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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날렵해진 액션·유머 vs 자기복제 한계… ‘범죄도시4’ 두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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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1~3편 3000만명 동원

’범죄도시4′를 보는 두 시선

조선일보

마석도(마동석·오른쪽)의 우람한 팔뚝에서 나오는 복싱 액션은 ‘범죄도시’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다. 4편에서 악역을 맡은 배우 김무열은 “마지막 격투 장면에서 마동석 팔에 살짝 스쳤는데 주먹이 나갔다”고 했다.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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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최초로 ‘4000만 시리즈’에 등극할 것인가. 배우 마동석이 주연하는 돌주먹 형사 연작 ‘범죄도시’가 24일 제4편을 선보인다. 지난해 5월 개봉한 3편에 이어 1년이 안 돼 나온 후속작. 16일 현재 ‘범죄도시4′의 예매율은 65.6%(15만6307명)로 압도적 1위다. ‘범죄도시’ 1~3편 관객은 총 3025만명이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었던 1편을 제외하고 2·3편(15세 이상 관람가) 모두 천만 영화에 올랐다. 특히 2편은 팬데믹 발발 이후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신음하던 국내 영화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3편은 ‘1·2편에 못 미친다’는 평을 받고도 천만을 달성했다. 4편의 성적이 어떨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15일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두 기자가 서로 다른 시각을 전한다.

IT범죄에 쩔쩔매는 마동석에 웃음

칼잡이 악당과 맨주먹 액션 대조

사이다 결말 찾는 관객 취향 조준

단순해 보여도 영리하다. 답답하지 않고 뒷맛이 개운한 영화, 생각 없이 웃고 나올 수 있는 영화를 찾는 관객의 수요를 정확히 겨냥한다. 매번 비슷한 패턴과 유머가 새롭진 않지만, 마동석 표 수타 마사지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스트레스로 뭉친 근육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형사 마석도(마동석)가 이번엔 필리핀에서 대규모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불법 조직을 소탕한다. 단순 무식하게 깡패를 때려잡던 형사 마석도가 디지털 범죄를 만나 쩔쩔맨다. 솥뚜껑 같은 손에 쏙 들어오는 휴대전화를 쥐고 ‘클라우드 동기화’를 멋대로 설명하는 데서 웃음이 터진다.

1편의 장첸(윤계상), 2편의 강해상(손석구)처럼 이 시리즈의 성패는 악당에 달렸다. 4편의 백창기(김무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으로 역대 악당 중 제일 날렵하고 간결한 액션을 선보인다. 단도로 치명적인 급소만 노리는 ‘칼잡이’로 마석도의 맨주먹 액션과 대조된다. 김무열은 눈을 부라리고 악을 쓰는 뻔한 연기가 아니라 불안과 두려움이라곤 없는 덤덤한 얼굴로 실감 나는 악당을 보여준다.

마동석의 무기가 주먹만은 아니다. 제작은 물론 시놉시스부터 시나리오 각색까지 작가와 함께 대본을 쓴다. 애드립처럼 자연스럽게 보여도 치밀하게 계산된 유머다. 4편엔 드라마 ‘모범택시’를 쓴 오상호 작가가 각본을 맡았다. 오 작가는 “’범죄도시’의 성공을 보고 제작에 뛰어드는 배우가 늘었지만, 마동석처럼 기획 방향과 재미 요소를 명확하게 짚어내기 쉽지 않다”면서 “흔한 형사물의 수사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화끈하게 밀어붙이는 ‘범죄도시’ 고유의 세계관을 구축했다”고 했다.

관객의 반응을 꼼꼼히 살피고 반영한 흔적도 곳곳에 드러난다. 1편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 장이수(박지환)가 이번엔 전면에 나섰다. 18년의 무명 생활을 견딘 배우 박지환은 이제 뚱한 표정만으로도 웃음을 주며 감초 이상의 활약을 펼친다. 8편까지 예정된 시리즈에서 4편이 분기점이 될 듯하다. 마동석은 “후속편들은 이전과는 톤이 많이 다를 것”이라며 5편부터의 변화를 예고했다. /백수진 기자

조선일보

그래픽=정인성


기존의 성공 블록을 그대로 조립

악당 등장하는 장면도 3편과 동일

말장난으로만 채운 유머 아쉬워

영화 ‘범죄도시4′는 공식대로 만들어내는 양산형 시리즈의 안일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자기 복제를 반복하다 한계효용에 다다랐다. 통쾌함도 웃음도 식상해졌다. 성공을 거듭한 연작 영화가 빠지기 쉬운 패착이다.

‘범죄도시4′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악당, 쾌감이 검증된 배우 마동석의 솥뚜껑 주먹 등 기존의 성공 블록을 조립해 내놓는 단계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않는다. ‘범죄도시3′까진 변화는 없어도 변주라도 시도했다. 두 명의 악당을 등장시켜 두 축의 악을 다층적으로 담아보려 했다. 그 시도가 실패하자 4편은 눈 딱 감고 틀대로 찍어냈다.

시리즈 중 고평가를 받는 2편과 비교하면 지지부진함이 더 뚜렷하다. 2편에선 악당 강해상(손석구)을 소개할 때부터 공을 들였다. 강해상은 ‘너, 납치된 거야’라는 한 마디로도 주위를 얼어붙게 했다. 3편 이후 ‘범죄도시’는 인물 설계에 관심이 없다. 악당 등장부터 3편과 4편이 판박이다. 시작하자마자 나타나 일고의 망설임 없이 표적을 잔혹하게 살해한다. 개성을 드러낼 대사도 주어지지 않는다. 잇따라 사람 1을 죽이고 사람 2를 죽이면서 ‘동정의 여지가 없는 악인, 마동석 최후의 샌드백’ 기능을 기계처럼 수행한다. 악당 얼굴만 배우 이준혁(3편)에서 배우 김무열(4편)로 바뀌었다. 레고를 조립해도 이보단 정교한 고민이 들어간다.

시리즈를 지탱하는 유머가 갈수록 함량 미달인 점도 맥이 빠진다. 재치 있는 서민형 유머는 사라지고 4편에선 죄다 어설픈 말장난이다. 경찰의 영어 단어 폴리스(police) 스펠링이 P인지 F인지 모르는 무지함을 개그 코드로 반복하는 인물들을 보다 보면 웃기기보다 허탈해진다. 매번 나오는 ‘진실의 방’ 장면, 미혼 마석도를 소재로 한 말장난은 따분하다 못해 무성의해 보인다.

그나마 응징의 순간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있다. 주변 기물을 완전히 파괴하면서 악당을 때려잡는 모습은 명쾌한 마무리를 원하는 관객에게 만족감을 줄 수도 있다. ‘범죄도시’는 8편까지 이어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두뇌를 강타할 한 방이 필요한 것은 지리멸렬한 악당들이 아니라 ‘범죄도시’ 시리즈 자신이다. /신정선 기자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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