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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112·성추행 검색, 그 뒤 사라졌다…18년 전 실종된 딸 찾는 노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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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6년 6월 실종된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이윤희씨./'이윤희를 아시나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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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희를 아시나요?”

18년 전 전북대학교 인근에서 실종된 이윤희(당시 29세)씨의 부모가 이런 문구가 써진 티셔츠를 입고 기자들 앞에 섰다. 이씨 부모는 “사건의 진실규명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아버지 이동세(87)씨와 어머니 송화자(84)씨는 16일 전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딸을 기다릴 기력조차 없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여기에 나왔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씨 등에 따르면 전북대 수의대학 4학년이었던 윤희씨는 2006년 6월5일 전주의 한 음식점에서 열렸던 학교 종강 파티를 마치고 다음날인 6일 오전 2시30분쯤 혼자 살던 집으로 귀가한 뒤 실종됐다. 졸업을 단 1학기 남겨둔 시점이었다.

윤희씨는 실종 당일 새벽 2시59분쯤 자신의 컴퓨터로 ‘112′와 ‘성추행’이라는 단어를 약 3분가량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컴퓨터는 같은날 오전 4시21분 꺼졌다.

윤희씨가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친구들은 8일 윤희씨의 집을 찾았다. 문이 굳게 닫혀있자 친구들은 경찰을 불러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은 윤희씨의 반려견이 어지럽혀둔 상태였다. 친구들은 경찰 지구대 직원의 허락을 받고 집안을 치웠다. 이는 경찰이 초기 증거 확보를 실패한 원인이 됐다.

이씨는 이날 실종 당시 경찰의 초동 수사가 부실했다고 지적하며 “사건의 진실 규명에 언론이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씨는 경찰이 당시 사건 현장 보존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뿐 아니라 경찰은 실종 일주일 째인 그해 6월13일 누군가 윤희씨의 컴퓨터에 접속했는데도 이 과정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또 실종 이전 윤희씨의 언니와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대화했던 내용과 검색 기록 일부가 컴퓨터에서 삭제됐는데도, 사건을 수사한 경찰로부터 명확한 답을 듣지 못했다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당시 경찰은 연인원 1만5000여 명을 투입해 전북대 인근 산과 하천 등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였다. 만화방과 찜질방, PC방 등도 샅샅이 뒤졌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렇게 윤희씨가 사라진 지 18년이 지났다.

이씨는 “저는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 제가 87살이 됐으니 막내였던 딸이 살아 있다면 그 아이도 47살이 된다”고 했다.

이어 “딸이 사라진 지 18년이 지났으니까, 할 만큼 했으니까 제가 딸 찾는 걸 포기해야 옳은 것이냐”며 “이렇게 뻔뻔하게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수사는 뒷전이고 팔짱만 끼고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하는 게 경찰이 할 일인가”라고 했다.

이씨는 “말도 안 되는 현재 상황에, 나이를 신경 쓰면서 제 앞일을 가늠할 겨를이 없다”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서 진실을 밝히고 반드시 내 딸을 찾고야 말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살아 있는 동안 이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싶다. 더는 남아있는 다른 자식들이 가슴 먹먹한 삶을 살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울먹였다.

앞서 이씨는 딸의 실종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 관계자들을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고소한 바 있다.

이날 열린 윤희씨 부모의 기자회견에 전북경찰도 움직였다. 경찰은 설명회를 열고 “윤희씨 부모님이 마음의 무게를 덜 수 있도록 의혹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당시부터 실종자를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가족들이 많은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라며 “18년의 세월이 지난 만큼, 어려움이 있겠지만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건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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