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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 최종후보 황석영 "가슴 두근두근…부커상 다음엔 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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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선정된 소설가 황석영이 17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황석영 작가의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는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24.04.17.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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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이상해요. 옛날하고 좀 다르게 '이번엔 진짜 이제 받으려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황석영(81) 작가가 17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신의 소설 '철도원 삼대'가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 '부커상' 국제문학상 최종 후보에 든 것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황 작가는 2019년 소설 '해질 무렵'으로 같은 부문 1차 후보에 올랐으며,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 작가는 1989년 방북 이후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돼 1998년 석방된 후 20년 이상 작가로 활동했고, 전 세계 32개국에 98종 가량의 책을 소개했다. 그 사이 국제문학상 후보에 십여 차례 올랐다.

황 작가는 "주위에서 왜 그렇게 욕망을 저어하느냐, 그런건 옛날식이라고 하더라"며 "그것도 일리가 있다 싶어서 '이번엔 내가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려고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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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선정된 소설가 황석영이 17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황석영 작가의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는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24.04.17.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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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발간된 '철도원 삼대'는 황석영 작가가 구상부터 집필까지 30년 걸려 쓴 역작이다. 철도원 가족을 둘러싼 실감 나는 이야기를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한반도의 역사를 꿰뚫는다.

소설은 일제강점기 당시 운행을 시작해 한국전쟁 때 폭파된 산악형 기관차 마터 2형10호를 소재로 노동자의 인생을 그려냈다. 1989년 황 작가가 방북 당시 만난 3대에 걸쳐 철도원으로 근무했다는 한 노인의 이야기가 영감이 됐다.

황 작가의 '철도원 삼대' 영문판에는 번역가 김소라와 배영재가 번역에 참여했다. 영문판은 '마터 2-10(Mater 2-10)'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지난 2019~2020년 국내에서도 '마터 2-10'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후 2020년 '철도원 삼대'로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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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선정된 소설가 황석영이 17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황석영 작가의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는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24.04.17.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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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작가는 "원래 제목이 '마터 2-10'이었는데 국내에서는 너무 어렵다는 의견이 많아 '철도원 삼대'로 책의 제목이 정해졌다"며 "그런데 외국 출판사에서는 '철도원 삼대'를 영어로 번역하면 학술논문 제목 같다고 해 '마터 2-10'이 됐다. 현지에서 그 제목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로 유명한 '마터 2-10'은 냉전의 상징이다. 한국 전쟁 중인 1950년 12월 연합군의 군수물자를 수송해 북상하다 장단역에 멈춰섰고, 연합군은 인민군에게 물자를 탈취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관차에 1000여발의 사격을 가했다. 남북분단의 상징물로 인정돼 2005년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78호로 등록됐다.

"우표로도 나오고, 좌와 우가 모두 '마터 2-10'을 써먹었죠. 지금은 통일동산에 있습니다. 영원히 박제화됐죠. 철도 노동자 3대를 다루는 제목에 아주 적합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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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선정된 소설가 황석영이 17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에게 인사하고 있다. 황석영 작가의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는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24.04.17.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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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서 생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밝힌 그는 "얼마 전에 군산의 풍광 좋은 곳에 아파트를 하나 샀다"며 "서울의 10분의 1가격인데, 앉으면 눈앞에 호수가 펼쳐지는 평생 제일 좋은 집필실"이라고 했다.

"영국에 가서 (부커상을) 받으면 좋고, 다녀와서 이사를 하려고 합니다. 작은 건물들을 몇 개 사서 공간도 만들고, 책도 꽂아두고, 그곳을 복합문화공간 같은 걸로 쓰고 제가 죽고 나면 황석영의 흔적으로 놔두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황 작가는 "제 타이밍이 끝난 줄 알았는데 요즘 수명이 늘다보니 타이밍도 연장되는 게 아닌가 싶다"며 "군산에서 만난 600년짜리 잘생긴 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할매'라는 제목으로 쓰려하는데, 영어로 번역하면 '그랜마'일 거다. 일단 '철도원 삼대'로 부커상을 받고 이걸로 노벨문학상을 받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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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황석영 '마터 2-10'(사진=부커상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이날 2027년까지만 글을 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 가을까지는 '할매'에 매달릴 겁니다. 그 다음에는 문성근씨 당숙이 1920년대 연변에서 일어난'15만원 (탈취 의거) 사건'에서 살아남은 사람인데 이 청년과 1938년 카자흐스탄으로 간 홍범도를 같은 시간에 두고 써보려 합니다. 청년과 70대 노인이 된 홍범도의 3년을 쓰고 싶습니다."

황석역은 "마지막으로 35년간 떠돌아 다니며 '최보따리'라는 별명으로 불린 동학 2대 교주 최시형에 대해 쓰고 싶다"며 "그러면 2027년쯤 될 텐데 그때까지만 하려고 한다. 나중에 황석영을 근대 극복과 수용을 일감이자 사명으로 생각하고 언저리에서 일하다가 죽은 작가로 규정해달라"고 했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영어권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내셔널 부문은 2005년부터 격년제로 시상했으며 2016년부터는 매년 시상하고 있다.

한국 작품 중에서는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수상했고 정보라의 '저주토끼', 천명관의 '고래'가 최종후보에 올랐다. 최종 수상작은 오는 5월21일 영국 런던에서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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