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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美, 저가 중국 철도차량 계약 취소… “잦은 품질 결함에 납기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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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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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의 국영 철도차량 제조업체 CRRC(중국중처)와 맺은 철도차량 도입 계약이 잦은 결함과 납기 지연 때문에 철회됐다.

15일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펜실베니아주 남동부 교통당국(SEPTA)은 성명을 통해 지난 2017년에 CRRC와 맺은 1억8500만달러(약 2560억원) 규모의 2층 전동차 45량 도입 사업 계약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취소 사유는 품질 문제와 그로 인한 지속적인 납기 지연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예정보다 약 4년 정도 지연됐지만 초도 물량도 납품되지 않았다. 당국은 프로젝트에 지출된 50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조치도 논의 중이다.

이번 사업 제동으로 미국에서 저가 중국산 철도차량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CRRC는 막대한 자국 보조금을 앞세워 미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에서 초저가 응찰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이번 건도 CRRC가 경쟁사인 캐나다 봄바르디어보다 3400만달러 낮은 가격을 써서 받은 사업이었다.

미국은 이미 시장 교란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교통부 감사관실은 CRRC가 ‘바이아메리카 법’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이 법에 따르면 외국 기업이 제작하는 철도차량은 부품 70% 이상이 미국산이어야 하며, 최종 조립도 미국에서 완료해야 한다.

유럽은 ‘TSI’라는 규제 장벽을 두고 있어 비(非) EU 국가의 진출이 까다롭다. 유럽 내 운영되는 철도의 상호 호환성을 만족하기 위한 요건들을 정한 것으로 설계나 건설, 운영 및 유지관리, 안전 요건 등은 물론 차량에 들어가는 세부 부품 규격까지 포함돼 있다.

중국 역시 철도차량 입찰 참여 시 자국법인과의 공동응찰을 의무화했고 완성차는 70% 이상, 전장품은 40% 이상의 자국 부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무분별한 해외 업체의 입찰 참여를 막기 위해 국산화 부품 사용 조건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포함한 국내 주요 철도차량 발주처들은 최소한의 기술 점수만 넘기면 최저가 응찰 기업이 사업을 수주하는 ‘2단계 규격‧가격 분리 동시 입찰제’를 대부분 활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가 국가기간산업이자 안보와도 직결된 핵심 교통수단인 철도산업을 지키기 위해 장벽 세우기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철도차량 조달시장은 아무런 규제 없이 국제 경쟁 입찰을 실시해 저가 공세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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