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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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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폭력의 종식, 노래로 외치다… 영화 ‘밥 말리: 원 러브’ 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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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못해낸 폭력 종식을 음악이 해낼 수 있을까요?”

1976년 ‘스마일 자메이카’ 공연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수 밥 말리에게 이런 질문이 나온다. 정파 간 대립으로 정치깡패가 대낮에 총격을 벌이는 것이 당시 자메이카의 현실이다. 음악은 한없이 무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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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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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질문을 지금 지구촌으로 가져와도 여전히 유효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분쟁이 끊이지 않고 한국 역시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혐오와 극단주의에 빠져 있다. 음악이나 문화가 해법이 될 수 있을까.

13일 개봉하는 영화 ‘밥 말리: 원 러브’를 보면 이런 질문에 답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은 사랑과 평화, 인권, 화합을 노래한 ‘레게 음악의 대부’ 밥 말리의 생애와 음악을 담았다.

영화는 1976∼1978년이 배경이다. 밥 말리가 ‘스마일 자메이카’ 공연 후 영국 런던으로 피신해 ‘엑소더스’ 앨범을 내고 다시 자메이카로 돌아와 ‘원 러브 평화’ 공연을 여는 시기를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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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마일 자메이카’ 공연을 앞두고 주변에서는 밥 말리를 말린다. 폭동으로 비상사태가 선포될 만큼 정국이 위험하니 공연을 해선 안 된다고 한다. 공연 이틀 전에는 7명의 괴한이 말리의 집으로 들이닥쳐 총기 테러까지 한다. 아내이자 그룹 멤버인 리터와 매니저가 크게 다치고 본인도 부상을 입는다.

그럼에도 말리는 무대에 오른다. 8만명의 관객을 마주한다. “우월한 인종과 열등한 인종이 따로 있다는 철학이 마침내 버려질 때까지 사방이 전쟁”이라 외치는 곡 ‘전쟁(War)’을 노래한다.

이 영화의 미덕이자 힘은 음악이다. 밥 말리는 레게에 록을 결합해 차별과 폭력의 종식을 노래한다. 햇살을 품은 듯 따뜻하고 밝은 레게 음악은 가난과 폭력이 밴 자메이카의 어두운 현실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국내에서는 밥 말리나 레게 자체가 친숙하지 않다. 그렇다고 영화 자체가 낯설까 봐 염려할 필요는 없다. 사전 지식이 없어도 레게 음악의 매력과 드라마의 힘이 보는 이를 영화로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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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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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게의 선율만큼이나 등장 인물들도 긍정적이고 건강하다. 이들은 현실이 답답해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엑소더스’ 앨범 발매 후 아프리카 투어를 원하는 밥 말리에게 매니저가 ‘아프리카에는 공연 인프라가 없다’고 지적하자 “우리가 만들면 되지”라고 말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제작진은 밥 말리의 음악을 재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즉흥연주 장면은 1970년대 마이크를 이용해 라이브로 녹음했고, 콘서트 장면에는 실제 밴드 연주를 넣어 몰입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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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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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는 브래드 피트가 총괄 제작자로 참여했다. 밥 말리의 아내와 자녀들도 제작자와 음악감독 등으로 이름을 올렸다. 말리의 아내 리타가 함께하다 보니 부부의 격한 말다툼, 말리의 잦은 외도, 아버지 없이 자란 말리의 내면 등이 내밀하게 표현됐다. 주연을 맡은 킹슬리 벤-어디어의 연기는 자연스럽다. 벤-어디어는 1년 넘게 밥 말리처럼 움직이고 특유의 말투와 기타 연주를 익히며 밥 말리로 변신했다.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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