고인은 고발장을 작성한 사실이 없고, 원심에서도 공수처는 내내 작성자를 ‘불상’이라고 했다”며 “피고인은 김웅에 이 사건 메시지를 보낸 기억이 없고, ‘메시지를 보낸 게 맞다’고 인정한 원심을 다시 판단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김웅에 직접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또 ‘제 3자’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그 입증책임을 피고인에 물은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간접증거로 사실오인 내지는 논리적 비약” “공무상 비밀누설 법리를 지나치게 확장해 적용했다” “1심의 양형은 지나치게 무겁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손 검사장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있던 2020년 4월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의 제보자로 알려진 ‘제보자X’ 지현진씨와 최강욱 전 의원 등에 대한 고발장을 직접 작성해 김웅 당시 후보 등 미래통합당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공직선거법 위반 및 공무상비밀누설‧개인정보보호법 위반‧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으로 기소된 손 검사장은 1심에서 지씨의 실명 판결문 등 일부 공무상비밀누설 등이 인정돼 지난 1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총선 전 고발장이 실제로 접수되지 않아, 고발장 초안 작성만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며 선거법 위반에 대해선 무죄를 받았다.



첫 ‘1승’한 공수처 “증거 모두 인정해야, 1년형은 너무 약해”



손 검사장 사건은 그간 공수처가 직접 기소했던 사건 중 첫 ‘유죄’를 받아낸 사건이자 유일한 유죄 사건이다. 공수처 검사는 “‘채널A 사건’에서 수집된 자료와 공무수행 중 이프로스‧형사사법시스템 사용 기록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단은 잘못됐고, 선거법 위반 무죄 부분도 법리 오해가 있다”며 항소요지를 설명했다. ‘피고인이 참여하지 않은 위법 수집 증거’를 이유로 인정되지 않은 일부 증거에 대해 “‘법원행정처장이 하드디스크를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 주체는 법원’이라는 판시가 있었다”며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때 검찰에 정보를 내준 법원행정처와 관련된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공수처 검사는 “검사가 범죄행위를 인지했다면 수사에 착수하면 되고, 스스로 수사개시 하지 않고 외부에 유출한 걸 처벌할 수 없게 된다면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사실상 형해화된다”며 “검사가 지켜야 할 가치 및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사건인데, 검찰권 남용 범죄에 비해 1년형은 지나치게 경미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 “아이폰 못 푼 것, 공수처-검찰 구도상 어려움 알지만…”



양측 주장을 다 들은 재판부는 보완 질문을 하며 손 검사장이 아이폰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핸드폰 잠금을 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언급했다. 재판장은 “검사의 직업윤리에 관한 부분은 재판부의 관여 사항이 아니고,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핸드폰을 못 열어봤다’는 부분이 유무죄 판단에 고려되긴 어렵다”며 “정면으로 대립하는 기관에 대한 수사로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보이지만, 헌법·법률 또는 형사소송법에 공수처 검사에 대한 별도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손 검사장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돼 탄핵심판도 진행중이었으나, 지난 3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헌법재판소법 51조는 탄핵 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면 재판부가 재량으로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손 검사장 측에서 준비기일부터 “형사 사건 항소심 선고가 날 때까지 절차를 멈춰달라”고 요청한 결과다.

이날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히 재판에 임하겠다”고만 답한 손 검사장은, 재판에선 재판부가 추가로 질문하는 사항을 거의 다 받아적으며 내내 고심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손 검사장의 다음 재판은 다음달 1일 열릴 예정이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