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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잇따른 ‘강제징용 판결금’ 제3자 변제 거부…법원 “반대 의사 명확” [사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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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광주지법 이어 수원지법 ‘판결’

法 “유족 명백한 반대 의사 있으면,

제3자 변제 허용하지 않을 수 있어”

시민단체 “변제안 부당성 입증 과정”

광주·전주지법에 이어 수원지법도 정부의 일제강제징용 판결금 ‘제3자 변제’ 공탁 불수리 이의신청을 기각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피해자나 유족의 명백한 반대 의사가 있을 경우, 정부 산하 기관이 지불하는 배상금을 ‘강제로’ 받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법원 판단에 따라 정부가 제3자 변제를 거쳐 일본의 전범 기업들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려 했다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에도 다시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22일 수원지법에 따르면 전날 민사44단독 오대훈 판사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낸 2건의 공탁 불수리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세계일보

한 시민이 서울 용산역광장에서 강제징용노동자상을 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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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재단은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 거부 입장을 고수하는 원고 2명 측의 주소지 관할 법원인 수원지법에 징용 배상금 공탁을 신청했는데, 수원지법 공탁관이 이를 거부하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당시 공탁관은 “피공탁자(유족)의 명백한 반대의 의사표시가 확인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피공탁자는 피해자 고(故) 정창희 할아버지의 배우자와 고(故) 박해옥 할머니의 자녀 등 2명이다. 재단 측은 이의신청을 통해 “신청인이 채권자인 피공탁자에 대해 변제를 함에 있어 민법 제469조 제1항(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 단서가 적용될 수 없는데도 공탁관이 이를 적용해 불수리 결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 판사는 결정문에서 “이 사건 판결금 채권과 같은 법정채권에도 민법 제469조 제1항 단서가 적용돼 당사자 일방 표시로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피공탁자가 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어 신청인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며 “공탁관은 공탁신청의 절차적 요건뿐만 아니라 해당 공탁이 유효한가 하는 실체적 요건에 관해서도 공탁서와 첨부 서면만에 의해 심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탁관이 신청인의 공탁서 및 첨부 서면에 나타난 사실(피공탁자의 반대 의사)을 바탕으로 이 사건을 불수리 결정한 것은 공탁관의 형식적 심사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전주지법과 광주지법도 같은 내용의 정부의 일제강제징용 판결금 제3자 변제 공탁 불수리 이의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광주지법에선 일제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를 채권자로 하는 일제강제징용 판결금 제3자 변제 공탁 불수리에 대한 이의신청이 제기됐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주지법도 고(故) 박해옥 할머니의 자녀 2명과 관련된 공탁 불수리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외교부는 항고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상식에 반해 정부가 내놨던 제3자 변제안이 사법부의 준엄한 심판을 받는 것”이라며 “가해 기업에 면죄부를 주려 했던 정부 변제안의 부당성을 입증하는 과정”이라고 비판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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