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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부통령 지지도 못 받으면서…" 트럼프 골탕 먹인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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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메이트 트럼프·펜스, 지금은 원수지간 돼

"슬리피 조" 놀림에 "슬리피 돈"으로 앙갚음도

‘자신의 러닝메이트였던 부통령의 지지조차 받지 못하는 주제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마음껏 비웃었다. 두 사람은 민주당 및 공화당 후보로 오는 11월 대선에서 맞붙을 예정이다. 바이든의 승리로 끝난 2020년 대선 이후 4년 만의 리턴매치인 셈이다.

세계일보

2020년 3월 마이크 펜스 당시 미국 부통령(오른쪽)이 백악관에서 연설하는 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옆에서 이를 듣고 있다. 두 사람은 2020년 11월 대선 후 트럼프가 선거 결과에 불복하며 정치적으로 결별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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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27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 참석했다. 1921년 시작된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은 10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 1924년부터 현직 대통령이 직접 자리를 함께하며 행사의 격을 끌어올렸다. 임기 중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 불참한 대통령은 2017년 1월∼2021년 1월 재임한 트럼프가 유일하다.

바이든은 만찬사를 하는 내내 트럼프를 비아냥거렸다. 트럼프와 자신의 공통점은 나이뿐이라면서 “내 부통령은 실제 나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77세, 바이든은 81세로 둘 다 고령이다. 바이든의 말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그와 친밀한 관계로 2020년 대선에 이어 올해에도 러닝메이트로 뛴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반면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였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트럼프와 원수처럼 멀어진 점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펜스는 지난 3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 보수 성향 폭스뉴스에 출연해 진행자와 대담을 했다. 당시 그는 “트럼프가 공화당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대선 후보라는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내가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우리가 4년 동안 다뤄 온 보수적 의제와 상충하는 의제를 추구한다”며 “내가 양심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할 수 없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펜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2인자’로서 임기 거의 대부분을 트럼프의 충성파로 보냈으나 막판에 사이가 틀어졌다. 2020년 11월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바이든이 이긴 게 분명한데도 트럼프가 이를 부정하고 선거 결과를 뒤엎으려고 시도하자 펜스는 동조하길 거부했다. 이듬해인 2021년 벌어진 1·6 의회 의사당 난입 사건 이후 펜스는 트럼프와 관계를 끊었다.

이후 펜스는 트럼프를 비판하며 공화당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에 도전했으나 고전을 면치 못한 끝에 결국 낙마했다. 펜스를 배신자로 규정하며 ‘정치판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편 트럼프 강성 지지자들의 등쌀에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펜스는 “어떠한 경우에도 민주당 후보 바이든에게 투표하진 않을 것”이란 말로 공화당과 의리를 지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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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참에 참석해 활짝 웃고 있다.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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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바이든은 트럼프를 “슬리피 돈”(Sleepy Don: 졸음을 참지 못하는 도널드)이라고 불러 청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평소 트럼프가 80대 고령인 바이든이 공개석상에서 종종 조는 모습을 보인 점을 지적하며 “슬리피 조”(Sleepy Joe)라고 놀린 데 대한 앙갚음인 셈이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도 공격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을 앞두고 모 여배우와의 성적 스캔들이 폭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회사 공금에서 거액을 빼돌려 해당 여배우에게 제공했다는 ‘성추문 입막음’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뉴욕 맨해튼 법원에 기소됐다. 최근 재판이 본격화하면서 거의 날마다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하며 선거운동도 제대로 못하는 실정이다. 바이든은 이 점을 가리켜 “도널드는 최근 며칠 힘든 날들을 겪었다”고 위로 아닌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직면한 시법 리스크를 “폭풍 같은 날씨”(stormy weather)에 비유했다. 험악한 기상 속에 항해 중인 배가 침몰할 수 있듯 트럼프도 심각한 사법 리스크 때문에 백악관 말고 감옥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비꼰 셈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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