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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우리는 당하든 말든”…이스라엘을 대하는 美 태도에 화난 우크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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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출처 = 연합뉴스]


러시아와 2년 넘게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국민이 자국과 이스라엘의 안보 위기를 대하는 미국 등 서방의 태도에 분노를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15일(현지시간)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을 둘러싼 우크라이나 현지 분위기를 이처럼 보도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 연합군은 이번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에 자국군 전투기와 군함, 패트리엇 방공망 등을 총동원해 100여기가 넘는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직접 막아냈다.

이는 ‘아이언돔’으로 대표되는 이스라엘의 방공체계와 함께 이란의 공격을 99% 막아낼 수 있는 결정적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고 WSJ는 분석했다.

이러한 서방의 적극적 개입은 2년 넘게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와는 대조적이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강력히 규탄하면서도 자국 병력이나 전투기를 직접 투입하지는 않았다.

경제적 지원과 탄약, 무기 등을 제공하며 간접적으로만 지원에 나섰다. 이마저도 지난해부터는 지원이 늦어지면서 힘겹게 전쟁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방이 이스라엘을 보호하기 위해 직접 나서는 것을 지켜본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에 사는 아밀 나시로프(29)는 NYT에 “이스라엘에 로켓이 날아들면 전 세계가 주목한다”며 “여기도 로켓이 날아다니지만 우리에겐 이스라엘처럼 하늘을 지켜주기 위해 나선 미국 폭격기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마치 우크라이나인의 생명의 가치가 더 낮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스라엘처럼 서방의 직접 지원을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 영상 연설에서 “이제 전 세계는 이스라엘의 동맹국과 주변국이 단결하는 것이 테러를 막는 데에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는지 행동을 통해 목격했다”며 “테러 행위는 모든 곳에서, 전적으로 패배해야 한다. 이스라엘에서 이뤄진 것과 같은 서방의 대응이 우크라이나에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이스라엘에 해준 것과 똑같이 해주지는 못하더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무기를 지원해주면 나머지는 우리가 직접 하겠다”며 서방 동맹국에 지원을 호소했다.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호소에도 미국과 유럽이 이스라엘과 같은 강도의 방어를 우크라이나에 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러시아와의 전면전에 대한 우려 탓이라고 WSJ는 진단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 중 하나인 러시아는 그동안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하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경고해왔기 때문이다.

또 중동에 위치한 이란과 달리 유럽 대륙에 인접한 러시아와 전면전 위험을 키우는 것은 유럽 국가들 입장에서도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수십년간 긴밀한 군사·경제적 동맹 관계를 유지해 온 이스라엘의 입지가 우크라이나와는 현실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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