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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전 남친에 폭행당한 20대女 열흘 만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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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남성 긴급체포했지만

검찰, 요건 안된다며 체포 불승인

유족들, 강력 처벌 요구하며 반발

조선일보

경찰로고. /조선DB


경남 거제에서 20대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가 열흘 만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숨진 여성에 대한 정밀 부검을 요청하는 한편, 남성을 상해치사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경남경찰청은 전 여자친구를 폭행해 다치게 하고 결국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 등)로 A(20)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일 오전 8시쯤 전 여자친구 B(20)씨의 주거지인 경남 거제의 한 원룸에 무단 침입해 B씨의 머리와 얼굴 등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리고, 목을 졸라 다치게 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두 사람은 사건 전날인 3월 31일부터 전화로 말다툼했다. B씨가 A씨의 만남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A씨는 다음날 아침 술에 취한 상태로 B씨 집을 찾아가 B씨를 폭행했다. B씨는 외상성 경막하출혈 등 전치 6주의 상해를 입고,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입원 당시 B씨는 경찰에 자필로 서면 진술을 하며 피해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A씨에 대한 처벌을 원했다. 그러던 B씨는 지난 10일 고열과 함께 갑작스레 상태가 악화했고, 당일 오후 10시 18분 숨졌다.

경찰은 B씨가 사망함에 따라 A씨 혐의를 상해치사로 바꾸고, 지난 11일 오전 1시 22분 A씨를 긴급체포했다. 하지만 A씨는 약 8시간이 지난 11일 오전 9시 20분 풀려났다. 검찰이 A씨에 대한 체포를 불승인하면서다. 검찰은 “최초 사건 발생 당일 A씨가 상해 사실을 인정했고, 체포될 당시 경찰에 자신의 위치를 밝히고, 응한 점 등에 비춰 긴급체포의 법률상 요건인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불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숨진 B씨에 대한 부검도 이뤄지기 전에 경찰이 긴급체포한 것으로, 부검 결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A씨가 풀려난 다음 날인 지난 1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측은 ‘패혈증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이라는 B씨에 대한 1차 부검 소견을 밝혔다. 현재까지는 A씨 폭행이 B씨 사망의 직접적 원인으로 확인되지 않는 상태다.

하지만 B씨 유족 측은 A씨가 평소에도 B씨에 대한 폭행과 스토킹이 있었다면서 억울해하며 장례 절차도 중단한 채 지난 16일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A씨 폭행으로 B씨가 머리 등을 다쳐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고, 짧은 치료기간 내에 사망한 만큼 A씨 폭행과 B씨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수사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경찰 조사를 종합하면 두 사람은 거제의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교제를 시작해 경북에 있는 대학의 같은 과에 함께 진학했다. 두 사람은 교제하는 기간에 수차례 다퉜다. 범행 당시에는 헤어진 상태였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이 파악하기에는 지난 2022년 12월 20일을 시작으로, 폭행 사건이 발생한 지난 1일까지 두 사람 사이엔 총 12차례 데이트 폭력 신고(쌍방폭행 등 포함)가 접수됐다. 이 중에는 A 씨 폭행으로 지난해 7월 2일부터 8월 1일까지 한 달간 B 씨에게 스마트워치가 지급된 사건도 있었다. 대부분의 신고는 서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해 종결됐다.

경찰 관계자는 “가정폭력·아동학대·스토킹 사건에서는 접근금지, 격리조치 등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경찰이 별도의 보호조치를 할 수 있는데, 폭행죄에 해당하는 일명 ‘데이트 폭력’은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경찰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사망한 B씨가 생전에 스토킹 신고를 한 적이 없었고, 신고 당시의 만남 자체도 피해자 의사에 반해 만났다고 판단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에서는 B씨 의사를 확인해 스마트워치 지급 등 안전 조처를 했고,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처벌 불원 진위도 계속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우선 B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B씨 조직 검사 등 정밀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정밀 검사 결과는 최대 3개월 후에나 나올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를 더 진행해 혐의를 제대로 적용할 방침이다”며 “스토킹 혐의 여부에 대해서도 두 사람의 휴대전화 포렌식분석 등을 통해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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