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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단독] 5·18유공자 계엄포고 위반 '기소유예 취소'... 2년간 늑장 부리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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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검찰, 최형호씨 구속수사 후 기소유예
지난해 2월 재기신청... 검찰은 "검토 중"
한국일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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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가 '신군부 계엄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진정 사건에서, 검찰이 2년 가까이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적으론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실제 민주화운동을 했는지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해당 포고령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아 처리에 시일이 걸리는 모양새다. 5·18 기소유예 해결은 검찰총장이 임기 내내 강조했던 일이어서, 지금보다 더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서울지부장인 최형호씨는 1980년 8월 군검찰이 자신의 포고령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한 것을 '무혐의' 처분해달라고 지난해 2월 검찰에 수사재기 신청했다. 이 포고령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로 이튿날 비상계엄이 선포되면서 내려진 계엄포고 1호다.

당시 최씨는 긴급조치 위반으로 수감됐던 사람들과 함께 단체를 결성하는 등 1979년 10월 30일부터 1980년 5월 15일까지 9차례에 걸쳐 불법 집회 및 시위를 한 혐의(포고령 위반)로 군검찰에 구속됐고, 결국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는 형사재판을 받진 않지만, 해당 행위가 유죄임을 전제로 하는 처분이다. 이에 최씨는 신군부의 계엄포고 자체가 위법·위헌이었기 때문에, 해당 포고령 위반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 역시 무효라고 주장했다.
한국일보

최형호씨에 대한 군검찰의 기소유예 처분 기록 표지. 최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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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접수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2년이 다 지나도록 '아직 기록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불기소결정서 외에 피의자 조서 등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최씨가 5·18 특별법 적용 대상인지 판단하기 힘들다는 취지다.

검찰 안팎에선 이 포고령의 위헌 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아 사건 처리가 지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대법원은 독재정권에 항거한 시민의 저항 행위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긴급조치(1·4·9호)나 계엄포고(유신 1호 등)에 대해 위헌·무효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이렇게 대법원이 위헌·무효 판결을 확정하면 해당 명령을 위반한 혐의는 사실상 자동적으로 '죄가 아님' 처분을 받지만, 그렇지 않으면 검찰이 일일이 사건을 검토해야 한다. 보통은 오랜 시간이 지나 기록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다만 최씨 사건의 경우 검찰이 나름 선의에서 했던 조치들이 의도치 않게 발목을 잡고 있다는 특징도 있다. 계엄포고 1호 사건에선 "계엄포고 자체가 위헌·무효"라는 하급심 판결만 있을 뿐 대법원 판결이 없는데, 이는 재심에서 검찰이 무죄를 구형하고 재판부가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대법원 판단을 받지 않은 채 확정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전향적으로 항소·상고를 포기한 것이 도리어 최씨 등 계엄포고 1호 피해자의 권리 회복을 늦춘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더 전향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5·18 기소유예 문제 해결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기회가 있을 때마가 강조했던 것이어서, 대검의 기조와도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씨의 법률대리인 조영선 변호사는 "전두환 등의 헌정질서 파괴범죄에 저항한 행위는 정당행위라는 게 대법원의 일관된 판결"이라며 "검찰이 지나치게 형식 논리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처리가 늦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장기간이 경과된 사건으로 기록 자체가 소실돼 사실관계 파악 방안 등을 검토하는 데 다소 시일이 소요되고 있다"며 "신속히 검토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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